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같은 8세대 콘솔로 불리는 PS4, Xbox One 등과 비교해 낮은 성능에 PS5니 XSX니 하며 다음 세대 콘솔이 출시된 지도 1년이 지난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닌텐도는 후속기기의 윤곽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여전히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팬들의 관심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죠.

성능상의 단점을 뛰어넘는 닌텐도 스위치의 강점은 탄탄한 독점작, 그리고 자유롭게 거치형과 휴대용을 넘나드는 플레이에 있습니다. 닌텐도는 거치형 콘솔과 강점을 가지던 휴대용 콘솔 생태계를 하이브리드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로 통합하는 움직임 역시 이어가고 있고요.

두 갈래로 나뉜 닌텐도의 콘솔 구조를 닌텐도 스위치 하나로 통합한 데는 조이콘의 역할이 컸습니다. 기기에서 분리된 컨트롤러는 모션 센서를 통해 별도의 카메라 없이도 닌텐도 Wii 컨트롤러처럼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잡아냈습니다. 또 충분한 버튼 구성은 조이콘 하나로 2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의 영역도 망라하고 기기에 연결하면 일반 휴대용 기기처럼 활용할 수도 있죠.

닌텐도 스위치의 하이브리드 성격에 큰 영향을 끼치고, 게임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조이콘의 작은 불편함은 곧 게임기 전체의 평가와도 연결됩니다. 실제로 높은 활용도에 비해 잦은 이상 발생은 게임 팬들의 뒷목을 잡게 하기 충분했고요. 그중에서도 드리프트(Drift), 일명 쏠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내 캐릭터는 가만히 있어도 움직이지?

닌텐도 스위치가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직후에는 딸깍거리는 버튼의 내구도 문제가 먼저 터질 것 같았지만, 이보다는 앞서 말한 쏠림 문제가 더 광범위한 기기에 발생하며 먼저 두드러졌습니다.

쏠림 현상이 일어난 조이콘의 아날로그 스틱은 특정 방향으로 미묘하게 기울어진 것으로 인식됩니다. 조이콘 양쪽 모두에서 아날로그 쏠림 현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왼쪽 조이콘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보통 왼쪽 아날로그 스틱이 캐릭터나 커서 이동 등에 이용되기에 원치 않는 상황에서의 이동, 혹은 선택지 변경이 발생하게 되죠.

문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이 단순히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여러 이유가 있고 그중 하나가 발현되거나 혹은 복합적으로 발생해 일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고무 덮개 안으로 들어가는 먼지 등의 이물질이나 인식되는 접점의 마모. 혹은 아날로그 스틱 움직임에 가해지는 압력 탓에 이를 고정하는 금속 프레임이 느슨해지며 발생하는 등 다양한 쏠림 현상의 원인이 분석되고 있습니다.


조이콘을 열고 프레임과 배터리의 틈을 줄일 수 있도록 종이를 한 장 얹는 방법이 가장 쉽게 쏠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불순물을 용해하는 전기접점부활제(추가: BW-100)는 군대에서 만능으로 쓰이던 WD-40처럼 조이콘 고무 덮개 안으로 뿌려주는 것만으로 쏠림 현상을 개선해 닌텐도 스위치 이용자들의 필수품이 됐죠.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일시적인 개선으로 완벽하게 쏠림 현상을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수리 전문 업체 iFixit은 종이를 끼워넣을 수 있는 틈이 있는 것 역시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스웰링 현상을 대비한 공간이기에 추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밝혔고요. 결국은 닌텐도의 근본적인 개선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발한 유저들, 닌텐도는 ‘개선 중’

2017년 첫 출시 후 이용 시간이 길어지며 조이콘 쏠림 문제가 본격적으로 유저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닌텐도가 마땅한 응답을 하지 않자 유저들의 답답함도 커졌고 이는 곧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집단 소송을 담당한 조합형 법률 회사 치미클스 스와츠 크리너 & 도날드슨-스미스는 조이콘의 쏠림 현상 사례를 유저들에게 모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에도 10월과 11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워싱턴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각각 닌텐도를 대상으로 송장이 제출됐습니다. 조이콘 컨트롤러의 허위 마케팅과 불공정 행위 등이 이유였죠.

닌텐도를 대상으로 한 집단 소송에 대한 이야기가 국내에도 여럿 전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문제가 전부 해결된 건 아닙니다. 닌텐도는 소프트웨어 이용에 필요한 '최종 사용자 라이센스 계약(EULA)'에 포함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죠.

닌텐도는 EULA에 분쟁 해결 단계에서 일부 문제를 제외한 분쟁을 중재인을 통해 최종 해결한다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사건의 기각 자체는 판사가 판단할 일이지만, 일단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는 법원 밖에서 민간 중재 방식으로 중재인과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거죠.


