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샌드박스는 작년에 스프링 8위에서 서머 5위까지 반등하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 팀이었습니다. '낭만'이라는 말과 함께 PO와 롤드컵 선발전까지 가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죠. 대대적인 팀 변화가 아니었음에도 '프린스' 이채환의 합류와 함께 도약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올해 서머 다시 '프린스'가 리브 샌드박스로 돌아옵니다. 올해 스프링의 리브 샌드박스는 한 단계 더 내려가 9위로 스프링을 마무리했고, '프린스' 역시 스프링 스플릿 동안 프로 생활을 쉬었기에 상황이 이전보다 좋다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프린스'는 작년처럼 반등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프린스'가 혼자 모든 것을 해낸 게 아니지만, 팀 변화의 징조는 벌써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쉬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프린스', 몇 마디 말만으로도 특유의 기운과 자신감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 다시 LCK 리브 샌드박스로 '프린스'가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LCK와 리브 샌드박스로 돌아온 소감이 궁금합니다.

대회가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지 경기하는 것을 제외한 부분은 이전 일상이랑 같아요. 팀원들이랑 연습하고 합숙하는 것은 몇 년째 해서 그냥 평소와 같은 느낌입니다.


- 오랜만에 연습을 해보니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스크림을 오랜만에 하니까 긴장을 했어요. 스크림 초반부에 못해서 팀원들이 제 기량이 떨어진다고 판단할까 봐 걱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이후에 괜찮게 했어요.


-MSI 기간에 부산 사직 구장에서 '클로저'와 시구를 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원래 저와 '클로저' 선수가 내정자였는데, 팀에서 한 번 더 물어볼 때 제가 가고 싶다고 말했죠. 저도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축구를 더 좋아했는데, 야구도 보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죠. 막상 가보니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지나간 스프링


- 지난 스프링 때 LPL V5로 가려다가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당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과 심정에 관해 말해줄 수 있나요.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합니다. 저도 그 당시 굉장히 충격이 컸어요.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프로게이머들이 중국 팀으로 이적할 때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점도 배웠고요.

그래서 스프링 기간에 제가 방송을 하게 됐잖아요. 방송하면서 프로게이머를 할 때와 다른 좋은 점도 많이 느꼈죠. 게임을 하지 않았을 때, 새롭게 볼 수 있는 것도 있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 프로게이머 활동을 쉬는 동안 아프리카TV BJ로 활동했는데요. 본인 역시 BJ 활동을 해보고 "재능이 있고 욕심도 생긴다"고 말했던데, BJ 활동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제가 BJ 활동 초창기에 그런 말을 했어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시기였고, 저 역시 방송을 정말 잘했던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방송할 수 있었는데요. 혼자 고삐를 풀고 폭주하는 느낌으로 방송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도 제가 잘 된 편이었거든요. 저도 잘 몰랐는데, 개설한 지 한 달이 안 된 시점에 구독자가 2.5만 명이 됐다는 거예요. 다른 유튜브들의 채널 성장세와 비교해 보면,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 "행복을 기준으로 봤을 때, BJ 활동이 나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잖아요. 그럼에도 다시 프로게이머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지금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방송을 그런 프로의 마음가짐으로 계속할 수 있었으면 행복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대회를 계속 보다 보니까 제가 프로게이머 활동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더라고요. LoL 랭크 점수에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방송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죠. 그러면서 저도 다시 프로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아주부 프로스트 대 CLG의 '역스윕' 경기를 보고 나서 롤드컵 우승을 꿈꿨어요. 지금은 'LoL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으면 절대 은퇴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마음가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롤드컵 주변에 가지 못했잖아요. 아직은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프린스'를 잘 모르는 데, 이전 성적만 보고 판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거기서 자극을 많이 받고 다시 도전하게 됐죠.


- 전 프로 '칸-투신'을 비롯한 주변인들이 복귀를 결정할 때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복귀를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말이 있나요.

