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선수 연봉만↑ 게임단 매출↓ e스포츠가 위험하다
김병호 기자 (Haao@inven.co.kr)
"솔직히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e스포츠에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거의 모든 게임단이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현실에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 염려하는 중이다. 시장 규모는 확대됐지만, 게임단 운영 적자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리고 게임단의 적자는 다 선수의 연봉이다.
25일 서울 송파에 위치한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e스포츠 종사자 처우 개선 및 산업 진흥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에는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김세연 전의원, 이윤열 나다디지털대표, 젠지 e스포츠 펍지팀 프로게이머 ‘피오’ 차승훈, 김태경 케이디앤리서치 팀장, 김우진 크래프톤 e스포츠 팀장, 이정훈 LCK 사무총장, 최상인 DRX 대표, 강영훈 아프리카 프릭스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e스포츠 산업의 현황과 실태를 보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태경 케이디앤리서치 팀장이 발표한 'e스포츠 실태 산업 현황' 보고에 따르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다 올해 감소했다.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다수의 이벤트가 취소된 점, 중계 케이블 채널 등의 매출 감소로 인한 산업 규모 감소 등이 이유였다.
라이엇 게임즈, 크래프톤 등 e스포츠를 선도하는 종목사들은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 규모를 계속 확대해왔다. 그러나 확대된 투자 규모에 비해 매출은 오르지 않아 투자 대비 매출의 차이가 계속 커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게임단의 만성적자이다. 2021년 기준 게임단의 영업 수익은 10억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게임단을 운영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35~45억인 걸 감안하면 매우 부족한 매출이다. 대규모 프로게임단의 경우 1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글로벌 매출을 포함한 집계였다.
반면, e스포츠 선수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2,000만 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 선수 비율도 높다고 전했다. 김태경 케이디앤리서치 팀장은 "여전히 투자는 이뤄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10년 넘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e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천문학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시장 규모는 확대됐지만, 게임단 적자는 커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적자는 다 선수의 연봉이다. 소수의 선수에게 집중된 건 맞지만, LCK 10팀 중 한, 두 명은 10억 원 대 연봉을 받고 있다"며 게임단 매출에 비해 고액 연봉 수령자 비율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이어 "산업은 커지지 않았는데 선수의 연봉만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 e스포츠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어떻게 산업 규모를 확대하고 매출을 늘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상인 DRX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2016년부터 선수들의 연봉은 적게는 60%, 많게는 세 배까지 증가했다. 핵심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20억, 30억을 제시해도 중국에서는 세후 기준으로 35억 정도를 제시한다. 이런 부분이 해결될 수 있도록 투자 제도 등이 더 보완되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게임단의 수입을 보장하는 게 선수의 연봉을 키운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커져만 가는 프로게임단 지출에 선수 연봉 탓만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평균 수명이 짧은 e스포츠 선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수익을 노리는 게 당연하다. 젠지 e스포츠 배틀 그라운드 프로게이머 '피오' 차승훈은 "e스포츠 선수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고 말하며 e스포츠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이 e스포츠를 하는데 고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게임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틀 그라운드 종목을 운영 중인 김우진 크래프톤 e스포츠 팀장은 "e스포츠 산업이 스포츠 산업과 견줄 만큼 커진 데 비해,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있다 보니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할 때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강영훈 아프리카 프릭스 사무국장은 "게임단 입장에서 자체적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하지만 그건 게임단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시스템을 만들고, 민간 기업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꼭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정부가 어떻게 지원을 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중요하다고 말하며 "e스포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산업과 시장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국가가 지원할 부분과 종목사가 투자할 부분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걸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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