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MMORPG에 있어서 '공성전'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게임의 엔드 콘텐츠인 동시에 이를 즐기는 게이머들 역시 여타 게이머와는 비교를 불가할 코어 게이머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에 이르러선 해외 MMORPG와 차별화된 국산 MMORPG를 상징하는 콘텐츠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코어 게이머들만을 위한 엔드 콘텐츠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내 게이머 가운데서도 공성전을 제대로 즐긴 게이머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PvP를 즐기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나 그보다는 애초에 공성전에 참여하기 위해선 그만큼 스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공성전은 일부 유저만을 위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세간의 인식을 정면돌파하고자 하는 게임이 있다. 공성전의 대중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넥슨의 신작 MMORPG '프라시아 전기'가 그 주인공이다. 과연 소수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공성전을 '프라시아 전기'는 어떻게 대중화할 생각인 걸까. 지난 3일 공개한 인게임 트레일러와 NDC 강연을 통해 공개된 정보들을 통해 '프라시아 전기'가 목표로 한 공성전의 대중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첫 번째 키워드. 특정 시간이 아닌 24시간 돌아가는 공성전


서두에 소수의 전유물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공성전은 여러모로 익숙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달라도 공성전의 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룰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라시아 전기'는 어떨까. 수십 개의 거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공성전과 수성측 모두 거점을 점령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두고 격렬하게 맞붙는 걸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거점을 점령함으로써 얻는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다른 MMORPG에서 성을 차지함으로써 얻는 혜택에 대해 알아보자. 대부분의 MMORPG에서 공성전을 통해 성을 차지한 세력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혜택으로는 성에 포함된 영지의 세금 징수를 들 수 있다. 다른 게이머가 영지의 거래소나 상점을 이용할 때마다 수수료로 세금을 내게 되는데 그 세금을 해당 영지를 차지한 세력이 징수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세율을 조정하는 등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프라시아 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거점을 차지하면 영지의 소유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이렇게 얻은 영지에서 게이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지의 세금이나 판매하는 상품을 조정하는 것부터 다음에 있을 공성전에 대비해 다양한 건물을 짓거나 심지어는 영지 내 사냥터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엄청난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당연하게도 거점에는 모든 게이머와 결사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프라시아 전기'의 공성전 역시 여느 MMORPG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MMORPG가 특정 시간에만 공성전이 진행되는 데에 반해, '프라시아 전기'의 공성전은 특정 시간이 아닌 24시간 아무 때나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시간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물약을 사고파는 공간에서도 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


24시간 언제든지 공성전이 벌어진다는 건 얼핏 피곤해 보이기도 한다. 공성측도 그렇지만 수성측은 잠자는 시간도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공성전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성전이 소수의 전유물이 된 데에는 공성전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어떤 성을 언제 공격할지 알고 있으니 전략적인 변수가 나오기 힘들었고 자연스레 공성측이나 수성측 모두 숫자나 스펙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라시아 전기'는 공성전에 극한의 자유도를 부여함으로써 다양한 전술과 변수가 창출되도록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전술도 구사할 수 있다. A 영지를 공격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B 영지로 쳐들어가는 식의 기만 작전을 펼칠 수도 있고 또는 수성측이 영지 전용 PvE 콘텐츠를 하는 순간을 기습해 거점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부 24시간 자유롭게 공성전을 할 수 있는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 분대 단위 스킬은 잘만 활용하면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전황을 뒤집을 수도 있다



■ 두 번째 키워드. 공성전의 변수를 가져올 '충돌' 시스템

▲ 승패가 결정되면 거점 오브젝트가 파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공성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공개된 정보들을 보면 공성전의 룰 자체는 기존의 MMORPG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거점 중심에는 특별한 오브젝트가 있으며, 공성측은 이걸 파괴하고 수성측은 이걸 지켜야 한다. 실제로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수성측이 최종 방어를 위해 산토템을 소환해 이를 지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직접적인 공격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공성측이 수성측 산토템을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해당 오브젝트는 전혀 공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단순히 해당 오브젝트를 파괴하는 게 목적인 게 아니라 공성측과 수성측 모두 별도의 승리 조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방패막기로 말미암은 충돌 시스템은 수성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 조건 외에도 눈에 띄는 건 또 있다. 바로 '충돌' 시스템이다. 현재 대부분의 MMORPG에서는 캐릭터 간 충돌 시스템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굳이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 간 충돌 시스템이 들어간다면 좀 더 정교하고 그럴듯한 전투를 구현할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연산량 역시 증가하고 게이머들이 모이는 특정 지역에서는 원활한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프라시아 전기' 역시 이를 고려한 듯 일부에만 이러한 충돌 시스템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탱커의 방패막기 스킬이 대표적이다.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평소에는 캐릭터들이 겹쳐지거나 통과하는 걸 볼 수 있는데 탱커가 방패막기 스킬을 쓰는 순간 충돌 시스템이 작동하는 걸 볼 수 있다.

