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스코필드는 지난 30년 동안 게임 개발을 해왔다. 처음에는 2D로 시작했고 이후 3D로 그 영역이 확장됐다. 그 과정에서 아트를 담당하던 그의 업무도 점차 확장되어 게임 디렉팅으로 업무 영역도 확장됐다. 특히 마이클 콘드리와 슬레지해머 게임스를 설립하고 여러 콜 오브 듀티 게임의 총괄 감독을 맡으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업계에 많은 발자국을 남긴 그지만, 그를 대표하는 게임은 다름 아닌 '데드 스페이스'다. '데드 스페이스'는 당시만 해도 게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SF 호러와 우주적 공포를 전달했고 이를 특유의 게임 디자인에 녹여낸 작품이기도 하다. 게임은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큰 영감을 받기도 했고 우주와의 관계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을 잃어가는 아이작 클라크의 모습은 게임의 많은 영향을 준 SF 소설의 작가 아서 C. 클라크에서 따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서버이벌 호러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제작 중인 글렌 스코필드. 저널리스트 딘 타카하시와의 대담 형태로 꾸며진 게임 컨퍼런스 데브컴 세션도 비디오게임 속 호러 장르에 대한 글렌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게임 '데드 스페이스'를 만들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역시 당대 나온 호러 게임들이다. 특히 글렌은 사일런트 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스산하게 밀려드는 안개나 멀리서 들려오는 경적 등 긴장감과 공포감을 함께 전하는 분위기를 호평했다.

'컨뎀드' 역시 중간중간 무서운 장면들이 존재했다. 또 '당대에는 바이오 하자드4'가 발매됐는데 이전 작품인 1, 2, 3편에 비해서 전체적인 공포 분위기는 덜했지만, 이 역시 확실한 공포 장면들이 존재했는데 글렌과 개발진은 이런 게임의 요소를 차용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녹여냈다.

글렌은 크고 작은 많은 호러 비디오게임의 아버지를 단연 '바이오 하자드'라고 지목했다. 특히 '바이오 하자드4'는 특정 장면을 제외하고도 게임 내 긴장감을 줄곧 유지하는데 이는 호러 게임으로는 긴 게임플레이 시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글렌 역시 이 부분을 분석하고 어떻게 플레이어가 긴장감 있게 플레이하도록 다룰지 고민하며 '데드 스페이스'를 제작했다.


게임 외에도 많은 영화를 감상하며 게임 제작의 영감을 얻기도 했다. 그는 만듦새가 끔찍한 영화는 물론 유럽이나 프랑스, 한국 영화 등 외국 작품도 다수 찾아봤다. 글렌은 그중에서도 소규모 영화들의 사운드나 공포감에서 특히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벤트 호라이즌'은 '데드 스페이스' 제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작품 중에서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의 이야기가 나왔다. 영화는 소리를 쫓는 괴생명체의 위협 탓에 항상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 독특한 호러 스릴러다. 이에 사운드라는 요소 역시 기존 호러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쓰였는데 글렌은 이를 인상 깊게 느꼈다고 전하며 이런 요소를 개발 중인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적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많은 영화나 게임이 '데드 스페이스' 개발에 영향을 줬지만, 에이리언 시리즈는 SF 세계관에서 괴생명체에 대한 위협을 그린 가장 대중적인 작품 중 하나다.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글렌은 자신 역시 에일리언 시리즈를 매우 사랑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개발진은 리들리 스콧이 영화에서 표현한 광원 처리와는 다른 형태로 빛을 다루는 게 자신들의 게임에 더 적합하리라 판단했다. 여기에 특정 구간에서는 사운드 효과를 줄이는 등 '데드 스페이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에이리언이 게임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는데 외계 생명체가 추격하는 장면의 긴장과 공포는 '데드 스페이스'에도 포함됐다. 물론 게임이라는 매체적 차이 탓에 추격 장면을 구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괴물이 플레이어를 완벽하게 따라잡지 못하면서도 충분히 가까이 다가와 위협할 수 있는 특유의 속도를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고민한 결과가 오늘날 많은 플레이어가 즐겨온 '데드 스페이스'다.

추격 장면. 혹은 플레이어가 사냥당할 위협에 놓인 장면은 호러 게임 플레이어에게 많은 걸 전달한다. 이런 장면을 통해 플레이어는 체력과 탄약이 충분하더라도 충분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오 하자드가 이런 긴장감을 전달하는 전투를 잘 표현하는데 많은 전투를 나이프를 가지고 잘 수행할 수 있다.

