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내 게임시장을 '정화(淨化)'하는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이후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을 현재까지 중단한 상태다. 판호 발급 중단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중국 게임공작위원회가 미성년자 보호, 중국문화 확산 등을 이유로 심사규정을 재정비하는 중이라 밝힌 정도다.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 내 전문가 의견을 빌려 "중국 당국은 관리감독이 힘들고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수많은 써드파티 서비스 업체들의 자진폐업과 사업청산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중국 당국이 게임시장을 정화하여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중국 게임사들은 자국 내 판호 발급이 중단되자 해외(중국 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21년 중국 게임사가 해외 지역에서 거둔 매출은 약 1,145억 위안(약 22조 원)이다.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게임 전 세계 매출 상위 3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왕자영요', '원신'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 산하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와 크래프톤이 공동개발했고, 왕자영요는 텐센트 산하 티미 스튜디오, 원신은 미호요 작품이다.

중국 내 중소 게임사는 판호 발급이 막히자 생존하기 위해 H5 게임과 미니게임 개발에 집중했다. 보통 판호는 인앱 결제를 위해 필요하다. H5 게임과 미니게임은 인앱 결제 없이 광고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중소 개발사 우수 인력은 게임업계를 떠나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새로운 게임분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텐센트 등 대형 게임사는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텐센트 2021년 연구개발 투자액 비중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판호 발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질 게임 제작 및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년 중국 게임산업 네 가지 키워드를 △글로벌 시장 정조준 대작게임 개발 △메타버스 시대, 게임의 진화 △애국 소비 속 시뮬레이션 게임과 IP 기반 게임 강세 △항저우 아시아게임 계기 e스포츠 관심 집중으로 꼽았다.

메타버스에 대해 콘진원은 중국 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메타버스 산업이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고 구축되어야 하며, 메타버스 열풍에 편승한 사기 및 투기 행위를 근절해 시장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2021년 말 중국에서 메타버스 상표권을 신청한 기업은 1,692개이고 이들이 신청한 상표권은 11,40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최종 승인한 사례는 아직 없다. 텐센트가 신청한 'QQ 메타버스', '티미 메타버스'도 심사 단계다.

중국 90년대생과 00년대생이 자국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해외 게임사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이들은 더이상 서구문화를 선망하지 않고, 게임 콘텐츠 배경이 되는 동양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콘진원은 "결국 압도적인 퀄리티를 갖추지 않은 이상, 중국 내에서 외국 게임이 우위를 점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게임 비즈니스 활성화와 교류 확대를 기대한다. 2022년은 한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 중국은 가을 당대회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연장을 앞둔 중요한 해이다"라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한국과 중국 최고 정치지도자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문화콘텐츠 교류와 게임산업 비즈니스 활성화는 당연히 뒤따라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