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플레이 오픈월드 RPG의 또다른 기준점



서브컬쳐 게이머라면 '환탑'이라는 이름으로 한두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게임, '타워 오브 판타지'가 지난 11일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최초 공개 때는 당시 유행하던 오픈월드 게임을 서브컬쳐풍 그래픽에 크로스플레이로, 그리고 SF 세계관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여겨졌지만 OBT와 중국 출시 때 MMO 요소도 일부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죠. 개발사에서는 'MMO'보다는 '오픈월드'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양쪽 다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터라 어떻게 불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임명: 타워 오브 판타지 (Tower of Fantasy)
장르명: 오픈월드 RPG
출시일: 2022. 8. 11.
리뷰판: 1.0.0 버전
개발사: 호타 스튜디오
서비스: 퍼펙트월드 게임즈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모바일의 한계를 다양한 도구와 속성, 각종 콘텐츠로 보완한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최근 몇 년 사이에 게임을 어느 한 기종뿐만 아니라 다른 기종에서도 고스란히 즐길 수 있고, 다른 기종에서 플레이하는 유저와도 즐길 수 있다는 개념인 '크로스플레이'라는 말이 게이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콘솔 게이머들도 PC 게이머들과 매칭이 된다거나, PC로 했던 온라인 게임을 콘솔에서도 고스란히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모바일 게임이 강한 국내에서는 유달리 '모바일'이 PC로 출시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곤 합니다. 모바일 게임을 앱플레이어로 돌리는 대신, 게임사에서 클라이언트를 제공하는 정도로만 보는 것이죠.

실제로도 크로스플레이 대상 플랫폼에 '모바일'이 껴있으면 아무래도 모바일이라는 환경에 어느 정도 맞출 필요가 있긴 합니다. 그런 제약은 국내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게임도 비슷한 사항이었죠. 그래서 '타워 오브 판타지'가 과연 그 제약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의 영향이 느껴지는 오픈월드를 모바일에 맞춰서 호응을 얻은 또다른 사례가 있으니, 그것과는 또 어떻게 차별화해서 내놨을까도 관건이었죠.

'타워 오브 판타지'가 내놓은 해답은 SF라는 장르, 그리고 그에 맞춰서 내놓은 다양한 도구들이었습니다. 스토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지만, 일단 이 게임의 배경은 머나먼 미래 인류가 우주에 개척한 또다른 행성 '아이다'입니다. 그곳을 개척한 인류는 또다른 에너지원 '옴니엄'을 활용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지만 옴니엄이 폭발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행성 대부분이 파괴되고 방사능에 오염되어버린 이른바 SF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가미한 세계관을 채택했죠.

유저는 그런 세계관에서 행성 곳곳을 탐사하는 '개척자'가 된 만큼, 각종 초과학적인 도구들을 활용해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모험 중간 중간 각종 탈것은 물론이고 상승기류를 대체해서 높이 뛰어오르고 활강도 가능할 제트팩, 먼 거리도 단숨에 고리를 걸어서 이동시켜주는 그랩, 바위 같은 걸 부수고 전투에도 도움이 되는 다연장 미사일 등 여러 에너지 기어들을 획득하게 되고, 그걸로 여러 기믹을 풀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보상이나 콘텐츠를 즐기게끔 한 것이죠.


▲ 활강이나 탈것은 기본에

▲ 뭔가 막힌다 싶으면 에너지 기어를 뒤져서 써보면 해답이 나옵니다

도구뿐만 아니라 무기의 '속성'도 그런 기믹 풀이에 활용되는 요소로 재해석했습니다. 통상 모바일 게임에서 '속성'하면 음양오행식 누가 누구에게 약하고 누가 누구에게 강한 그런 구도로 연상하기 쉽지만, 여기서는 그런 구도보다는 기믹풀이나 약점인 속성만 저격해서 세팅하는 식으로 풀이했습니다. 각 몬스터 중에서 약점 속성이 있는 몬스터들은 그 속성으로 때리면 추가 대미지를 받고, 각 콘텐츠마다 속성별 대미지 증가나 감소 등 조건이 있을 때도 있으니 그에 대비하는 정도죠.

전투에서 무기의 속성은 그 정도 역할이지만, 필드에서는 석유막이나 가시덤불을 화염 속성 무기로 태워서 걷어내거나 마그마를 얼음 속성 무기로 얼려서 깨뜨린 뒤 숨어있는 코어를 찾아내는 등 여러 가지로 활용됩니다. 속성 무기가 없어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속성 코어를 던지면 반응이 일어나서 기믹을 풀 수도 있는 등, 여러 대안이 마련되어있기도 하죠.

그렇게 기믹을 푸는 것이 처음엔 신기하다가도 나중에는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콘솔 게임처럼 야생에서 하나하나 구해오거나 내구도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중간중간 여러 콘텐츠들을 삽입해놓은 것도 특징입니다. 상자를 해금하다보면 종종 나오는 '꿈의 세계 챌린지'나, 맵 중간중간에 배치된 '능력 훈련'이 그 사례죠.


단순히 전투뿐만 아니라 미로에 숨어있는 균열 에너지를 찾거나, 포탑 디펜스로 적을 막거나 횡스크롤 플랫포머처럼 코스를 건너는 등, 기존에 있던 요소들을 새로운 장르나 플레이 방식으로 녹여내면서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는 재미를 한층 높였습니다. 콘솔에 비하면 제한적이긴 하지만 비행이나 물건을 던지고 미는 상호작용도 있으니, 그걸 활용해서 여러 기록을 재는 '능력 훈련'으로 풀이해서 그 조작감을 체득하는 재미를 더했죠.

