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들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작게는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기부를 하는 것부터 크게는 동남아나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주거공간을 개선해주는 등의 활동이 떠오를 겁니다. 가장 직관적이기 때문이죠.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걸 요지로 삼고 있죠. 그렇다면 게임사는 어떨까요. 국내 게임 산업은 요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IT 업계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 등을 선도하기까지 하고 있죠. 이에 국내 게임사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넥슨은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 중 하나입니다. 국내 최초로 어린이 종합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통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넥슨작은책방, NYPC, 넥슨컴퓨터박물관 등 다양한 활동들을 병행하고 있죠. 넥슨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들에게 사회공헌활동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넥슨재단 황병준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명감? 그저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 넥슨재단 황병준 팀장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넥슨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황병준이라고 합니다. 어린 친구들의 교육, 놀이 등을 담당하는 플레이노베이션이란 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노는 걸 원래 너무 좋아해요. 게임도 엄청 좋아하고요. 그런데 예전에 넥슨에서 브릭 가지고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어린 친구들하고 같이 장난감 가지고 노는 그런 자리에 참가했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해서 넥슨재단에서도 그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넥슨에서 하던 그게 첫 번째 계기가 된 거겠네요.

아, 그건 아니에요. 넥슨에서 넥슨재단으로 간 계기가 된 건 맞지만, 그보다 먼저 이런 활동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따로 있거든요. 전 사실 반도체를 개발하는 공기업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지인이 아프리카에서 숯을 만드는 봉사 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신기했죠. 아프리카면 어디든 나무가 있을 거 같은데, 숯이 왜 필요하지 싶었어요. 알고 보니 아프리카 인구가 늘어나면서 불을 때거나 하려고 벌목을 해서 이제 나무가 귀해졌다는 거에요.

근데 숯은 나무보다 더 오랫동안 타잖아요. 그래서 나무를 대체하기 위해 숯을 만드는 기계를 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활동을 한다는 거였어요. 그걸 듣고 뭔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나도 이런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후로 조금씩 봉사활동을 하긴 했는데, 이전 직장에서는 그 이상은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넥슨으로, 그리고 넥슨재단으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그게 직업이 된 거잖아요. 뭔가 사명감이랄까 그런 게 생겼을 것 같아요.

사실 편의점에서 일하든 공사장에서 일하든 그 일들이 제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도 제가 지은 집에서 나중에 누가 사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일 할 때도 재미있게 하고 잘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제가 하는 사회공헌활동 역시 다르진 않거든요. 제가 일을 하면 누군가는 즐거워져요. 이벤트 같은 거면 잠깐 즐거운 정도지만, 지속적인 활동은 오래도록 그 즐거움이 이어지죠. 그런 측면에서 사명감보다는 모두가 즐거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것 같아요.


일반 회사에서 이직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게임회사의 사회공헌활동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회사들이 하는 일들이 되게 다양하잖아요. IT업계의 경우 뭔가 가상의 것들을 만드는 일들을 많이 하고요. 특히 그중에서도 게임사는 재미있는 가상의 것들을 만들어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보통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하면 그 회사에서 잘하는 것들을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넥슨에서는 NYPC 같이 코딩 관련 지식을 나눌 때도 있지만, 넥슨재단을 대표하는 사업이라고 하면 역시 어린이재활병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좀 더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그런 활동이 특색이라면 특색인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회공헌활동이 있으시다면?

케냐의 키베라라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 있는데, 그쪽 파트너가 있어서 일하러 한번 가봤었어요. 거기서 카메라 하나 들고 일하는 것도 기록하고 환경이나 이런 것들을 기록하는데 카메라만 들고 있으면 애기들이 막 쫓아와서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막 쳐요. 자기 찍어달라고. 그 자체가 너무 즐겁고 그렇거든요.

