게임스컴 2021에 조금 앞서 진행된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브컴 2021'에 라이엇 게임즈의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 개발)팀 다섯 명이 자리했다. '라이엇 게임즈'가 어떤 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파이프라인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는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의 형태가 아닌, 다섯 명의 개발자가 모여 그들의 업무 환경에 대해 논하는 '라운드 테이블'의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해당 기사는 그들 사이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을 요약해 서술하는 형태로 작성되었다.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말하자면, 과거 꽤 오랜 시간 동안 '라이엇 게임즈'의 개발력은 논쟁적 소재였다. 그들의 게임들은 흥행세와 무관하게 카피캣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으며,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 하나에 의존하던 '원히트 원더' 시절에는 더 심했다.

이 주제는 아직도 많은 게이머들의 논쟁 소재가 되곤 하지만,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는 조금 줄었다. 와일드 리프트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 장르의 벽을 넘고 여러 게임들을 차근차근 발표하면서 조금씩 개발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이엇 게임즈의 병렬적 확장과 맞물리는게 바로 R&D팀의 창설이다.

"3년 전, 라이엇 게임즈는 기존의 R&D팀을 완전히 갈아엎었어요. 사실 이전에도 큰 문제는 없었으나, 더 좋은 게임들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죠. 그렇게 R&D팀만을 위한 오피스가 마련되었어요.

▲ 회의 주재자를 맡은 R&D팀의 리더 '존 데이비드 페리'

모든 멤버가 모여 라운드 테이블을 시작함에 앞서 회의를 주재하는 R&D팀의 리더 '존 데이비드 페리(John David Perry)'는 이렇게 말했다. R&D팀의 의미는 다소 특별한데,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개발 과정의 단계는 보통 6단계로 나뉘며,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인큐베이션: 게임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이를 기획안으로 바꾸는 단계

프로토타입: 완성된 기획안을 통해 간단한 모델을 설계해 게임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계

프리 프로덕션: 프로토타입 중 가장 적합한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의 기초적인 틀을 짜는 단계

프로덕션: 게임의 세부적인 부분들(그래픽 어셋, UI, 사운드 등)을 개발하는 단계

오픈 베타: 게임의 실전 테스트에 해당하는 단계

포스트 런치: 정식 출시 이전, 게임의 미비점을 다듬고 게임을 완성하는 단계

▲ 앞선 세 단계를 모두 R&D팀이 담당한다.

그리고 이 여섯 단계 중, R&D팀은 앞선 세 단계를 다룬다. 일반적인 게임사가 인큐베이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기획안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팀을 짜 개발을 시작한다면, 라이엇 게임즈는 사내의 모든 프로젝트가 최소 프리 프로덕션 단계까지는 하나의 오피스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R&D팀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R&D 또한 라이엇 게임즈의 일부이다

● 대담해져라

● 빠르게 사고하라

● 한계를 수용하라

● 모호함은 곧 기회다

● 도움을 구하고, 지식을 나누어라

● 승리를 위한 기회와 게이머를 폭넓게 이해하라

● 시작과 중지, 그리고 방향의 전환은 모두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

R&D팀은 보통 매우 작게 시작해요. 팀이 작은 만큼 쉽게 외로워질 수 있고, 책임감이나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라 해도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료들이 늘 가까이 있으며,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뭔가를 배울 수 있어요. 이를 통해 도전적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죠.

▲ 엔지니어링 디렉터 '바리스 야만'

R&D팀의 기조 중 여섯 번째 항목을 가장 좋아하는 항목으로 꼽은 엔지니어링 디렉터 '바리스 야만(Baris Yaman)'이 말했다. 그는 R&D오피스 내에 존재하는 별도의 'CorTech'을 말하며, 그들이 도움이 필요한 여러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고, 반대로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CorTech'은 '빌드의 최적화'와 게임 개발에 쓰이는 각종 신기술의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R&D팀은 딱히 팀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요.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팀에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이렇게 배운 기술들이 실제로 프로젝트에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죠.

▲ 게임 개발에 쓰인 노하우는 다른 팀과 공유하기도 하고, 다른 팀에게서 얻기도 한다.

