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LCK 현장 취재단

이번 2021 LCK 결승전은 화려한 기록이 걸린 무대였다. 우승한 담원 기아에서는 V10을 달성한 김정균 감독, 결승전 MVP를 수상한 '쇼메이커' 등 많은 이들이 영광의 순간을 누리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기록들 사이에서도 특별히 절실해 보이는 우승이 있었다. 바로 선수로서 마지막 LCK 결승이 될 수 있는 '칸' 김동하의 우승이었다. 결승전 현장에서 담원 기아의 코치진과 선수들이 모두 입을 모아 축하한 기록이었다.

사실, '칸'은 자신의 실력 하나만 믿었던 승부사였다. 과거 "게임에 목숨을 걸었다"는 말로 자신을 표현할 정도로 극단적인 길을 걸어왔다. 본인 역시 "실력적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으면 은퇴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타협조차 없었기에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 역시 '칸'과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렇지만 올해의 '칸'은 어느덧 주변 사람들까지 설득할 줄 아는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자신에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결승인 만큼 우승이 간절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절실한 '칸'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었다.

▲ 사진출처=LCK 현장 취재단

서머 중 갑작스럽게 합류한 양대인 분석관은 "LCK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임에도 승부욕이 강하더라. 그래서인지 피드백 흡수도 빠르고, 기량 유지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졌다"며 '칸'의 인상을 남겼다. 이어 "내가 말했던 피드백을 모두 메모장에 적어두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는 말로 '칸'의 남다른 태도를 높게 평가했다.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된 '칸'의 태도는 결승전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올해 '칸'은 "딜러 챔피언보다 탱커 챔피언으로 동생들 '버스'를 타고 싶다"는 말을 인터뷰마다 남기곤 했다. 현실은 '칼'이 필요한 메타가 이어졌고, 결승전은 탑 라인에서 말 그대로 진검 승부가 나왔다. 그리고 '칸'은 결승전에서 많은 이들이 강조한 1세트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완성해낼 줄 알았다. 카밀로 팀의 스플릿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단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으며 KDA 11/0/7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칸'의 이런 절실함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전달된 것일까. 결승전 MVP인 '쇼메이커'는 MVP 수상을 의아해하며 "동하 형이 잘해서 받을 줄 알았다. 그리고 군대 가기전 마지막 LCK 결승전이었기에 동하 형이 받았으면 했다"는 말로 그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고스트' 장용준은 롤드컵으로 향하는 각오로 "동하 형과 선수로서 마지막 세계 대회다. MSI 때 우승 못 시켜줘서 미안했는데, 이번에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칸'과 세계 무대 우승을 다짐했다.

'칸'은 LCK 최고의 탑 라이너다. '중고 신인'으로 돌아온 LCK에서 2연속 우승을 이미 경험했고, 탑 라이너 중 최다 우승(6회)이라는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칸'은 LCK 탑 라이너 중 자신이 최강임을 증명하면서 현 위치에 안주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여전히 LCK 최고의 탑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칸'의 자리가 더 빛나 보인다.

이제 '칸'에게 남은 것은 롤드컵뿐이다. LCK 우승 후 "오늘 우승을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물은 롤드컵이 끝나고 흘리겠다"고 말했다. 롤드컵 우승 후 판을 떠나는 프로게이머로서 최고의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칸'이 롤드컵 무대에서 흘릴 '뜨거운 눈물'이 보고 싶다.

▲ 사진출처=LCK 공식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