대부분 프로게이머를 하라고 말해줬어요. 방송적으로 힘든 점이나 프로게이머로 활동해서 좋은 점을 각자 경험을 토대로 다들 추천해줬습니다. 다 맞는 말이었어요. 그렇지만 결국 선택은 제가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형들한테 방송 재미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다가 점점 프로게이머로 복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 '저지불가'라는 아프리카 BJ 팀 멤버와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전 프로 '칸-투신', 광동 프릭스 BJ가 된 '수피', 유명 정글 BJ '저라뎃' 등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나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칸-투신-쿼드'는 LoL 방송을 자주 해서 가끔 놀러가요. 요즘 방송을 정말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저라뎃' 형은 요즘 다른 게임을 하느라 바쁘던데요. 그리고 '수피' 방도 놀러가요. '수피'가 광동 프릭스 게임단의 공식 BJ가 됐다고 들었는데, 제가 첫 경기가 광동전이거든요. 그 경기를 중계할 때, 저에게 몇 마디 장난은 던질 수 있어도 또 선은 잘 지켜줄 것 같아요.


- '프린스' 선수의 아버지가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커뮤니티를 체크하는 모습을 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아버지와 동생이 본인을 응원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평소 제가 혼자 게임하고 있을 때도 뒤에서도 항상 그렇게 응원해줬어요.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가정사가 있거든요. 아빠가 동생과 제가 힘든 시기를 잘 버텨줬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줬어요. 제가 하루 종일 LoL에 매달려있고, 티어도 매일 조금씩 오르니까 더 지지해줬죠. 제가 LoL을 한 3만-4만 판정도 했으면, 그중에 60%는 아빠가 제 뒤에서 게임을 봤을 겁니다.

이제는 게임에서 제가 CS 먹는 거나 무빙만 보더라도 제 컨디션을 알 수 있을 정도예요. 인-게임 플레이나 솔로 랭크 연습 비중과 관련해서도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제가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정도로요. 그만큼 아버지는 제 LoL 플레이에 관심이 많고 뜨거운 분입니다. 동생도 저의 프로게이머 활동을 응원해주고 좋아해 줘요. 듬직하고 무덤덤한 성격이라 잘해도 당연하다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요(웃음).


돌아온 LCK 무대


- 리브 샌드박스의 스프링 성적이 아쉬웠습니다. 복귀를 결정했을 때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충분히 팀 성적을 반등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왔어요. 작년이랑 상황이 비슷하잖아요. 작년에도 합류하기 전에 절망적이었는데, 올해도 그렇게 잘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친한 '크로코' (김)동범이와 들어오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죠.


- 뛰어난 원거리 딜러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최근 LCK-MSI를 비롯한 대회에서 유심히 지켜본 선수가 있을까요.

MSI 결승 주자인 RNG '갈라'와 T1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요. 예전에는 원거리 딜러의 피지컬에 관한 평가가 앞섰다면, 요즘에는 판단이 더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그런데 두 선수는 아이템 선택부터 시작해서 라인 관리 및 분배, 귀환 타이밍 같은 모든 부분에서 정답만 찾아가요. 기본적으로 실수가 없고, 해줘야 할 때 해주는 플레이를 감탄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그 선수들에게 당연한 플레이지만, 저는 보고 배울 게 정말 많아요.


- '최상위권 원거리 딜러는 공격적으로 움직여서 상대의 무리한 플레이를 끌어낼 줄 알아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해당 스타일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대중적으로 원거리 딜러 피지컬은 반응 속도가 빠른 것을 생각하는데, 프로 선수들의 반응 속도를 테스트하면 '갈라-구마유시' 선수가 무조건 1등하고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그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 스킬을 계산하고 움직이는 부분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보여주죠. 그래서 이즈리얼-카이사와 같은 챔피언으로 먼저 나가서 치고 빠지는 듯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솔로 랭크부터 스크림까지 그런 판단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 작년에 리브 샌드박스가 '낭만' 스타일이 뚜렷했는데, 본인은 안정적-수동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어요. 여기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작년에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로 다시 활동하니 게임 내적인 이야기를 자세히 말은 못 하지만, 어쨌든 제가 그런 역할을 맡고 있었어요. 당시 '페이트' 유수혁 선수와 제가 안정적인 느낌으로 있어야 했죠.


