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노동환경이 대기업 위주로 개선되고 있다. 중소 게임 개발사는 경영난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게임산업 노동환경 양극화가 숙제로 남았다. 노동조합은 개발자 건강 문제를 주목했다.

2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게임 업계 종사자 중 상용직은 전체의 98.3%, 그중 정규직 98.8%로 조사됐다. 계약 방식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이 97.3%로 나타났다. 게임산업은 다른 콘텐츠 분야에 비해 정규직 비중이 높아 고용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프로젝트 중단 또는 팀 해체 시 예상되는 조치에 대한 응답을 보면 권고사직(17.9%), 해고(4.9%), 대기발령(10%),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전환배치(24.6%), 본인 의사에 따라 회사 내 기존 팀이나 새 조직 합류(42.3%) 등으로 나타났다. 1년 미만 신규 인력(24.9%), 10년 이상 시니어(26.9%), 그래픽 직군 종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게임사가 전체 82.5%로 조사됐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의료비, 식비, 문화체육 오락비, 교통비 등에 대한 지원 비율이 상승했다. 교육훈련 경우 300인 이상 기업 소속 종사자의 경우 46.4%가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훈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평균인 22.7%에 비해 높았다.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2020년 평균 노동 시간은 주 평균 42.7시간, 주 52시간 초과 비율 0.9%, 재택근무 비중 36.2% 등으로 나타났다. 2019년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주 평균 노동시간은 3.8시간, 주 52시간 초과 비율은 14.5%p 감소했다. 콘진원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 또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일감 감소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


게임 업계 특유 집중 초과근무 관행 '크런치 모드(crunch mode)' 경우 23.7%가 최근에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크런치 모드가 진행되면 평균 7.5일 지속됐다. 길게는 일주일간 52.9시간, 한 번에 25.4시간 동안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크런치 모드 이후 휴식은 대체로 보장되는 것(70.7%)으로 나타났다.

일에 대한 만족도는 전체 평균 100점 만점에 59.2점으로 나타났고, 작업환경의 안정성(61.5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반면, 임금수준(56.5점)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만족도는 회사 규모에 따라 달랐는데, 전반적으로 소규모 사업체 소속 종사자들에게서 특히 임금수준, 워라밸, 복리후생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중소규모 사업체(50∼99인)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일의 즐거움, 공정한 대우 등의 항목에서 대기업 또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에 비해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에 대한 미래 전망을 살펴보면 향후 5년 뒤까지 현재 직업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해서는 90%가 가능하다고 응답하여, 2019년 조사결과(62.7%)에 비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40대의 경우 지속가능전망이 가장 낮았고(80%), 중소 사업체(5∼99인)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부정적 전망이 강하여, 이들 중 27.3%가 3년 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전체 이직의향 평균 15.5%). 이직의향의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47.1%)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이에 대해서는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들의 응답률이 높았다(81.8%)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종사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업무 강도, 크런치 모드, 임금수준, 고용안정성, 생산성, 휴가 일수, 휴가 사용 가능성 등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종사자들은 대체로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하여 임금, 고용안정성, 휴식 등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향상되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늘어나고, 크런치 모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보수가 늘어난 정도가 낮았고, 특히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들의 경우 재택근무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 임금·보수, 업무 강도, 노동시간, 고용안정성, 구직 또는 경력 유지 및 발전 기회 부분은 오히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에는 긍정적 영향을 준 반면,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체에는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콘진원 측은 "기술혁신 및 생산 환경 변화가 게임 산업 노동환경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일례로 상용 게임엔진 보급은 게임 생산기술 및 제작 플랫폼의 표준화를 가능케 하고, 1인 개발 및 스타트업의 업계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었으며, 수익 모델이나 마케팅, 기획 등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생산 관행을 바꾸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 기회의 측면 외에 도, 특정 세대나 특정 직군 종사자들을 취약하게 만들 여지도 있는 설명이다.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콘진원 조사에 "아직 업계 전체로 보면 포괄임금제가 다수이고, 그런 이유로 근로시간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 곳이 많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의 평균을 따지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건강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대체로 상황이 괜찮은 대기업에서도 고강도 노동이 몇개월 동안이나 유지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청년이 대부분인 업종에서 건강문제를 경험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진원 조사에서 건강 관련해 2020년 건강 문제를 한 가지라도 경험한 비율은 92%에 이르렀으며, 해당 건강 문제의 일과의 관련성은 평균 91%로 조사되었다. 종사자들은 주로 두통, 눈의 피로, 상지 근육통, 요통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