거점이나 다리 입구에서 방진을 짜서 적을 막는 모습으로 적 캐릭터와의 충돌만이 아닌 일부 원거리 스킬마저도 방패막기로 인해 탱커를 넘어서 날아가지 못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충돌 시스템은 지형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거점의 입구를 방어하는 건 물론이고 좁은 지형의 입구나 출구를 막고 원거리 공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도 기대해봄직 하다.

▲ 거점 입구가 아닌 사전에 다리에서 적을 막는 등 공세적 방어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 세 번째 키워드. 공성전의 깊이를 더할 산토템 & 공성 병기


다른 MMORPG의 공성전과 차별화된 요소로는 산토템과 공성 병기를 들 수 있다. 그간 많은 MMORPG에서 공성전을 도입했으나 대부분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공성전과 공성 병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건만 이를 제대로 활용한 게임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저 캐릭터만 조작하는데 그쳤으니 공성전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성 자체를 공격하는 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랬던 공성전에 마침내 공성 병기가 도입된 모습이다.

먼저 산토템의 경우 일종의 수호신으로 공성측과 수성측 각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들이다. 게임 내에는 곰, 사자, 족제비 등 다양한 산토템이 존재하는데 외형이 다를뿐 아니라 산토템마다 다른 스킬과 효과를 지니고 있기에 공성과 수성에서 어떤 산토템을 소환할지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공개한 영상에서는 공성측은 곰 산토템을 그리고 수성측은 사자 산토템을 선택한 걸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각각의 산토템이 공성과 수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산토템이 공성과 수성 양쪽에 걸쳐서 다양한 도움을 준다면 공성 병기는 명칭 그대로 순수 공성전만을 위한 병기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성전이라고 하면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거점의 문을 부수고 거점 안에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그게 말로는 쉽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성측이 방진을 짜고 막을 뿐 아니라 거점의 문을 부수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방해하기 때문이다. 수성측이 사전에 만든 방어 타워에 거점의 문, 그리고 방해 공작까지. 신경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더욱이 공성 병기의 존재를 생각하면 거점의 문이나 방어 타워는 캐릭터들의 공격만으로는 쉽게 부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상에는 충차로 거점의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공성 병기가 공성전의 열쇠가 될 것이란 걸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공성 병기로 인해 공성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거점의 문을 부수려면 충차가 필요한 만큼, 공성측이라고 해서 공세일변도만 고집해선 안 되고 수성측도 무조건 방어일변도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공성측은 거점을 공격하는 한편, 공성 병기를 지켜야 하고 수성측은 반대로 거점을 방어하는 동시에 공성측의 공성 병기를 파괴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적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성 병기로 인해 물고 물리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펼쳐지는 셈이다.



■ 네 번째 키워드. NO! 순간이동 YES! 탈것


탈것 역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는 신기할 것도 없는 탈것이지만, '프라시아 전기'의 탈것이 가지는 존재감은 기존의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큰 이유로는 다른 게임들이 순간이동을 주 이동수단으로 쓰는 데에 반해 '프라시아 전기'는 탈것이 주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라시아 전기'는 다른 게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순간이동이 아닌 탈것을 주 이동수단으로 삼은걸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순간이동이 게임의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통제권에 대한 얘기로 언제 어디서든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면 특정 세력이 압도적인 통제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몇몇 사냥터에 일정 주기로 희귀 보스 몬스터가 나온다고 할 때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면 특정 세력이 A, B, C 사냥터를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를 독점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게임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사냥터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공성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기습 전략이나 다리에서 상대를 막는 전략이 유효하려면 이러한 물리적 거리가 유지될 필요가 있는데 순간이동이 있다면 언제든 우회하거나 거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전략들이 무의미해지게 된다. 이에 '프라시아 전기'는 공성전의 재미를 위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진 순간이동을 배제한 모습이다.

▲ 소환 스킬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분대 단위 스킬이어서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순간이동이 없는 만큼, '프라시아 전기'에서는 탈것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물론이고 공성전에서는 다양한 전략의 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탈것을 타고 공성전이 시작되며, 그 사이사이 탈것을 타고 수많은 캐릭터가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어서 이러한 예상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