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설립된 라이엇 게임즈의 서비스 작품은 게임들이라는 회사 이름이 무안할 정도로 오랜 기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단 하나뿐이었다. 게임 출시 이후로만 따져도 별개 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전략적 팀 전투',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2019년, 2020년에야 등장했으니 무려 10년가량 LoL 하나로 게임즈라는 이름을 채운 셈이다.


다르게 말하면 출시 초기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10년 넘게 최고 수준의 인기와 함께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라이엇 게임즈도 프랜차이즈 확장에 몸이 근질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다른 회사에 빗댄다면 너무 굼뜬 움직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급변하는 게임 생태계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여러 갈래의 게임을 뽑아내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니다. 새로운 게임은 오늘도 쏟아지고 잘나가던 게임은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잘 만든 게임 하나의 후속작, IP 활용작을 찍어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다.

그리고 대개는 이 프랜차이즈 확장이 모자라는 매출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되곤 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사랑받았던 게임은 인기가 시들기 전에 캐릭터, 이야기, 혹은 IP라는 용어를 앞세워 게임 제목만 건네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된다. 보통은 매출 성장세가 뚜렷한 모바일이 그 메인 플랫폼이 되곤 하고 심지어는 PC 버전의 성공 이후 곧장 모바일화, 그리고 그 후속작 역시 모바일로 선택하는 기업도 더러 존재한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가 LoL이라는 프랜차이즈를 확장해나가는 모습은 꽤 이질적이다.

MOBA라는 장르는 매 게임 플레이 자체에 집중하도록 디자인되어 스토리가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미 잘 짜인 배경을 가지고 올스타전 개념급으로 전개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등장 캐릭터의 이야기는 잘 만들어져봐야 피식 웃어넘길 수 있는 배경 설정 정도에 그치고 만다.

MOBA에서 스토리가 게임을 직접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대신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소모하도록 하는 창구 구실을 할 수는 있다. 그게 라이엇 게임즈가 LoL의 세계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LoL에 처음 17종의 챔피언이 등장한 이후 매년 수많은 챔피언이 추가됐다. 가장 최신 챔피언인 벡스를 기준으로 그 수는 157종에 이르렀다. 이 많은 수의 캐릭터 이야기를 사건의 흐름에 따라 엮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새로운 캐릭터의 추가해 담아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게 LoL의 세계인 룬테라 속 지역 구분이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룬테라 이야기부터 외주 개발사와 협력해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개발 퍼블리셔 라이엇 포지. 그리고 호평과 함께 시즌1의 막을 내린 '아케인'까지 여러 작품은 필트오버, 자운, 빌지워터, 프렐요드 등 각각의 지역과 그 지역 챔피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굳이 역사서처럼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필요 없이 핵심이 되는 챔피언들의 이야기만을 다루며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식이다. 그 덕에 새롭게 전개된 작품 속 이야기에 맞게 적당히 배경 설정을 수정해나갈 수 있고 챔피언 하나하나에 더 깊이 몰입할 수도 있게 했다.

특히 지역별로 구분되어 출시되는 게임의 개발을 여러 회사에 나눈 것도 이들을 개별 작품으로 봤을 때 꽤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

어드벤처 '누누의 노래'는 '라임'을 개발한 테킬라 웍스, 리듬 액션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러닝 뮤직 액션 '비트.트립'의 개발사 초이스 프로비전스가 제작을 맡았다. '시간/교차'의 더블 스탤리온과 '몰락한 왕'의 에어쉽 신디케이트 역시 각각 플랫폼 액션과 턴제 RPG 개발 이력이 있는 회사다. 그쪽 장르의 경험이 충실한 이들이 자유롭게 그 지역과 챔피언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아케인' 역시 단순히 액션과 독특한 아트를 넘어 등장인물들의 비극과 심리 묘사로 원작을 모르는 이들까지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렇게 각 게임이 그리는 지역별 전개는 LoL에서 스토리라는 허술했던 부분을 보다 탄탄하게 메우는 역할을 한다. 게임을 즐긴 플레이어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LoL로 자연스럽게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셈이다. 개별 작품의 성공을 바라기야 하겠지만, 그 개별 작품을 통해 기존 게임 팬들을 훌륭히 옮겨내는 식이 아니라 더 견실하게 붙잡기 위한 확장이다. LoL을 중심으로 넓어지는 외연적 영역과 반대로 확장 방향은 LoL로 유저를 다시 집중시키는 식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렇게 외부적으로는 퍼블리싱을 통해 룬테라 지역들의 이야기를 확장해나가고 내부적으로는 격투, MMO, 모바일 MOBA, 카드 게임, 오토 배틀러, 매니지먼트 시뮬레이션 등 LoL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장르로의 전개를 그린다. 여기에 글로벌 성과는 분명히 낸 '발로란트'에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하이픽셀의 '하이테일' 등 LoL 외의 게임 전개까지 해나가며 라이엇은 게임'즈'라는 이름에 맞는 회사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게임사에 손꼽을 흥행 게임을 쥔 라이엇 게임즈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10년처럼 앞으로의 10년을 유지만 할 수 있어도 되는 게 라이엇 게임즈다.

실제로 LoL의 과금 모델을 착한 과금으로 포장해 구현했던 게임들이 충분한 유저수를 확보하지 못해 실패하고 MOBA 파이를 나눠 가지려던 후발 주자들이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서비스를 마친 사례는 이미 차고 넘친다. LoL 하나의 타깃층만 노리고 이루어지는 프랜차이즈 확장을 제대로 흉내 낼 수 있는 게임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잘 나가는 LoL로 뱃머리가 향하는 프랜차이즈 확장을 섣불리 흉내 냈다간 이도 저도 아닌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전에 없던 길을 걷는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매출, 동시 접속자, 활성 고객당 매출 등 눈 앞의 숫자에 급급해 새 작품을 찍어내는 것과는 다른 방향성을 그리는 라이엇의 게임'즈'. 지금 전개 중인 프랜차이즈의 확장이 앞으로의 LoL과 라이엇이 나아갈 길을 다시 조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