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엔들링(Endling - Extinction is Forever)
장르명: 어드벤쳐
출시일: 2022. 7. 19.
리뷰판: 출시 빌드(v. 01622)
개발사: 핸디게임즈
서비스: THQ Nordic
플랫폼: PC, Switch, PS, XBOX
플레이: Switch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당연히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확장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줄어드는 건 자명했다. 기존 서식지에 사람들이 들어서고, 개척되면서 야생 동물들이 터전을 잃어 가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실제로 시골에 조금만 살아봐도,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밭을 파헤치거나 고라니들이 튀어나오는 걸 볼 수 있으니까. 황조롱이처럼 도심 환경에 적응해서 사는 동물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줄어든 자연 속에서 살고, 때로는 인간과 접촉할 수 있는 거리까지 내려온다. 이러한 현실을 좀 더 냉혹하게 그린 게임이 바로 '엔들링'이다. 엘든링아니다.

엔들링은 대사조차 없는 간단한 게임이다. 대사는 없지만, 상황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러한 목적은 명확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된다. 아이들을 돌보고 살아남는 게 목적이다.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은 이미 어미는 거의 다 갖고 있다. 그렇지만 새끼 여우들은 그렇지 못하다. 차근차근 맵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생존 기술을 가르치고, 아이와 함께 어미가 협동하면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

던지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인위적이든 아니든)원래 터전이어야 할 숲이 사라지면서, 겨울에 새끼를 친 여우 가족의 생활은 고달프다. 평소라면 얼씬거리지도 않을 인간의 생활 구역과 활동 반경이 겹친다. 그래서 위험한 낮에는 쉬고, 밤에는 아이들과 함께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간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가 던지는 메시지가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여우 가족이라는 무게는 한층 더 크다.

▲ 인간이 결국 털뭉치 하나를 납치했다.

▲ 그래도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굳이 인간의 개입이 없더라도 자연에서의 생존은 잔혹하다. 초보 엄마는 모든 새끼를 돌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미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자연의 냉혹함은 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플레이어의 노력으로 새끼를 어느정도 지킬 수 있으며, 공존할 수 없는 동물과도 공존할 수 있는 감동적인 요소들도 있었다.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크게 어긋나지 않기에 채용된 느낌이다.

쥐와 물고기, 토끼를 사냥하여 식량으로 삼는다. 필요하다면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서 음식물을 찾는다. 인간은 호의적이지 않지만, 가끔 마음씨 따뜻한 사람도 존재한다. 어미가 다치면 새끼를 보호할 수 없기에 더 조심해야 하고, 곰 덫과 가죽 상인&밀렵꾼들이 여우 가족을 노린다. 인간의 공사 탓에 굴이 무너져 새 굴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먹을 것을 찾아 훨씬 먼 거리를 새끼와 함께 이동하기도 한다.

특이할 점이 있다면 인간이 주변에 있다는 점이랄까. 환경 파괴로 말미암은 야생동물 서식지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이 때문에 야생 동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힘들어진다는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말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식이니까.

특히나 죽은 새끼 근처에서 시무룩해져 있는 아기 여우들의 모습이나, 아프고 배고프다고 우는 소리는 심장을 찌르는 기분이다. 게임은 텍스트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더 많은, 여러 의미가 있는 메시지를 플레이어에게 각인시킨다. 여우 가족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과 적은 인간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인간은 이를 더 힘들게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엔들링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게임으로서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다. 명확한 주제를 말이 아닌, 게임 플레이로 절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해두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아트와 사운드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리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훌륭하다. 가끔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 있지만, 이 또한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연출로 작용한다.

하지만 게임 구조상 냉정히 따져보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해 음식을 찾고, 다시 먼 쉼터로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플레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중간마다 장애물과 방해물이 늘어난 정도고, 때로는 먹이가 부족하기에 좀 더 긴장감을 주는 정도. 새끼들이 얻는 능력으로 좀 더 난도가 상승하고 편의성도 좋아지는 경험은 있지만, 반복적이라서 금방 지루해질 수 있다. 게다가 잃어버린 새끼를 찾아가는 과정에도 극적인 변화가 별로 없는 편이고, 플레이 타임도 길지는 않은 편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본다. 오히려 교육적인 의미가 강한 게임이기도 하고, 그만큼 냉혹한 현실을 비추는 게임이기도 하다. 단순히 게임적 면모만 볼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임으로 평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엔들링은 한 번쯤 야생동물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어미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할 좋은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