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경기를 보면서 "아 저기선 저렇게 하면 안 되지!", "구단주는 왜 저 선수를 영입한 거야?"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아마 다들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자신이 감독이었다면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뽐내도록 도와주고, 구단주였다면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해 최강의 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거란 상상을 하곤 하죠.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덕분인지 e스포츠 경기가 치러지는 날에는 해당 게임의 커뮤니티가 불타오르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차라리 내가 감독을 하는 게 낫겠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보이곤 하죠. 그런 게이머들의 소원을 들어줄 게임이 지난 20일 중국에 출시됐습니다. 국민 e스포츠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기반으로 한 'LoL e스포츠 매니저(중국명 英雄联盟电竞经理)'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9년 첫 공개 이후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이 기다려왔을 'LoL e스포츠 매니저'는 과연 어떤 게임이었을지, 국내 정식 서비스에 앞서 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현재 LoL e스포츠 매니저는 중국에서만 서비스 중으로 구단과 선수 등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LoL e스포츠 매니저'의 기본적인 시스템과 형태는 기존의 매니지먼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방면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할 수 있는 풋볼 매니저(FM) 시리즈와 e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으로 인디 게임임에도 특유의 게임성으로 화제가 된 팀 사모예드의 팀파이트 매니저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LoL e스포츠 매니저'에서 플레이어는 구단을 운영하는 구단주의 역할을 하는 한편, 감독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선수들을 영입해서 팀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렇게 영입한 선수들을 육성해 최고의 팀을 만들어서 리그에서 우승하는 게 목적이죠.

중국에서만 서비스 중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LoL e스포츠 매니저'에는 중국의 LPL(League of Legends Pro League)에 속한 구단과 선수들만이 구현된 상태입니다. 각각의 선수들은 R, SR, SSR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운이 좋다면 과금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뽑아서 최고의 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전투력의 선수라고 해도 세세한 능력치는 다릅니다. 공격력, 생존, 파밍, 라인, 의식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파밍 수치가 높으면 육성 속도가 빠르고 라인 수치가 높으면 상대 육성 속도를 느리게 하는 식입니다. 의식은 일종의 감각적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상대방 정글이 시야에서 사라진 걸 보고 갱을 갔다는 걸 알아차리는 식이죠.

선수의 능력치를 구성하는 건 단순히 스탯만이 아닙니다. 포텐셜, 전투력으로 수치화된 능력치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건 또 있습니다. 바로 선수가 가진 스킬입니다. 똑같은 포지션에 비슷한 전투력을 가진 선수가 있다고 했을 때, 팀원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스킬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각 선수의 능력치, 스킬을 고려해 최고의 팀을 구성해 리그를 제패해봅시다

스킬이라고 해서 경기중에 갑자기 선수의 스킬이 발동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일종의 패시브 스킬로 상황에 따라 능력치를 올려주는 식이죠. LPL의 슈퍼스타이자 현재 중화권을 대표하는 원딜러 재키러브 선수의 경우 드래곤과 전투 때 공속을 16.5% 올려주는 스킬을 지녔고 더샤이 강승록 선수는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최대 4회 공격력이 8%씩 증가하는 스킬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구단별, 시즌별로 스킬이 다르기도 하죠. RNG 빈 선수는 전투 중 첫번째 공격의 대미지가 80% 증가하는 스킬을 지닌 반면, BLG 빈은 바론 주변에서 싸울 때 대미지가 36.5% 증가하는 스킬을 지녔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영입한 각 선수들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최적의 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지금까지가 경기 전 팀을 구성하고 신경써야 할 것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경기 중 신경써야 할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다른 매니지먼트 게임과 달리 'LoL e스포츠 매니저'는 경기 중에도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풋볼 매니저나 F1 매니저, 팀파이트 매니저 등 다른 매니지먼트 게임과의 차별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고 하면 경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경기 전에 최상의 팀을 구축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등의 대전략을 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풋볼 매니저를 예로 들자면 큰 틀에서의 전술 지시는 가능하지만, 오른쪽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압박을 유지할지 왼쪽이나 중앙으로 바꿀지 등 세세한 전술 지시는 못하는 걸 들 수 있죠.

▲ 선수 자체의 능력치도 중요하지만, 밴픽만 잘해도 전투력을 16%나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LoL e스포츠 매니저'는 다릅니다. 경기 중에도 플레이어가 직접 다양한 전술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밴픽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밴픽은 해당 시즌의 OP픽, 시너지 픽, 카운터 픽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OP 챔피언인데 해당 선수가 최근 애용한 챔피언이라면 되도록 밴을 하는 게 좋은 식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챔피언들을 뽑았다면 전투력을 최대 수십 %까지 높을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상대 팀과의 전투력이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면 여기서 어느 정도 격차를 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택, 전술 지시는 경기 중 더욱 빛을 발합니다. 처음 경기가 시작하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매복을 해서 정글을 놀리는 상대를 공격할지 아니면 힘을 모아서 어느 한 라인을 초반부터 밀지 등을 선택할 수 있죠. 이러한 선택은 상대가 어떤 전술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물고 물릴 수가 있습니다. 매복에 성공한다면 초반에 상대를 앞설 수 있지만, 전략이 실패한다면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기 때문이죠.

