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주 전, 대략 1월 초중반에 한 지인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는 이미 수 천 시간을 몬스터헌터 시리즈에 심취해있던 프로 헌터였으며, 가장 최신 시리즈를 즐기면서도 구 시대 타이틀도 가끔은 병행하는, 말 그대로 헌터 그 자체였다.

"이번에 몬헌 라이즈 PC로 나오던데, 할 만 합니까?"

문득 나는 그 상황에서 답변을 주기 애매했다. 아무리 월드-아이스본 시절의 PC 버전을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비록 PC 버전의 체험판이 있긴 했지만 체험판에서 완벽하게 보여줄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월드-아이스본'을 경험해 본 상황이라면, PC 버전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줬다. 어떤 무기부터 시작하냐고 할 때는 주저 없이 수렵적과 태도를 추천했다.

▲ PC 버전은 건랜스로 할 거라고 하니까 날카로운 일침을 해 온 다른 프로 헌터

필자는 스위치 버전에서 충전 도끼만을 사용하면서 최종 수렵까지 마쳤다. 외길을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뿌듯했다. 그래서 PC 버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질문을 받아보니 문득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과연 "PC 버전의 라이즈는, 선뜻 추천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월드-아이스본을 통해 몬스터헌터를 처음 입문한 사람들, 그리고 '라이즈'를 스위치에서 했던 사람들과 프로 헌터들 모두에게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다잡고 '몬스터헌터 라이즈'의 PC 수렵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험"이었다. 이 수렵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 1. 그래픽의 향상과 최적화에 따른 경험의 증진

▲ 이 웅장한 로딩 속도와 21:9 화면을 보라

몬스터헌터 시리즈는 게임 특성상 플레이의 흐름이 끊길 일이 꽤 있다. 기본적으로 수렵을 진행하는 동선의 문제다. 마을에서 이야기를 듣고, 퀘스트를 수주하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 아이템을 체크하고 수렵에 나선다. 수렵에 나서며 사냥터로 가는 과정에서 '로딩'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마을에서 떠나 사냥터로 향할 때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꽤 긴 로딩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길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워낙에 PC(SSD 설치 시)에서의 로딩이 빨라서 스위치 버전의 1분이 채 안 되는 로딩이 매우 길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몬헌 월드와 아이스본에서도 어느 정도 있던 현상이다. 이 때문에 콘솔과 달리 pc버전에서는 매우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특히나 콘솔 유저들도 간혹 몬스터헌터를 ssd에 깔기도 했을 정도로 로딩은 민감한 사항이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경험은 '휴대성'에 맞춰진 몬스터헌터의 경험이었다면, 몬스터헌터 라이즈 PC버전은 말 그대로 최적의 환경에서 플레이하는 '수렵'의 감각을 극대화한다. 사양의 향상은 결국 경험의 향상을 가져온다.

로딩과 최적화 뿐 아니라 그래픽에서 이런 부분이 두드러진다. 울트라 와이드 화면의 지원과 4K 해상도, 그리고 60프레임 이상의 하이프레임 레이트 지원과 각종 그래픽 옵션으로 스위치와는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 고해상도를 적용하면, 디테일이 확실히 살아난다.

한층 더 실감 나는 몬스터의 모습은 물론이며 스위치 버전에도 적용될 예정이지만 몬스터헌터 라이즈 특유의 한글 폰트가 적용되어 스위치판보다 훨씬 더 잘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NPC들이나 세계를 둘러볼 때도 스위치 버전에서는 다소 뭉개졌던 그래픽들이 세심하게 살아났다..

다만 '몬스터헌터 라이즈'의 그래픽 자체는 월드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의 이펙트나 밧줄 벌레의 이펙트 등을 볼 때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스위치 버전을 잘 즐긴 유저라면 이런 호불호가 적은 편일 거고, 오히려 pc에서 더 깔끔해지고 훌륭해진 모습을 보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본다.



이유 2.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조작계"


닌텐도 스위치의 최대 약점이자 단점,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조이콘'을 꼽을 수 있다. 휴대용 기기에서 분리할 수 있는 조이콘은 일종의 소모품이며, 심심치 않게 고장도 발생한다. 물론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몬스터헌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아무래도 휴대성에 맞춰야 했기에 조작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결국 조작의 경험이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괜히 닌텐도 스위치 조이콘에 붙이거나 달 수 있는 악세사리가 여럿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프로콘'이라는 전용 조작 기기가 있는 게 아니다. 물론 프로콘을 통한 조작은 꽤 좋은 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그렇지만 스위치판에서도 간혹 다른 컨트롤러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주변 지인들도 적지 않았다.

▲ 약간 논란은 있지만 '키보드-마우스'의 지원은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PC 버전은 다양한 컨트롤 방법을 지원한다. 닌텐도 스위치 프로콘을 포함해 만인이 인정하는 XBOX 컨트롤러, 그리고 PS의 듀얼 쇼크와 센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PC 컨트롤에 특화된,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한 조작까지 지원한다.