닌텐도는 첫 소송이 제기된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후루카와 슌타로 대표는 조이콘 관련 질문을 받고 이와 관련해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안건 자체가 진행 중인 만큼 대응 자체는 아직 답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개선 내용은 닌텐도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코너인 '개발자에게 물었다'에서 나왔습니다.

닌텐도의 야마시타 토루는 조이콘의 내구도 향상과 신뢰성 실험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 모델 발표와 함께 바로 다음 세대 조이콘으로 변경되는 게 아니라 이미 개량된 버전이 유통판에 도입됐다는 거죠. 단,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개선됐는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지는 물품인 만큼 쏠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마모 현상은 결국 발생한다는 것도 함께 이야기했고요.

인터뷰를 통해 나온 조이콘 개선 이야기는 스위치의 새로운 모델 OLED 버전 출시일인 2021년 10월 8일에 맞춰 공개됐습니다. 즉,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된 지 4년이 지난 시기였죠.

▲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조이콘 개선을 밝힌 닌텐도


밀려드는 아날로그 쏠림 조이콘, 수리 실수도 이어져

유럽에서의 움직임도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소비자 단체인 크 슈와지르는 조이콘의 쏠림 문제와 오류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를 알고 있는 닌텐도가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크 슈와지르는 닌텐도가 제품 내구성과 관련된 수명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새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계획적 노후화를 그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함께 내비치며 낭테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2021년 유럽 소비자 단체를 통해 조이콘에 대한 조사와 닌텐도의 고장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유럽 소비자 단체는 성명을 통해 조이콘 쏠림 현상 사례의 88%가 구매 후 2년 이내에 고장 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불필요한 전자 폐기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너무 일찍 고장나는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한, 닌텐도에게는 제품의 정확한 수명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요.

닌텐도 조이콘 세트 정가는 79,800원, 한 쪽 구매 가격은 39,900원 입니다. 낮은 기대 수명을 생각한다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닙니다. 작은 기기에 모션 센서, 진동, 그리고 다양한 버튼 등이 담겨있고 밴드로 연결되어 있어 직접 분해하다 고장이라도 났다간 꽤 큰 금전적 출혈이 예상되죠. 자가 수리가 어렵다면 정식 수리 서비스를 맡겨야 하는데 보증 기간이 지났다면 그에 따른 비용을 내야 하고요.

▲ 쏠림 현상 자가 수리법이 많이 공유되고 있지만, 책임은 본인에게(링크)

특히 높은 고장률과 수리 시스템에 따른 문제는 북미 지역에서 최근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게임 전문 매체 코타쿠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닌텐도 조이콘의 수리는 닌텐도가 아니라 United Radio라는 곳에서 대행 처리했습니다. 이들은 닌텐도 출시 이후 1년 동안은 고장난 조이콘을 새 조이콘으로 교체 발송했는데 이후부터 이를 직원들이 직접 수리해야 했습니다.

회사 직원들이 처리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의 아날로그 쏠림 조이콘이 접수됐지만, 직원들은 4일 이내에 접수가 들어온 조이콘 중 90%를 수리해야 했습니다. 과도한 업무에 이직률은 높았고 새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은 곧 수리 실수로 이어졌다고 코타쿠는 밝혔습니다.

미흡한 수리는 이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졌지만, 업체 직원들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수의 조이콘 수리에 곤욕을 치러왔던 셈입니다.



닌텐도의 개발 부서에서 밝혔듯 내부 부품 마모 현상에 따른 아날로그 쏠림 현상은 언제가 됐고 발생할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조이콘 뿐만 아니라 PS5 컨트롤러인 듀얼센스 역시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쏠림 현상에 따른 논란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소니는 듀얼센스의 신규 색상 출시와 함께 아날로그 스틱 고정 플라스틱을 교체했습니다. 다만 이건 공식 발표가 아니라 직접 컨트롤러를 분해한 전문가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죠. 닌텐도 역시 조이콘 개량을 공식으로 알렸지만, 무엇이 문제고 어떤 점이 고쳐졌는지, 또 언제부터 개선품이 출하됐는지는 마땅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자가 수리의 용이함이 있다고는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수리 실패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듀얼센스는 많은 부분이 고정되어 그 수리조차 쉽지 않고요. 분리 방식 대신 조이콘이 일체화된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는 수리가 안 된다면 추가 컨트롤러 없이는 기기 자체를 이용할 수 없고요.


콘솔 기기의 교체는 대개 개량형이나 후속 기기가 등장할 때 이루어집니다. 즉, 이용자는 그 사이인 2년에서 5년 정도는 현재 기기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에 기기를 구매하죠. 그저 1년 만에 제대로 조작조차 되지 않는 걸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저 비판을 감수하고 계획된 출시 일정을 맞추기보다는 이용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만듦새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시행착오가 단순했던 위 리모컨의 기능을 조이콘으로 끌어올렸듯, 스위치에서 얻은 많은 비판과 경험이 추후 등장할 기기에 더 나은 컨트롤러의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그 전에 그저 '문제가 있다'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가 유저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