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당신은 왜 접으셨습니까?


'70레벨이 되니 1렙업 하는데 한 세월, 내가 레벨업에 필요한 사냥터는 정해져 있는데 그곳은 같은 레벨대로 유저들로 넘쳐나고, 거대혈맹에 의해 완전히 통제 당하기도 일쑤. 용기를 내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보려고 했으나, 혹여나 사망해서 아이템을 떨어뜨릴까봐 안절부절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리니지2에 부캐를 키워야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접속을 해도 할 게 전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결국, 내 분신과도 같았던 리니지2에 안녕을 고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이야기에 얼마만큼이나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서버에 고레벨 유저들이 생겨나, 몇 몇의 거대혈맹을 이루고, 서버를 장시간 장악하게 되면 심각한 고착화를 야기하는 리니지2의 이러한 특수한 구조는 그것이 주는 재미와는 별도로 신규 유저들이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기존 유저들도 중도에 낙오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구조적인 단점 속에서도 출시한지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리니지1과 함께 항상 게임순위 탑10에 머무르는 괴력을 보여주었던 리니지2. 하지만, 2010년을 맞이한 지금 '오래된' 게임이라는 인식과 2008년 오픈베타를 시작한 아이온의 선전은 리니지2를 더 이상 과거의 화려했던 위상에만 안주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강한 자극제가 되었다.


최근 라이브 서버에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레야 업데이트 또한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고 다시 한번 국내 MMORPG 시장의 선두자리를 되찾기 위한 엔씨소프트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데, "유저들을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가서 변화의 복음을 전파하겠노라"라고 천명한 리니지2의 한재혁 기획팀장이상희 사업팀장을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엔씨소프트의 사옥에서 직접 만나보았다.



▲ 리니지2 한재혁 기획팀장(좌)와 이상희 사업팀장(우)





▶ 아이온의 출시로 인한 타격, 그리고 리니지2 개발팀의 고민


리니지2 변화의 가장 큰 동기를 부여했던 존재는 아이온이었다. 협력 관계이면서도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아이온의 출시로 인해 개발팀 내부에서는 "변화를 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위기의식이 생겨났고, 개발팀 스스로도 깨지 못하고 있던 "폐인 게임, 어려운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결정한 일은 오랜시간에 걸쳐 준비하고 있던 업데이트를 모두 뒤엎고 새로 만드는 것.


"개발팀에서 '한번 해보자'라는 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리니지2가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라는 이미지가 컸기에 그런 부분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장수 게임인만큼 엄청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었고, 잘 다듬기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레벨업은 솔로잉 중심으로 빠르게 하도록 했고, 고레벨에 근접하면 파티 혹은 혈맹 중심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업데이트 가장 큰 목표 중에 하나가 솔로잉 유저들을 파티플레이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었죠. 단순히 파티사냥터를 하나 만든다고 해서 파티플레이가 성행하지는 않거든요.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줄였습니다. 바로 사냥터에 진입해서 즐길 수 있게 되었죠."




▲ 지난 2월 3일 본서버에 업데이트된 '프레야'
신규 보스레이드를 비롯해 신규 사냥터와 리뉴얼 사냥터가 대거 추가되었다.




▶ 한 시간에 20레벨, 한 달이면 75레벨! 획기적으로 빨라진 레벨업


"초보 유저 구역을 상당히 정비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씩은 이벤트를 진행해서 레벨업도 돕고, 이벤트를 통해 랜덤으로 드랍되는 아이템들을 팔아 아덴도 벌고, 장비도 맞추게 했습니다. 이벤트에 나오는 아이템들이 고레벨들이 필요한 재료가 되거든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리니지2에서는 사냥할 때 버프가 매우 중요합니다. 70레벨까지는 NPC들에게서 이러한 버프를 받으면서 육성할 수 있도록 했고, 경험치 보너스 시스템 또한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휴식 경험치와 비슷한 형태의 시스템을 도입해 초반에는 경험치 보너스가 300% 정도 부여되도록 했습니다. 초보 유저들이 최대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했죠."



다른 유저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으면 경험치 보너스가 증가하는, 최근 프레야 업데이트를 기념해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도 그런 노력들의 일환이다. 과거에는 75레벨을 달성하기 위해서 몇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면, 지금은 하루에 3시간 정도 꾸준히 플레이하면, 한, 두 달 안에 75레벨을 찍을 수 있도록 조정되었다는 설명.


