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캡콤
퍼블리셔 : 캡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장르 : 서바이벌 호러
발매일 : 2010년 3월 4일(Xbox360) / 2010년 3월 9일(PS3)
언어 : 영어, 일본어
심의 : 18세 이용가



Lost in Nightmare에 대해…….


바이오하자드 5의 챕터 3-1에는 크리스가 잠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B.S.A.A 소속인 크리스와 질이 웨스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스펜서의 저택에 잠입하는 장면인데, 마지막에 질은 웨스커와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된다. Lost in Nightmare는 그 일련의 과정을 게임화한 것이다. Xbox360은 다운로드 컨텐츠로 발매되었고, PS3은 Lost in Nightmare뿐만 아니라 다른 추가 컨텐츠도 다수 수록한 완전판 디스크 형식으로 발매되었다.


▲ 유럽본부가 지휘하는 이번 작전의 목적은 스펜서의 체포. 그러나 크리스와 질의 진짜 목적은 웨스커의 정보.


▲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하면 질 발렌타인 선택 가능


▲ 웨스커!



바이오하자드 1의 추억


서바이벌 호러라는 독특한 장르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온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1996년 3월 22일 바이오하자드 1편의 등장 이후, 벌써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중학교 2학년 어느 여름날. 친구 따라 우연히 들른 게임매장에서 바이오하자드를 보았고, 그 후 내 용돈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사기위한 비자금으로 변모했다. 바이오하자드 1의 대성공으로 인해 게임업계는 바야흐로 호러게임 붐이 일게 된다.


아직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좀비의 모습. 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무섭다는 감정을 느꼈던 때. 그리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래픽 역시, 마치 내가 실제로 문을 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바이오하자드와 인연을 맺고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내일 모레 30살이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세월 참 빠르다.


▲ 당시 게임을 즐기신 분이라면 이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PS1의 단점이었던 긴 로딩시간을 보완해준 멋진 연출




계속되는 성공, 그리고 아쉬움


바이오하자드 1이 대성공을 거두고 약 2년 뒤, 1998년 1월 29일에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2 역시 승승장구 했다. 그 해 8월에는 듀얼쇼크와 대응되는 버전도 발매되었는데 진동모터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손맛이 호러게임과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이때부터 호러의 느낌이 많이 퇴색되어 전작의 팬들로부터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미는 보장했지만 호러물이라기 보다는 액션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후 등장한 바이오하자드 3 역시 호러 요소는 많이 줄어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바이오하자드 5에 새롭게 추가된 에피소드 Lost in Nightmare는 본편과는 확 달라진 분위기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1시간 내외의 짧은 플레이타임은 아쉬웠지만, 400Msp(약 5,500원)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납득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새롭게 바뀐 바이오하자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 바이오하자드5에서 새롭게 추가된 협력액션.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액션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졌다


▲ 질이 피아노를 연주해 숨겨진 문이 열리는 장면



14년 뒤에 찾은 양관의 모습


게임에 대해 짚어보면, 바이오하자드 1의 첫 무대였던 양관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HD그래픽으로 표현된 양관의 모습은 훌륭하다. 혈흔이 뿌려져 있는 바닥, 천둥번개가 치는 밤, 유리창이 깨지는 연출,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포효 소리 등 모든 환경이 호러 장르에 걸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14년 전, 바이오하자드 1에서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 느낌이랄까. 그토록 그리워했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즐거움이란 말할 것도 없다.


문을 여는 연출도 예전의 감각을 그대로 살리면서 한층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문을 여는 모습과 함께 주변 환경도 그대로 표현, 바이오하자드 1에서 “마치 문을 여는 것 같았다” 라고 표현했다면 Lost in Nightmare에서는 “진짜로 문을 열고 있다”는 느낌. 특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 화면을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해 바이오하자드 1의 향수를 더욱 자극한다. 그리고 다음 장소로 넘어갈 때 화면이 계속 이어져서 그런지 흐름이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 원더풀!


▲ 밖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있다. 사진 왼쪽 초상화는 스펜서


▲ 문을 열 때 잠깐 동안 1인칭 시점으로 바뀐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


전투 부분은 자잘한 적들을 일절 배제하고 중간보스급 몬스터인 광기의 파수꾼 하나만을 등장시켰다. 등장하는 적의 종류가 단조롭다면 지루해지기 마련. 그러나 단 한 번도 광기의 파수꾼과 싸우는 게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왜일까? 캡콤 제작진은 극단적인 전투 레벨디자인으로 이를 멋지게 극복해냈다. 세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 광기의 파수꾼의 약점은 어깨에 달린 혹



첫째. 광기의 파수꾼과 마주치는 지점이 랜덤하다.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무기 위치까지도 랜덤이다. 게임을 한 번 클리어 했더라도 앞으로의 게임 진행을 예측할 수 없다면 긴장감은 고조되는 법. 이는 게이머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훌륭한 장치가 되었다. 덕분에 지인들과 가끔 CO-OP(협동 플레이)을 해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게 가능해졌다.


둘째. 광기의 파수꾼과의 전투는 항상 비좁은 통로에서 이루어진다. 넓은 공간에서 이동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싸울 수 있다면 긴장감은 줄어들기 마련. 게임 내에 등장하는 맵은 저택. 지하 수용소, 자하 미로, 총 3가지이며 모두 좁은 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플레이어는 좁은 통로에서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전투를 펼쳐야만 한다. 만약 공간 활용에 실패한다면 광기의 파수꾼이 휘두르는 거대한 무기의 제물이 될 것이다.


셋째. 광기의 파수꾼의 엄청난 공격력. 녀석의 공격 패턴은 크게 3가지다. 무기를 들어 올려 내려찍기, 좌우로 휘두르기, 그리고 잡기다. 무기 공격들은 거리를 최대한 벌려 피해야 하는데 좁은 통로에서 2명이 함께 싸우다 보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이 점은 금방 적응되므로 패스. 가장 문제인 잡기는 플레이어를 잡아 들어 올리는데, 이 때 HELP상태가 되고 파트너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대로 게임오버. 도와주더라도 광기의 파수꾼과 거리가 밀착된 상황이라 재빨리 떨어져야 한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주변 환경의 핸디캡을 잘 이용해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연출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 광기의 파수꾼과 싸우는 장소는 언제나 비좁다


▲ 잡혀버렸다. HELP 상태!


▲ 파트너가 빨리 도와주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주면 무릎을 꿇어버리는데, 이때 어퍼컷으로 추가타 가능!




차기작을 기대하며


초대 바이오하자드의 가장 중요한 컨셉이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바로 ‘순수한 공포’다. 나는 Lost in Nightmare를 즐기면서 잠시나마 그것을 느꼈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거대한 적과 싸우는 공포. 주변 환경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발전된 하드웨어 성능을 이용한 섬세한 연출. 모든 요소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나의 오감을 즐겁게 했다.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로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둔 바이오하자드 1. 그리고 그 성공을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것은 호러가 아닌 액션성의 발전……. 물론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나는 바이오하자드 1에서 느낀 ‘순수한 공포’가 그리울 뿐이다. 그래서 Lost in Nightmare는 바이오하자드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순수한 공포’를 느끼게 해줄 새로운 바이오하자드를…….

▲ 이런 분위기로 차기작이 나오길 기다리는 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인벤 객원필진 - 복권추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