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데프트'는 또 롤드컵으로 향한다. 작년 DRX에 이어 올해 한화생명e스포츠에서도 많은 LCK 신예들과 함께 새롭게 출발했고, 올해 서머 정규 스플릿에서 8위를 할 정도로 부진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시즌 마지막 결과는 롤드컵 진출이었다. 연간 커리어로 봤을 때, '쵸비'(75%)와 '데프트'(66%)는 롤드컵 진출 확률을 끌어올리며 자신의 이름값을 했다.

두 선수는 모두 LCK 데뷔 첫 해 롤드컵 진출에 아쉽게 좌절했지만, 그 이후부터 꾸준히 롤드컵으로 향할 기회를 잡았다. '쵸비' 정지훈은 그리핀에서 처음으로 LCK에 올라온 2018년을 제외한 해에 모두 롤드컵으로 향했다. 그리핀(2019)-DRX(2020)-한화생명e스포츠(2021)까지 각기 다른 팀에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했다.

'데프트' 역시 2013년에 LCK에 데뷔한 해 MVP에선 롤드컵으로 향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 블루(2014)-EDG(2015, 2016)-KT(2018)-DRX(2020)-한화생명e스포츠(2021)에서 총 6번이나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2017 KT-2019 킹존 드래곤X에서 아쉽게 선발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다음 해에 같은 팀에서 도전을 이어가 결국 팀을 롤드컵에 올려놓았다.


놀라운 점은 두 선수가 많은 신예들을 이끌어 결국 롤드컵으로 갔다는 것이다. LCK가 처음인 선수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두 선수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DRX 시절 '케리아-표식', 한화생명의 '두두-아서-요한-윌러' 등이 LCK 무대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맡아야 했다. LCK에서 두 번째 해를 맞이했던 '도란-비스타'도 완벽하진 않앗기에 '데프트-쵸비'가 소위 '2-3인분'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할 때도 있었다. 이들의 슈퍼캐리만이 유일한 승리법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도 두 선수는 결국 롤드컵 진출을 해냈다. 가장 필요할 때마다 슈퍼플레이를 해냈고, 다른 신예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올해 정규 스플릿 마지막 경기에서 T1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둘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더니 롤드컵 선발전마저 돌파했다. '쵸비-데프트'는 빛나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리브 샌드박스-농심 레드포스를 상대로 각각 3:1, 3:0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스코어로 승리를 거뒀다.

'쵸비'는 미드 라인에서 픽밴의 핵심 역할을 했다. 리브 샌드박스전에서 '쵸비'는 르블랑으로 '페이트' 유수혁의 아지르를 내세운 샌드박스를 압도했다. 이어진 농심전에서는 본인이 아지르로 활약하면서 픽밴을 말리게 했다. 농심이 마지막에 아지르를 가져갔을 때를 대비한 카운터 카드 갈리오도 준비했다. '쵸비'의 갈리오는 초반 봇 다이브에 힘을 실어줬고, 미드에서 농심의 노림수마저 흘리면서 승리에 기여했다.

'데프트'는 시즌 막바지에 예전의 기세를 되찾았다. 많은 경기에서 애쉬로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하더니 샌드박스전에서 홀로 바론 둥지로 들어가는 아펠리오스 슈퍼플레이를 선보였다. 농심전 2세트에선 바루스로 상대 공격을 점멸로 흘려내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쵸비-데프트'는 다시 돌아와 T1과 마주하게 됐다. 최근 T1전은 한화생명의 시즌 막바지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준 경기다. 특히, '데프트' 김혁규가 애쉬로 딜, 플레이메이킹 등 교전을 주도하는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곤 했다.

그렇게 '쵸비-데프트'는 놀라운 롤드컵 대표 선발전 행보를 3R 최종전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롤드컵 진출이라는 안전망에 들어온 만큼 자신들이 원하는 경기를 이제는 마음 편히 펼칠 수 있다. 남은 것은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일뿐이다. 두 선수는 작년 DRX에서 롤드컵 8강까지 함께 했기에 이번에는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할 듯하다. 그리고 롤드컵의 경쟁팀인 T1과 대결이 '데프트-쵸비'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다.


■ 2021 LoL 월드 챔피언십 대표 선발전 최종전 일정

T1 vs 한화생명e스포츠 - 2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