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결승전에서 만나는 사연 많은 두 원거리 딜러 '고스트-바이퍼'.

LoL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 두 극단에 있는 경험이라고 하면, 승강전과 롤드컵 결승전을 들 수 있겠다. 승강전은 패배시 2군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압박감이 큰 무대로 많은 프로들이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 반대편에 있는 롤드컵 결승전은 승리하면 세계 최고로 거듭날 수 있는 모두가 꿈꾸는 무대다.

그리고 극과 극에 있는 무대를 모두 경험할 선수들이 생겼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에서 맞붙는 원거리 딜러 '고스트-바이퍼'다. 두 선수는 bbq 올리버스와 그리핀에서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LCK의 다른 팀에서 활동을 이어갔으나,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한동안 희망을 찾기 힘든 시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구덩이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강등을 경험한 두 선수는 강해져서 돌아왔다. 그것도 롤드컵 결승전이라는 무대에 어울리는 원거리 딜러로 성장하면서 말이다.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달랐지만, 확실한 자신의 스타일을 적립하면서 결국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를 가리는 자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 승부의 핵심 - 봇 카드 맡았다



결승전에서도 두 선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지난 4강전을 돌아봤을 때, 봇 중심의 픽밴 구도의 변화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았다. 롤드컵에서 10연승을 달리고 있는 진은 물론, 아펠리오스-루시안-직스 등 4강전 픽밴의 핵심 카드가 봇에 몰려있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해당 챔피언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픽밴 단계에서 가장 잘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을지가 결승전 승부에 관건이 될 수 있겠다.

먼저, 박도현은 '바이퍼'라는 아이디처럼 독사 같은 루시안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가 허점을 보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젠지를 상대로 1세트부터 연이은 라인전 킬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고, 한타 때 적극적인 궁극기 활용으로 본인이 교전을 여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인 젠지가 '도대체 왜 풀어줬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력적인 루시안 플레이를 완수했다.

'고스트' 장용준의 대표 카드는 직스를 뽑을 수 있겠다. 아펠리오스가 이번 롤드컵에서 T1 '구마유시' 이민형의 활약을 중심으로 급부상했는데, 이를 풀고 받아칠 만큼 탄탄한 기량을 발휘했다. 라인전 단계에서 포탑 방패 채굴과 함께 성장했던 아펠리오스의 플레이를 틀어막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타 때 적절한 포킹으로 상대의 바론 버스트나 귀환하는 플레이의 흐름을 끊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 원거리 딜러의 활약은 아니지만, 색다른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 '고스트'가 해당 조합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해냈기에 4강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 '비원딜' 메타 때도 두각을 나타낸 두 선수

이렇듯 위력적인 챔피언 활용을 선보였기에 EDG-담원 기아의 봇 픽밴은 구도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픽밴이 봇에 집중됐을 때, '비원딜' 간 싸움이 나올 가능성도 조금은 존재할 듯하다. 이전부터 '비원딜' 활용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두 선수인 만큼 어떤 픽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바이퍼'는 EDG로 넘어간 후 확실하게 '정통파' 원거리 딜러로 자리 잡았지만, 이전에는 탈리야-야스오-블라디미르-가렌-소나 등을 가리지 않고 뽑은 선수였다.

위 이미지는 과거 '고스트-바이퍼'의 상대 전적이다. '비원딜' 중심의 메타 때도 두 선수 모두 숙련도 면에서 다른 원거리 딜러 선수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 번은 현 롤드컵에서 등장하는 루시안-드레이븐 픽으로 승부를 보기도 했다. 그런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9:13으로 '바이퍼'가 조금 앞서간다. 그 사이에 두 선수 모두 많은 이적을 경험하면서 성장했기에 이번 롤드컵 승부에서 봇 라인에 더 눈길이 가는 것 같다.



■ 눈물 머금고 올라온 롤드컵 결승전


LPL-LCK 1번 시드 간 결승전은 대진표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올라오는 과정 역시 쉬운 길은 아니었다. 두 팀 모두 4강에서 풀 세트를 벌였고, EDG는 8강에서도 RNG와 치열한 대결 끝에 올라왔다. 특히, EDG는 '스카웃-플랑드레'의 큰 기복이 드러나는 경기가 많았는데, 봇 라인에서 그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정신없는 경기마다 '바이퍼'가 봇 라인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담원 기아는 4강에서 마지막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2-3세트에서는 중요한 순간에 '고스트'가 끊기면서 기세가 T1에게 넘어가기도 했다. 결승으로 올라가는 무대에서 평범한 선수였다면, 자신의 실수에 따른 부담감에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스트'는 마지막까지 버텨냈다. 승강전부터 롤드컵 우승까지 정말 많은 경험을 해봐서 일까. 다전제에서 자신의 실책으로 탈락 위기를 맞이한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5세트를 승리로 마무리한 '고스트'는 뜨겁게 오열했다.



4강 마지막 모습에 관해 '고스트'는 "이번 롤드컵이 현재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인데, 패배로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승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랬다"고 말했다. 롤드컵 탈락과 결승 진출 사이에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을 듯하다. 나아가, '고스트'의 눈물에는 다전제 한 판 승리를 넘어 우여곡절 많았던 그의 프로게이머 인생이 녹아들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선수는 힘겹게 결승이라는 무대까지 올라왔다. 과거 두 선수는 팀 성적이 엇갈린 상황에서 만나곤 했다. '바이퍼'가 속했던 그리핀-한화생명e스포츠, 그리고 '고스트'가 활동한 bbq 올리버스-샌드박스 게이밍-담원 기아까지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시기에 LCK에서 대결했던 사이다.

그렇지만 어느덧 두 선수는 LPL-LCK를 대표하는 1번 시드 팀의 원거리 딜러 자리까지 올라섰다. 이제는 이전과 달리 지역 최고의 팀과 함께하기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그렇게 '고스트-바이퍼'에게도 롤드컵 결승전이라는 가장 멋진 성장기를 완성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

▲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2021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 일정

결승 담원 기아 vs EDG - 6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