비밀리에 개발중인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MMO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디렉터 '비제이 타카르(Vijay Thakkar)'가 덧붙였다. 그는 과거의 게임 개발과 지금의 게임 개발은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고 말하며, 목표를 정하고, 이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던 과거와 달리 개발에 필요한 요소들을 모듈처럼 활용해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조립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석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데이비드 케르파(David Hernandez Cerpa)'는 마지막 항목을 가장 인상깊은 기조로 꼽았다. 그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도무지 풀 수 없는 난제에 도달하거나, 시스템 간의 모순이 발생할 때, 재미 요소가 상실되는 순간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며, 이런 시점에 도달했을 때 개발을 이어나갈지, 혹은 빠르게 개발을 접고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수석 엔지니어링 매니저 '데이비드 케르파'

그는 일반적인 게임 개발 환경에서는 매몰비용이 아까워 우격다짐으로 개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으나, 라이엇의 R&D팀은 포기나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개발 기조로 세워두었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접고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도리어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플레이 리드 디자이너인 '린다 카이(Linda Cai)'는 '모호함이 곧 기회다'라는 항목을 꼽았다. 그녀는 게임 개발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애매한 순간'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대할 것인지를 말했다. 이는 개발자들에게 굉장한 공포이며, 다가오는 위협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 모호함을 곧 더 좋은 무언가로 바꿔낼 수 있다. 이는 비단 게임 자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개발자 개인의 경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비제이 타카르'는 프로젝트를 길게 보고 개발을 이어가는 것과 하루하루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한 루틴을 반복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데, 이와 같은 개발 기조는 앞선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 신규 MMO 프로젝트를 개발 중인 '비제이 타카르'

요약하면, 라이엇 게임즈의 R&D팀은 효율적인 초기 개발과 노하우의 축적을 위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설립된 팀이다. 대규모의 팀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마주한 도전을 함께 헤쳐나감으로서 엎어질 위험의 프로젝트를 되살리는가 하면, 또 어떤 팀은 이미 엎어진 프로젝트에서 건질 만한 부분이나 교훈을 얻음으로서 자신들의 제작물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독립된 프로젝트 팀들이 겪을 위험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과 제작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어, 엔지니어링 디렉터인 '바리스 야만'은 라이엇 R&D팀의 특징을 하나 더 말하기 시작했다. 바로 '프로토타입' 단계에서의 차이다.

"이전에는 프로토타입 단계로 넘어가면 일단 코딩부터 시작했어요. 기획안이 있으니 그것으로 곧장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짜기 시작했죠. 하지만 기획서는 그럴싸하게 보일지라도,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는 너무나 많아요. 그때가 되면 이미 시간과 비용은 낭비된 거죠."

'바리스 야만'이 술회했다. 그는 라이엇 R&D팀의 특징 중 하나가 프로토타입 구축 단계를 게임의 기초 틀을 짜는 것이 아닌,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계로 여긴다는 것을 말했다. '이 게임이 과연 재미있을까?'가는 기본적인 의문에서부터, 게임 시스템 간의 모순은 없는지, 게임의 컨셉과 테마는 무엇이며, 이 중 어떤것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부분인지를 깊이 탐구하는 것이다.

이 프로토타입 과정에서는 디테일한 코딩 따위는 없다. '이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게임 장르들의 특이점을 대입해보고,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기획자가 모두 모여 게임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하고, 이 결과물이 게임성을 충분히 지녔는지를 검토한다. 그렇게 합의에 이르게 되면, 해당 프로젝트는 '이 게임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프리 프로덕션의 단계로 나아간다.

▲ '게임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 과정이 '프로토타입' 단계다

물론, 그럼에도 실패하거나 도중에 막히는 프로젝트는 적지 않다. 하지만, 불필요한 개발 비용이 낭비되거나, 쓸모없이 시간을 버리는 경우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토론의 말미에서, 주재자인 '존 데이비드 페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라이엇의 R&D팀이 말 그대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개발팀의 창의력과 과감함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패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말하며,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현지 시각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 및 게임스컴 2021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게임스컴 공식 미디어 파트너인 인벤이 최신 뉴스를 전달해드립니다.
게임스컴 2021 특별페이지: https://bit.ly/gamescom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