글렌은 이런 전투 감각을 다른 메카닉 형태로 풀어내고자 했다. 여기에는 긴장감과 타이밍, 적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적은 숨어있다 점프해 튀어나올 수도 있고 벽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

▲ 질의응답 형태로 세션을 진행한 글렌 스코필드(우)와 딘 타카하시

이런 상황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카메라 연출 역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중요 요소다. 영화의 경우 원하는 장면을 담아내기 위한 장소에 카메라를 설정하고 바라는 연출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이나 방향에 따라 시점이 달라진다. 글렌은 원했던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특정 상황에서 80%의 플레이어 정도는 개발진이 원하는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시점을 유도했다. 한 명의 플레이어에겐 특정 방향을 바라보도록 한 구성이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는 장치였겠지만, 많은 플레이어에게 이런 행동을 유도해야 하는 개발진에게 이런 시점 유도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카메라 연출은 실제 현업 영화 제작자와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과정에서 배운 내용들을 접목한 도전 과정의 결과물 중 하나다.

'데드 스페이스'는 인디 게임 개념으로 15~18명 정도의 작은 개발팀이 반년가량 함께 개발한 작은 데모로 시작했다. 그리고 개발진은 EA에 이 게임이 충분한 공포감을 전달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했다. 글렌은 '호스텔'의 일라이 로스나 '쏘우'의 제임스 완 등을 만나 호러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노하우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영화 업계에는 카메라를 놓는 잘못된 위치와 옳은 위치만 있을 뿐이었다. 나름의 공식이 존재하는 영화 업계의 이야기가 게임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호러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실험하고 분석하는 계기가 됐다.

글렌은 '데드 스페이스' 제작 초기 반년에서 1년간 수없이 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광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또 공포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운드에도 많을 고민이 있었는데 온종일 오디오 편집실에서 다양한 게임 내 소리를 듣고 고쳐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는 광원과 사운드가 호러 게임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 60~70%의 역할을 한다며 많은 테스트를 통해 오늘날에는 이를 다루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어 시행착오 없이 작업할 수 있음을 알렸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트레일러에서도 이런 광원과 사운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개발진은 차세대 콘솔로 게임을 만들 기회를 얻었고 보다 정교한 광원 효과가 우주 세계를 그린다. 그래픽 부분에서도 진화가 이루어졌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땀에 젖은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게 됐고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는 내적 묘사도 이루어졌다.

개발진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통해 단순히 그래픽만 다음 단계를 이룩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형태도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른 모습을 그리길 바라고 있다. 글렌은 '데드 스페이스' 이후 약 12년 정도가 지났다며 신작이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이야기 역시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에는 위성 칼리스토와 감옥 등 게임만의 이야기가 있고 개발진 역시 이 세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이에 실제 게임을 즐길 플레이어는 '데드 스페이스'와 장르, 혹은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유사함은 존재하지만, 많은 점에서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있을 예정이다.


연출적인 부분의 질답도 오갔다. 앞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두 개로 나눠 공개했는데 약 30초가량이 추가된 버전에서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인간의 몸을 파고드는 연출을 선보였다. 이 부분은 특히 잔혹하고 징그럽게 연출됐는데 딘은 호러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 이런 징그러운 연출을 더욱 강도 높게 그려야 하는 데 압박감을 느끼는지 물었다.

글렌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유니크한 공포감을 그리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플레이어에게 공포감을 심고 긴장감을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플레이어를 역겁게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디오 게임보다는 영화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고 평했다. 다만 비디오게임과 영화가 같지는 않지만, 자신들 역시 현실성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EA가 발표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 관해 묻는 질문에 글렌은 프랜차이즈의 부활은 기쁜 소식이라며 개발사 모티브 역시 이를 해낼 좋은 스튜디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빈다며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아울러 글렌은 과거 '데드 스페이스' 개발 당시보다 더 큰 규모로 시작했고 기술력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 콘솔, 자원 등 AAA급 게임을 만들기 어려웠던 당시와는 다른 출발선에서 게임을 개발해나갈 수 있음을 알렸다. 또한, 오디오나 라이팅 등 게임에 큰 부분을 차지한 것들을 더욱 정교하게 구현해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리라 자신했다.


오늘날 플레이어들이 스스로에게 긴장감과 공포심을 불어넣는다는 걸 알면서도 5시간, 10시간, 길게는 20시간 동안 공포 게임을 플레이한다. 글렌은 이는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회사가 이런 도전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그런 도전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현지 시각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 및 게임스컴 2021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게임스컴 공식 미디어 파트너인 인벤이 최신 뉴스를 전달해드립니다.
게임스컴 2021 특별페이지: https://bit.ly/gamescom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