실질적으로 액션 게임에 있어서 조작감은 매우 중요한 고민 요소다. 어떤 조작이 편리하고, 어떤 조작이 불편한지는 '적응한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필자도 키보드 마우스 조작을 어느 정도 할 줄은 알지만, 몬스터헌터는 역시 손에 패드를 쥐고 하는 게 편하다. 반면에 필자의 지인은 "대체 패드로 어떻게 몬헌을 하는 거냐"라고 할 정도로, 키보드-마우스 조작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그만큼 PC 버전이 '다양한 컨트롤러'를 지원한다는 점은 "사용자에게 맞는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컨트롤러'로 하는 몬스터헌터의 수렵 액션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위치 버전에 적응을 해서 패드 컨트롤이 자신 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키보드-마우스로 조작을 해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키보드-마우스 조작이 더 익숙할 테니까. 그리고 이러한 키 컨트롤을 꽤나 자유롭게 설정해둘 수 있기에, 본인이 원하는 조작을 찾고 '최적의 조작 경험'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유 3. 한 번에 오픈된 콘텐츠, 그리고 차기 확장팩을 위한 준비?

▲ 각종 이벤트 퀘스트와 업데이트 된 몬스터들도 다 풀려있다.

순차적으로 오픈되었던 '몬스터헌터: 월드'의 PC 버전 포팅과 달린 라이즈의 PC 포팅은 시작부터 닌텐도 스위치와 동일한 선상에 선다. 즉, 스위치 유저들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순차적으로 즐겼던 거의 모든 콘텐츠가 '개방'되어 있는 상태다.

즉, 지금은 모든 것이 오픈되어 차근차근 하나둘씩 즐길 콘텐츠가 많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들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양면적인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스위치에서 플레이해 본 유저들에게는 그저 반복적이게 다가올 수 있다. 하나 더 걸리는 점은 실질적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신규 추가 몬스터는 없다 보니 좀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극한의 수렵 경험을 제공하는 몬스터라 할 수 있는 '주인 몬스터'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평가가 많다.

그렇지만 이에 다가가기 위한 파밍 과정과 콜라보레이션 등 각종 기타 콘텐츠들이 많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수개월에 걸쳐 파밍하고 수렵했던 몬스터들이, 나름 체계가 잡힌 대로 수직 상승 구도를 만들어두어 파밍-수렵의 과정이 짧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취식과 배변에 쓰는 시간 외에 모두를 몬헌에만 투자하면 몇 주도 걸리지 않아 파밍이 끝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양 플랫폼 '동시 출시'는 꽤 의미가 크다.

그리고 이렇게 파밍한 요소들은, 향후 여름에 출시될 '선브레이크' 확장팩을 준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스위치 버전과 PC 버전의 진도를 맞추어, 월드-아이스본 처럼 네 달이라는 간격을 두지 않고 같이 오픈하는 과감함을 결정했으니 말이다.

조금씩 새 정보를 공개해나가고 있는 선브레이크를 기다리면서, 라이즈에 등장하는 다수의 몬스터를 잡고 익숙해지면서 '프로 헌터'로서 거듭나는 과정을 즐길 수도 있다.



"스위치로 했더라도, 하지 않았더라도 PC버전 라이즈는 할만하다"


여담이지만, 다소 몬스터헌터 라이즈에 부정적이던 주변 지인이 한 명 있었다. 월드-아이스본을 거의 2천 시간 이상 플레이한 초 고인물 헌터였는데 라이즈를 보고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었다.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판에서도 결국 라이즈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PC버전이 출시되고 잠시 연락이 두절됐다.

5일 뒤 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이미 고룡 파밍을 마치고 발파루크 수렵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시 사라졌다. 그렇게 내 지인 한 명이 또 카무라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있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다른 헌터도, 이미 지금 테오-테스카토르와 면담을 하고 있더라. 괜한 걱정이었다.

사실 주변에 프로 헌터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모두가 PC버전에서 다시 수렵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필자가 개인 사정으로 가장 늦게 진입한 축에 속할 정도다. 구구절절 무엇이라고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미 스팀에 '플레이 중' 메시지가 떠있는 걸 보고 조금은 숙연해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들은 그저 뉴비 헌터를 도와주면서 그 모습만 봐도 흐뭇해서 세 끼 밥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따로 영업을 할 필요조차 없었고, '스위치에서 했는데 PC 버전에서 또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아무래도 월드와 다른 핵심적인 변경점이 있고, 휴대성용 콘솔인 '스위치'에 맞춰져 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밧줄 벌레라는 새로운 요소와 방어구의 개편, 그리고 장식주 및 호석 시스템 등 파밍에도 변화가 있었고 평화와 얌전함의 상징인 테오-테스카토르도 난폭해지고 몬스터의 패턴도 변화가 있었다.

아무래도 스위치 버전에서 다소 콘텐츠 업데이트가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보니 PC버전에 이르러 구매를 망설이는 유저들도 많았을 거라고 본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그리고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은 그 점이다. '스위치'에서 몬스터헌터 라이즈를 꽤 오래 즐겼는데, PC 버전의 구매를 망설이는 헌터. 개인적으로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라이즈에 관심도 없던 월드-아이스본 만 플레이한 유저들도, PC 라이즈에 관심을 갖거나 진입을 하려는 매력적인 모습이니까.

사실 크게 변한 건 없다. 개발팀에서 공개한 영상대로, 영상에 나와있는 모든 게 전부다. PC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도 없다. 그렇지만 'PC만의 차별화된 경험'은 정말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쾌적하고 즐거운 수렵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좀 더 사실적으로 변한 몬스터와 사냥터, 그리고 60프레임 이상으로 경험하는 정교한 액션과 히트 박스의 섬세함은 개발팀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몬스터헌터 라이즈'의 모습을 담아낸 모습이다. 그렇기에 '최적의 수렵 경험'을 원하는 헌터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PC버전이 제공하는 최적화된 경험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