장비도 구하기 쉬워진 것은 마찬가지. 1레벨에서 20레벨까지는 안내에 따라 퀘스트 한, 두개 진행하면 한 시간 안에도 가능하며, 필요한 아이템을 대부분 지급할 정도다. 심지어는 S급 아이템도 플레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 프레야 프로모션 영상




▶ 통제는 이제 그만! 던전의 인스턴스화로 대중적인 레이드를 지향한다.


"카마로카 1일 인스턴스 던전도 꽤 인기가 좋습니다. 보통 하루에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 플레이하시 라이트 유저분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죠. 예전에는 대부분이 필드형 레이드라 직접 가보면 거대 혈맹이 차지하고 있어서 플레이하기 매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던전을 대부분 인스턴스화해서 그런 부분을 많이 해결했습니다. 현재 리니지2 유저분들의 대다수가 레이드를 즐기시고 계시고요, 노력만 한다면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렉을 동반했던 1700명의 안타라스 레이드를 기억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안타라스를 비롯한 용 시리즈 레이드 보스는 업데이트 때마다 꾸준히 개선되어 항상 높은 난이도를 유지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 또한 드랍되어 아직도 인기가 많은 편.

레이드시 먹자사건도 유저들의 자유도를 보장한다는 논리 하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월드 보스급 레이드만큼은 운영자가 적극 개입하여, 먹자 대상자를 제재하고 아이템도 정상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리니지2에 기존 일반유저, 고레벨 혹은 거대혈맹에 가입한 유저, 신규유저, 이렇게 세 유저 그룹이 있다고 볼 때 현재 리니지2의 고착화 상태는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다른 사람보다 장비는 좀 좋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면 더 높은 레벨을 달성하고, 더 좋은 장비를 착용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기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어렵기만한 게임이 아니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유저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누구라도 공성, 레이드에 한번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요. "




▲ "신규, 라이트 유저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곧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리니지2 한재혁 기획팀장




▶ 고착화 된 서버, 열리지 않는 전쟁, 해법은 서버대항전?


리니지2에는 축서버라고 불리우며, 항상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서버가 있는가 하면, 거대 혈맹이 오랫동안 장악해, 신규유저 유입이 거의 없는 일명 '저주' 서버도 다수 존재한다. 리니지2의 핵심 컨텐츠인 PvP, 공선전이 멈춰있다면 그것은 곧 게임을 즐길 목표가 사라진 것이나 진배 없는 일. 이에 리니지2 개발팀은 서버대항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한 서버가 다른 서버로 쳐들어 갈 수 있게 됩니다. 힘의 논리는 여전히 적용되며, 승패에 따라서 이익과 불이익이 있을 거예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올해 안에 구현될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리니지2의 PvP 컨텐츠에 활기가 다시 돌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오해하시는데, 이제는 캐릭터가 죽어도 아이템을 잘 드랍하지 않습니다. PK 수치가 높지 않다면 '아예'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레이드나 공성전에서 '죽는 것'에 대한 부담이 좀 더 줄게 되었죠."




▲ "올해 업데이트될 서버대항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리니지2 이상희 사업팀장





▶ 유저 여러분, 많이 준비했습니다. 리니지2로 돌아오세요.


인벤에서도 리니지2 경력이 굵은 기자들이 함께 참석했던 터라, 리니지2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인터뷰 내내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캐릭터 육성 시간이 단축되었다는 답변을 들을 때는 마치 제 일처럼 기뻐하며 리니지2 복귀 의사를 진지하게 드러내기도. 리니지2 한재혁 기획팀장과 이상희 사업팀장은 리니지2에 다시 돌아온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강조하며, 유저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한재혁 기획팀장 - 새로 오신 분들, 혹은 복귀 하시는 분들 모두가 리니지2에서 지존의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리니지2 성주 한번 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셨던 유저분이시라면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업데이트에 실망하셔서 떠난 유저분들도 많으신데, 현재 리니지2 개발팀 전원이 '유저분들이 만족하실 때까지'라는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항상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희 사업팀장 - 쉬워졌다고 해서 마냥 쉬워진 것은 아니며, 깊은 맛을 내는 리니지2 시스템의 근간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닙니다. 즐길거리는 더욱 많아지도록 했고, 편의성을 보강해 하루에 두, 세시간 접속하시는 라이트 유저분들도 충분히 그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작년에 많은 준비를 한만큼, 올해 기존 업데이트 규모의 2,3배 만큼의 컨텐츠가 선보여질 예정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