- 작년에 아쉬운 플레이를 하면, 대기실에서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올해 '프린스'의 멘탈은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작년 경험을 통해 강해진 것도 맞겠지만, 이번 스프링에 방송을 하고 오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특히, 서포터인 '카엘' 김진홍 선수가 서포팅을 잘해주는 것도 큽니다. 작년이라면 멘탈이 나갈 만한 상황인데, 올해는 그렇게 반응할 일이 없어졌네요.


2022 리브 샌드박스 '프린스


- 서포터 '카엘'과 랭크 게임을 같이 하는 영상을 봤어요. 합은 어떤가요.

잔잔한 물결 같은 선수입니다. 확실히 잘해주니까 저도 여유가 생겨서 멘탈적으로 많은 도움이 돼요. 그런데 아직 오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어요. 서포터가 팀원들에게도 강제성이 있는 오더를 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제가 말좀 많이 하라고 말할 때도 있죠.


- '프린스'하면 이즈리얼 픽으로 슈퍼플레이를 하는 장면도 떠오릅니다. 이즈리얼을 잡았을 때, 공격적인 움직임에 자신감이 붙나요.

작년에 유독 이즈리얼을 잡았을 때,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온 것 같긴 해요. 이즈리얼을 잡으면, 그냥 챔피언으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안정적인 챔피언이다 보니까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죠.


- 이즈리얼 외에도 자신감이 붙은 챔피언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최근 내구성 관련해서 대규모 패치가 있었잖아요. 예전에는 아펠리오스를 잘 이용하고 있었는데, 버전이 바뀌면서 솔직히 그냥 자신 있는 챔피언을 쓰는 느낌이에요. 이즈리얼-자야-칼리스타-카이사 정도 뽑을 수 있겠네요.


- 패치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원거리 딜러 입장에서 이런 패치 변화가 반가운가요.

아직 메타의 변화를 따라잡는 단계입니다만, 원거리 딜러의 입지만 봤을 때 이전에 비해서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포탑이 강해져서 다이브를 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정말 크게 다가와요. 다이브를 했을 때, 두 명을 제압할 수 있는 봇 라인에서 가장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잖아요. 그런 사고가 덜 나와서 좋은 것 같아요.


- 원거리 딜러 캐리 메타가 왔다는 말이 있는데, 이럴 때 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무조건 나에게 기회가 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 리브 샌드박스에 '크로코'와 김목경 감독은 그대로 있잖아요. 혹시 팀 분위기는 달라졌나요.

지금까지 제가 먼저 분위기를 주도해서 그런지 모든 팀 분위기는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어떤 점이 다른지 몰랐는데, 팀원들이 인터뷰한 것을 들으면서 알게 됐죠. 팀원들이 제가 들어오고 나서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주더라고요.



- '크로코'를 제외하고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팀원들의 성격은 어떤가요.

'크로코' 동범이를 제외한 리브 샌드박스 팀원들이 모두 내향적인데요. 처음에는 저도 힘들었어요. 원래 사람 관계에서 이렇게 탁치면 무언가 반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손으로 벽을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친해졌죠. 제가 먼저 다가가서 말랑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합니다. 동범이도 스프링 때, 다른 팀원들이 모두 내향적이라 말을 많이 못 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제가 들어오면서 같이 장난치고 웃는 분위기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 다시 LCK 복귀를 결심한 만큼 목표와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작년에 동범이한테 이 말을 했어요. 생일날에 롤드컵 재킷 입게 해달라고 말했고, 올해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작년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작년에 잘 됐는데, 올해 안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서머에서 팀원들이랑 잘 극복해나갈 겁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매번 리브 샌드박스에서 느끼는 건 매니저분들이 선수들 배려를 잘해줘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팀원들은 합을 맞추던 선수가 나가고, 제가 갑자기 들어오면서 당황스러울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팀원들 모두가 저를 잘 받아줬어요. 특히, 봇 라인이 듀오라 한 명이라도 바뀌면 힘든 점이 있는데, '카엘' 선수가 방황하지 않고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 모두가 잘해서 서머 스플릿에 꼭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습니다.


본 인터뷰는 6.1일 진행됐으며, 신규 유니폼 공개 일정에 맞춰 포스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