어디 가서 어떤 프로젝트를 해도 준비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출장을 가면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걸 대상으로 이벤트를 준비하니까요.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가거든요. 준비는 이틀 내내 밤새서 하는데, 네 시간 여섯 시간 하고 끝나니까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인종도 다르고 외지에서 왔고 입고 있는 옷도 다르고 해서 처음에는 무서워하는데 끝날 때 보면 다 와서 안아주기도 하고, 악수하고, 사인해달라고 하기도 해요. 그런 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끝날 때의 그 모습. 너무 즐겁고, 한 번 더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팀원이 5명이라고 들었는데 인원이 적어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저희가 인원이 5명밖에 안 되고 실제로 그래서 한 명이 한 사업만 담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좋은 파트너들하고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같은 경우는 푸르메재단 분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그리고 넥슨코리아, 넥슨 사회공헌팀도 많이 도와주시고. 또 NYPC는 개발팀에서도 많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외부 파트너들도 많이 있는데 몽골에서 일하시는 Gerhub라는 단체도 같이 하고 있고 국내는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저희가 많이 부탁하기도 하고 또 그쪽에서도 저희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오늘도 힘냅니다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보람됐을 때는 언제였나요?

몽골의 학교 같은 데서 새로 도서관이든 이런 걸 리뉴얼하는 행사였고, 거기에서 이용하는 그 지역 학생들 데리고 그림도 그리고, 모자이크도 하고, 이런 활동을 했는데 끝나고 나서 다시 한국에 들어오고 그 친구 중에서 한 명이 저희가 가져갔던 재료들이 있잖아요. 장난감도 있고 모자이크 하는 그림 재료들도 있고 그런 것들. 그런 것들을 빌려달라고 요청을 한 거예요. 자기는 그날 행사했던 게 너무 좋았고 그걸 통해서 '자기는 뭐든 할 수 있다'고 그런 생각을 했었나 봐요.

엄청 커요. 무슨 박스가 이삿짐 박스 두 개만 한 데, 그 두 개를 가지고 원래 태어났던 지역에 가서 거기에 있는 아이들을 모아놓고서 그런 걸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되게 의미 있는 일이었구나. 일부 친구들한테는. 그렇게 한두 명한테만 의미 있어도 힘들고 잠 못 자도 꽤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 계속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서 아직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회사마다 필요한 역량이 다르잖아요. 그렇다면 사회공헌활동에는 어떤 역량이 요구되나요.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영리가 목적이잖아요. 근데 사회공헌활동은 돈을 못 벌어요. 여기서 약간 딜레마가 생기는 거죠. 그런데 그걸 제외하면 사실 크게 다르진 않아요. 게임사를 예로 들면 유저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면, 그 목적에 따라 여러 창의성을 발휘하고 기획을 하잖아요.

사회공헌활동도 그런 면에서는 비슷해요. 이쪽 분야 역시 최신 트렌드가 있고 예전과 달리 환경이 달라진 것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똑같아요. 다만, 한 가지 한 가지, 목적이 달라요. 저희는 영리를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보니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그럼 뭘 추구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답은 진정성이었어요. 다른 분들도 사회공헌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여러 역량은 기르는 건 물론이고, 명확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회공헌활동 그 자체가 기업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사실이에요. 아무리 좋은 활동을 해도 아무도 모르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넥슨의 사회공헌활동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가치가 있다면?

넥슨이라는 저희 회사 이름이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축약어로 넥슨인데, 그래서 저희 사회공헌활동뿐만 아니라 저희 넥슨의 산업활동들이 다 다음 세대들을 위한 활동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희 넥슨재단에서도 하는 활동들은 물론 지금 세대도 중요한데 다음 세대,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경험. 아니면 환경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 같습니다.


NYPC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인 동시에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회공헌활동인 동시에 회사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활동 목적,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우리가 잘하는 걸 나누는 데 있거든요. 저희가 게임사다 보니까 코딩이란 이런 개발 능력은 물론이고 노하우를 쌓은 게 있는 만큼, 그런 경험이나 사례를 공개하고 나누는 게 NYPC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넥슨만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넥슨재단에서 추구하는 그런 방향성, 그리고 앞으로도 해야 할 건 저희가 잘하는 걸 나누는 거라고 생각해요. NYPC, 저희 코딩 잘하시는 분들 많고 인원 많으니까 그런 다양한 사례 기술도 나누고. 보더리스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저희가 가진 지적 재산권들, 그걸 자유롭게 예술가 분들이 활용할 수 있게 나누고. 그리고 게임, 너무 즐겁잖아요. 그 즐거움을 나누려고 하는 것들이 어린이 재활병원, 플레이 이노베이션, 작은 책방 이런 것들. 저희가 나름 그래도 잘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걸 열심히 사회전반적으로 나누려고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