▲ 용을 잡을까 타워를 부술까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전술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라인전을 시작합니다. 라인전이 진행될 때는 크게 두 가지의 요소 다시금 전술을 지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로의 전투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라인전이 지지부진할 때입니다. 정글러야 빛을 보는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죠. 몰래 상대 라인에 기습을 가해 스노우볼을 굴러가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상대가 기습을 역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바론이나 용이 나왔을 때입니다. 상대와의 격차를 벌리는 가장 확실한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죠. 바론이나 용이 나오면 그대로 잡을지 아니면 근처에 매복해서 상대가 잡을 때를 노려서 역으로 기습을 가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적이 잡는 사이 타워를 밀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에 따라 물고 물릴 수가 있죠. 바로 잡기로 했는데 적이 기습을 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바론에 더해 적과 한타도 막아내야 합니다.


한타가 벌어지면 화면이 한타 화면으로 전환되고 직접적으로 스킬을 쓸 수가 있게 됩니다. 다만, 실제 경기와는 좀 다른 점이 있으니, 서로 간의 스킬이 글로벌 쿨타임으로 연동되어 있어서 스킬로 몰아붙이는 식의 플레이는 불가능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전략적으로 써야 합니다. 한타 동안 쓸 수 있는 스킬이라고 해봐야 2~3번 정도가 고작이고 실시간으로 진행되기에 빠른 판단이 요구됩니다.


한타가 끝나면 다시금 선택지가 뜹니다. 보통 이러한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바론이나 용 근처에서 한타가 끝났을 경우에는 어느 타워를 밀지 선택하고, 바론이나 용을 잡기 전에 한타가 발생하면 이후 바론이나 용을 잡을지, 아니면 타워를 우선시할지 선택해야 하죠.

이처럼 'LoL e스포츠 매니저'는 경기 중 플레이어가 시시때때로 전술을 지시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매니지먼트 게임보다 좀 더 플레이어의 개입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기존의 매니지먼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플레이어가 일일이 선택하는 게 무슨 매니지먼트냐고 말이죠. 'LoL e스포츠 매니저'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의식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게임 내에서 이러한 선택 자체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진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전투력이 비슷한 팀과 싸울 때에는 분명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지만,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든 어지간해선 그 흐름이 뒤집히진 않습니다.

▲ 아령을 좋아하는 강승록 선수. 프로틴은 안 좋아하나 봅니다

한편, 경기나 선수 육성 등의 매니지먼트 요소와는 별개로 선수와의 호감도를 높이는 시스템도 들어가 있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에게 선물을 줘서 호감도를 높이면 그때마다 특정 스토리 보이스가 해금되는 방식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LoL e스포츠 매니저'는 e스포츠, 그중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매니지먼트 게임을 좋아한다면 아마 누구든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렇기에 다소 아쉬움도 있습니다. 누구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건 자칫 깊이가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LoL e스포츠 매니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 낮은 등급의 선수도 육성하기에 따라선 충분히 좋은 선수로 만들 수도 있지만

▲ 모바일 게임 특유의 좋은 선수는 뽑는다는 인식이 더 강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모바일 특유의 과금 구조와의 결합이 매니지먼트의 핵심을 다소 옅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 육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과금 시스템이 들어간 만큼, 좋은 선수는 시간을 들여서 육성하는 게 아닌 뽑는 거라는 인식이 강하게 든 거였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기 연출 역시 못내 아쉬웠습니다. 최근 풋볼 매니저나 다른 매니지먼트 게임들의 사례를 비춰보면 경기 연출이 강화된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게임들과 비교하면 'LoL e스포츠 매니저'의 경기 연출이라고 해봐야 챔피언들의 아이콘이 돌아다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 한타 연출은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매니지먼트 게임이 원래 그렇습니다. 많은 수치를 봐야 하고 경기를 오래도록 지켜봐야 하죠. 그렇기에 심플하게 만든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걸 즐겁게 보는 사람도 있죠. 특정 기능을 넣어서 심플하게 볼지 아니면 화려한 연출을 즐길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LoL e스포츠 매니저'는 캐주얼한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접근성만큼은 다른 매니지먼트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죠. 무엇보다 그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활용한 게임인 만큼, 수요만큼은 충분한 셈입니다. 다만, 아직은 중국에서만 서비스 중이기에 구단과 선수 풀이 적은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매니지먼트 게임의 특성상 선수 풀이 많으면 많을수록 깊이가 더해지는 만큼,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서비스가 이뤄져 더 많은 선수들이 추가되길 바랍니다. 구단과 선수들의 라이선스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겠지만,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비롯해 스타 플레이어들로 나만의 팀을 만들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