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e스포츠가 2022 LCK 서머에서 가장 먼저 4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 정규 스플릿 1위라는 결과야 이전에도 낸 적이 있지만, 이번 서머는 이전보다 특별한 느낌을 준다. 매 경기 색다른 경기 포인트를 잡고, 픽으로 새로움을 더하면서 승리하고 있기에 그렇다.

가장 큰 변화는 봇에서 일어났다. 봇 듀오를 중심으로 매 경기 다양한 운영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도 이름을 날렸던 '리헨즈' 손시우의 신지드-유미가 더 다양한 조합과 함께 기용되는 것부터 시작한다. '룰러' 박재혁까지 세나-제리와 같은 카드로 합을 맞춰주면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룰러'는 자신이 먼저 제리로 OP 챔피언의 가능성을 보여준 뒤, 다음 경기에서 자신이 트위치로 상대하는 양상까지 준비해왔다.

젠지의 행보는 기존 LCK 통계로 예측할 수 없었다. 리산드라 상대로 상대 전적이 안 좋았던 아리를 뽑아 승리하는가 하면, 1승 3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인 빅토르도 거침없이 기용한다. 기존에 안 좋았던 인식을 바꿔놓을 법한 플레이로 젠지 특유의 승리 픽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이와 같은 젠지의 행보에 관해 젠지 고동빈 감독은 "4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냈는데,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서머에서 다양한 픽이 등장하는 배경으로 "대격변 패치가 있었는데, 100% 분석이 끝난 게 아니라서 다양한 조합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새로운 방향성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젠지는 상대와 상관 없이 매 경기 새로운 카드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고동빈 감독은 "우리는 카드를 아낄 생각이 없다. 패치가 계속 바뀌기에 연구를 하다 보면 패치에 맞는 새로운 카드는 계속 나올 것이다"며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젠지는 프레딧 브리온전에서 제리를 상대로 트위치를 꺼냈다. 트위치 픽에 관해 고동빈 감독은 "제리가 후반이 좋은 챔피언인데, 트위치 역시 후반에 좋은 챔피언이다. 그리고 트위치가 제리를 상대로 라인전을 무난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룰러'가 다양한 챔피언을 잘 다루기에 가능했다"며 이유를 들었다. 트위치와 같은 특이 픽의 약점에 관해선 "약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트위치를 상대해본 경험이 없을 확률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리고, 팀이 좋아하는 구도를 만들기 위한 선택을 한다"고 팀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선수들이 새로운 픽을 제안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자, 고동빈 감독은 "일반적인 선수들이라면 엄격하게 픽을 관리하겠지만, 젠지 팀원들은 챔피언 폭이 정말 넓은 편이다. 조합에 맞다면 적극 수용한다. 일단 해보자고 하는 편이다"고 새로운 시도에 열린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고동빈 감독은 다양한 플레이와 연승을 가능하게 해준 팀원들에 관한 칭찬과 신뢰도 빼놓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다른 팀원들에 비해 활약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도란' 최현준에 관해선 "내부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프링보다 많이 발전했다. 브리온전 2세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외줄타기'와 같은 아찔한 장면을 자주 연출하는 '리헨즈'의 플레이에 관해선 "기본적으로 선을 제시하지만, 경기에선 자유롭게 풀어준다.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는 말을 남겼다.

스프링과 서머 사이, 젠지 역시 변화하고 있었다. 고동빈 감독은 "스프링 때 결국 우리가 준우승했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개개인이 모두 조금씩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선수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했는데, 선수들 모두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서머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것 같더라. 그래서인지 다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팀 전반의 긍정적인 변화 과정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고동빈 감독은 팬들에게 "우리도 힘든 일정 속에서 반겨주는 팬들이 있기에 열심히 할 수 있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많은 응원 부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