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1.

새로운 T1의 시대가 열렸다. 물론 지금까지 뛰어난 수많은 선수들이 T1을 거쳐 갔지만, 작년 말부터 갖춰지기 시작한 T1은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페이커'라는 전설적인 선수를 중심으로 검증된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기보단 T1에서 자체적으로 키워낸 '구마유시-제우스-오너'가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이를 받쳐 줄 수 있는 '케리아'라는 LCK를 대표하는 서포터까지 영입해 새로운 T1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스프링 전승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하고, MSI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서머 초반 T1이 세웠던 최다 연승 기록까지 경신했다. 그리고 1라운드까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젠지까지 잡아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서머 정규 최종 순위는 15승 3패 +18로 2위. 1위인 젠지(17승 1패 +30)와 무려 +18을 득실 차이로 평균 경기력은 젠지가 더 뛰어났다.

T1의 서머 초기를 떠올리면 스프링부터 이어져 왔던 T1의 강함이 계속 이어졌다. 초반부터 언제나 압도적인 '제우스' 최우제와 '오너' 문현준의 상체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출발을 보여줬다. 그리고 코르키가 한창 핫한 메타일 때 '페이커' 이상혁의 코르키도 4승 0패를 기록할 만큼 후반에도 든든한 힘이 됐고, 간혹 등장하는 T1의 조커픽 등, 강팀다운 면모를 보이며 좋은 분위기를 쭉 이어갔다.


그러나 서머 2라운드부터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T1이었다. LCK 우승, 롤드컵 진출, 우승까지 노리는 T1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패배한 감도 있으나 스프링을 캐리했던 제우스의 상수, 스프링에 비해 바뀐 메타로 제한적인 탑의 픽. 바텀도 하이퍼 캐리 메타의 색깔이 더욱 짙어지는 등, 다양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T1의 강점이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경우는 '구마유시', '케리아'의 포지션이 더 자유롭고, '케리아'가 로밍 등, 상대보다 빠른 타이밍에 영향력을 끼치는 점이었는데, 이런 것들이 잘 발휘되지 않았다. 그리고 '구마유시'의 경우 케이틀린, 아펠리오스, 징크스 등, 긴 사거리를 활용해 상대와 거리 조절을 이용한 카이팅에 용이한 챔피언을 더 잘 활용한다는 점도 메타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마지막 다시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걸 확인한 게 크다. 그동안 다양한 승리 패턴, 도전을 하다가 말린 감이 있긴 하나, 여전히 강팀이며, 다전제의 T1은 어떤 괴물이 될지 모른다. 그리고 담원 기아전 승리 후 스스로 자신들이 더 잘하는 것을 하겠다 밝힌 점도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될 수 있다.


■ 서머 스플릿 '페이커' 주요 챔피언 목록

아지르 10회 5승 5패
갈리오 6회 5승 1패
리산드라 5회 3승 2패
스웨인 4회 2승 2패
코르키 4회 4승
세라핀 3회 2승 1패
탈리야 3회 3승
아리 2회 2승

다전제의 '페이커', 큰 경기에서의 '페이커'는 상대하는 팀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다. 최근 미드 대세 픽은 아무래도 사일러스, 탈리야, 리산드라, 아지르 등이지만, '페이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 챔피언 폭이다. 대세 픽 가운데 하나인 사일러스의 경우 LCK와 LPL 모두 60% 이상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의 경우 이번 시즌 사일러스를 한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꺼낼 확률이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 챔피언을 다룰 줄 알며, 언제나 그렇듯 팀에 적합한 픽을 고르는 게 '페이커'다. 아리의 경우도 마지막 경기인 담원 기아와 대결 전까지 '페이커'의 아리 전적은 30승 11패로 압도적이다. 그리고 담원 기아와 대결에서 서머에 처음 아리를 처음 꺼내 2전 2승을 거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의 '페이커'는 고전파, 혹은 15~16 시즌처럼 상대를 찍어누르는 압도적인 모습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방법의 승리 패턴을 잘 꺼낼 줄 아는 선수다. 다시 말해, 라인전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운영,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은 발군이라는 뜻이다.

서머 스플릿 '페이커'의 지표를 살펴보면 초반 지표가 다른 미드 라이너에 비해 특별하진 않다. 눈여겨볼 부분은 로밍 부분에서 확실히 더 많은 횟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눈에 보이는 킬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게임 안에서는 다른 라인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T1은 PO 1라운드 담원 기아 VS kt 롤스터의 승자와 2라운드에서 만난다. 누가 올라올지 예측할 순 없지만, 지난 담원 기아전 승리가 워낙 압도적이었어서 제법 자신감에 차 있을 것 같다. 다만, 변수도 있다.

워낙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T1이라 웬만한 외부 요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테지만, 이번에는 꽤 많이 시끄럽다. 일반 직원도 아닌 자신들과도 긴밀한 CEO 조 마쉬의 비공개 디스코드 등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이 한창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는 직접적인 선수 언급도 들어가 있어 팬들은 노심초사다. 부디 이런 점들은 선수들의 경기에 있어 0.1%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