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가 롤드컵에 진출했다.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 팀 주축 선수의 이름값만 생각하면 당연한 문장이 될 수 있지만, 스토리를 보면 '당연' 보다는 '기적'이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린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서머 스플릿을 최종 8위로 마쳤다. 플레이오프의 냄새도 맡지 못할, 최하위권이었다. 탑-정글의 부진은 깊었고, 봇 듀오는 흔들렸다. 스프링 때부터 홀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쵸비' 정지훈도 이제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코치진도 무능력하다는 혹평을 피할 수는 없었다. 스프링에 이어 서머 스플릿 내내 탑-정글 주전 교체를 거듭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밴픽적으로도 메타 변화에 적응이 느린 모습이었고, '쵸비'가 상수인 팀 컬러에 맞지 않는 조합을 자주 선택해 의문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을 씻어낼 만한 결과를 얻었다. 모든 LoL 프로 팀이 최종 목표로 삼는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 롤드컵에 진출한 것이다. 스프링 3위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50점이나 확보해둔 덕분에 선발전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한화생명e스포츠는 제 손으로 그 기회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리브 샌드박스와 농심 레드포스를 차례로 잡고 막차를 탔다.

그 중심에 있던 건 '데프트' 김혁규와 '뷔스타' 오효성이었다. 서머 스플릿에 비해 경기력이 올라온 봇 듀오는 라인전 단계부터 상대와 격차를 확실히 벌렸고, 한타에서도 맹활약하면서 팀에 승리 공식 하나를 추가했다. '데프트'는 아펠리오스로 전성기급 포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쵸비' 원맨팀이라는 오명을 씻어낸 것이다.

치열한 주전 정글러 경쟁을 뚫고 선택 받은 신예 정글러 '윌러' 김정현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머 막바지에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탓에 출전 경기 수가 워낙 적어 우려가 컸으나, 길었던 준비 기간 동안 경기력을 잘 다져온 느낌이었다. 팀의 중심인 미드와 봇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징검다리 역할을 확실히 했다.

더위를 식히는 가을비와 함께 한화생명e스포츠의 새로운 계절이 시작됐다. 아직 T1과의 3번 시드 결정전이 남아있는데, 한화생명e스포츠 입장에서는 더 큰 무대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경기력을 점검할 좋은 기회다. 롤러코스터 같은 성장기 끝에 LCK를 대표하는 한 팀이 된 만큼, 롤드컵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의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