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과 연관되는 2022 LCK 서머 스플릿의 PO 주자들이 확정되고 있다. 최상위권 젠지-T1은 물론, 중위권 팀들 PO 진출을 확정짓고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많은 팀들이 승리하면서 자력으로 PO에 진출할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팀이 있다. 바로 담원 기아다. 담원 기아는 최근 PO 진출팀인 KT-리브 샌드박스에게 연이어 패배했다. 아직 정규 스플릿이 끝나지 않았지만, PO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에게 연이어 패배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특히, 2020 서머부터 3연속 LCK 우승을 휩쓸었던 담원 기아에겐 더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패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나타난 상대는 서머 1위 젠지다. T1마저 꺾으며 LCK 서머에서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PO와 롤드컵으로 향할 기회는 남았더라도 하루빨리 기세를 찾지 못한다면, LCK를 대표했던 담원 기아의 모습은 확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전 담원 기아는 경기 내에서 뚜렷한 목표와 속도감 있는 경기로 원하는 양상을 만들어 갈 줄 아는 팀이었다. 2020부터 협곡의 전령 사냥으로 대표하는 합류 타이밍과 예리한 오브젝트 한타 타겟팅 등 자랑할 거리가 많았다. 이번 스프링만 하더라도 PO에서 젠지를 상대로 매섭게 스노우 볼을 굴리면서 풀 세트 접전까지 가면서 다시 힘을 발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서머에서는 그런 모습을 확인하기 힘들어졌다. 앞서 언급한 장점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선수 개개인의 활약 역시 보기 힘들어졌다. 메타의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번엔 팀 합면에서도 이전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담원 기아 경기에 있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결단력이다. 운영과 한타에서 모두 그렇다. 과거 칼 같은 다이브 플레이로 스노우 볼을 빠르게 굴렸던 담원 기아는 이제 다이브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내구성 패치 이후 다른 팀들이 이전과 다른 타이밍을 잡아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담원 기아는 타이밍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인전 단계부터 큰 격차가 나는 라인이 나오면서 균형이 반대쪽 라인으로 쏠리는 경우가 잦았다. 양쪽 사이드 라인이 모두 단단하게 해줘야 더 많은 인원 수를 투입해 다이브에 성공할 텐데, 최근 담원 기아는 라인전부터 균열이 생기면서 출발한다.

'쇼메이커' 허수가 라이즈와 같은 로밍형 챔피언을 선택했음에도 로밍으로 이득을 보지 못하고 흘러가는 경기 양상이 나왔다. 이전이라면 로밍형 챔피언을 잡은 '쇼메이커'는 '캐니언' 김건부와 함께 움직임만으로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면, 이제는 그만한 기세가 나오지 않는다.

오브젝트 한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DRX전에서는 아래 이미지처럼 협곡의 전령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콜이 갈렸다. '쇼메이커'의 코르키가 홀로 특급 폭탄 배송을 들고 위로 향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그 사이에 다른 팀원들은 '캐니언'의 사냥을 기다리다가 각개격파당하고 말았다. 한점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DRX전 엇갈린 본대와 핵심 딜러 코르키


리브 샌드박스전에서는 더 심각한 장면이 이어졌다. 드래곤이 나오면 일단 모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눈치를 보다가 드래곤 사냥을 마쳤을 때 들어가서 손해만 보고 나온다. 다른 운영적인 이득이라는 기회 비용까지 따져봤을 때 막심한 손해를 자초한 '모험수'였다.

이전 담원 기아라면 픽밴에서 불리해 보이더라도 한타로 이를 극복하곤 했다. '쇼메이커'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상대가 볼 수 없는 한타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의외의 승리를 만들어낸 경험이 많으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픽밴 구도 그대로 흘러간다. 상대가 한타에 능한 조합을 골랐을 때, 라이즈와 같은 로밍-운영 중심의 챔피언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라이즈의 궁극기로 비슷한 양상을 연출하려다가 드래곤 스틸과 한타 모두에서 실패하는 장면이 나왔다.


무엇보다 한타 때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롤드컵에서도 칼 같은 한타 타겟팅과 판단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상대 중 한 명을 칼 같이 물고 늘어지고, 상대가 만들어낼 변수를 미리 발견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누군가 해줬다. 그런데 최근 담원 기아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작은 한타 안에서도 뚜렷한 지향점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젠 담원 기아의 게임 내에서 누군가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왔다. 목표하는 바를 밀고나갈 결정력이 현 담원 기아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담원 기아가 다음으로 만나는 상대 젠지는 '피넛' 한왕호를 중심으로 판의 큰 그림을 설계하고, 뚜렷한 오더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팀이다. 젠지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약점을 파고들어 경기를 끝내는 팀이다. 최근 경기처럼 임한다면, 담원 기아의 약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기가 될 것이다.



■ 2022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38일 차 일정

1경기 DRX VS 농심 레드포스 - 8월 5일 오후 5시
2경기 담원 기아 VS 젠지 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