그 외에도 필드에서 얻은 재료를 이리저리 연구해서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요리 시스템, 각종 놀이기구에 다양한 보상을 숨겨놓은 '고래자리섬'이나 기믹을 풀고 안에 있는 보물상자를 얻으면서 적을 물리쳐야 하는 '유적' 등 여러 가지 즐길거리들을 갖춰놨습니다. 자동 이동은 지원하지 않고 워프포인트가 상당히 드문드문 나있는 편이라 이동의 불편함은 있긴 하지만, 탈것도 잘 갖춰져있고 여러 보조 기구들도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그 사이사이 숨어있는 기믹이나 보급 상자를 찾고 강화 재료도 캐게끔 배치되어있어 이동 중 자연스럽게 여러 행동으로 연계되고는 하니까요.

▲ 상자를 깠는데 갑자기 뭐가 나와서 들어갔더니

▲ 전투인가 싶었는데 짝맞추기가?

▲ 그 다음 번에는 미로라니...최소 4개는 더 찾아야 하는데 어디 있는 것이오

또한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채택하기 힘든 협동 기믹도 중간중간 존재합니다. 둘이 같이 스위치를 밀어야 하거나, 혹은 발판 위에 같이 올라오는 식이죠. 그것도 에너지 기어 혹은 주변에 돌아다니는 몹의 어그로를 끌어서 클리어하는 등, 다양한 공략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모바일'이 끼어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자유도가 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을 만큼 '타워 오브 판타지'는 여러 도구와 시스템을 준비해왔고 그것이 잘 맞춰지면서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는 모험의 느낌을 살려냈습니다. 정 안 되면 다른 유저들에게 물어보면서 공략해나가는 멀티플레이 게임의 묘미도 잘 담겨있고요.

▲ 어디보자 메카는 어디서 잡나...확인됐으면 채널을 골라서 Go



ARPG식 전투에 역할분담까지 가미한 크로스플레이 MMORPG의 손맛


오픈월드 RPG 중 한 축인 '모험'과 '자유도'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과연 그 중간중간 벌어질 전투나 그와 연계된 콘텐츠의 완성도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모바일이 플랫폼 중에서 컨트롤이 불편한 축에 속하니,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전투 설계를 했을지도 관건이죠. 더군다나 '타워 오브 판타지'는 자동을 최대한 배제했기 때문에, 그만큼 손맛이 느껴지는 전투가 필요한 게임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타워 오브 판타지'는 수동 전투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그간 검증된 모바일 ARPG의 시스템을 적극 이식했습니다. 즉 적의 공격을 칼 같은 타이밍에 회피하면 불릿 타임이 발생, 그때 최대한 극딜을 우겨넣거나 혹은 위협적인 패턴을 봉쇄해서 넘어가는 방식을 채택한 거죠. 그리고 모바일 ARPG의 또다른 특징이, 다양한 조작법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무기나 캐릭터로 교체해서 대응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인데 그중 '무기'를 교체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작중의 시스템으로 다시 설명하자면,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회피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 내에 '타임 일루전'이 발생, 해당 범위 내에 있는 적이 일순 정지합니다. 이때 정지하고 있는 적은 다른 유저들의 화면에서도 동일하게 멈춰있는 상태가 되죠. 즉 파티 플레이나 협동 플레이 때 얼마나 타임 일루전을 잘 발동시키느냐가 공략의 핵심인 셈입니다.


왜 굳이 작중 시스템으로 다시 설명했냐면, 여타 모바일 ARPG와 달리 '타워 오브 판타지'는 MMO 월드이기 때문입니다. 파티 콘텐츠를 해서 매칭해야만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구조죠. 일퀘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랑 동선이 겹쳐서 파티도 아닌데 같이 잡는 일도 흔합니다.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서버당 채널이 상당히 많긴 하지만, 어쨌거나 한 사람만 필드를 돌아다니는 구도는 아니죠

그러니 아무래도 다인 플레이보다는 1인 플레이를 더 고려해서 만들어진 ARPG식 전투가 어떻게 그 안에 녹아들지 의문이 들 수도 있죠. 회피해서 QTE를 발동할 때 주변이 느려지는 건 ARPG에서 흔한 연출이긴 한데, 스테이지 방식이 아닌 오픈월드에 다른 유저도 같이 있는 MMO에서 그런 방식을 쓴 케이스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그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타임 일루전'이 그 유저가 발동한 기점에서 일정 범위 내에서만 일어나게끔 하고, 어느 한 적의 공격을 회피해서 발동한 타임 일루전은 중첩되지 않고 한 번에 하나만 발동하게끔 조율했습니다.

타임 일루전을 발동한 이후, 해당 유저는 다른 무기로 태그하면 바로 필살기를 발동해서 극딜을 넣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것 말고도 일반 공격이나 점프 공격, 스킬 등으로 필살기 게이지를 채울 수 있다보니 필살기 게이지를 꽉 채운 상태에서 필살기 발동 - 타임 일루전 - 다른 무기 교체 후 필살기 발동이라는 극딜 콤보를 우겨넣는 묘미도 있죠. 다만 앞서 말했듯 '타임 일루전'은 완벽히 적의 움직임을 차단하거나 스테이지를 멈추는 개념이 아니라, 일정 공간 내에 있는 적의 패턴을 잠시 느리게 해주는 정도라서 적 패턴에 따라 해제되기 전에 빠르게 지역을 이탈하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닫힌 스테이지가 아니라 오픈월드를 무대로 한 만큼, 높은 이동 자유도를 기반으로 설계된 필드에 대응하는 여러 전투 시스템도 갖춰놨습니다. 원거리 무기는 공격 버튼을 길게 누르면 조준 사격이 가능해진다던가, 근접 무기는 점프 공격 시에 적이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자동으로 와이어로 추적해 공중 콤보를 넣을 수 있도록 했죠. 여기에 2단 점프에 공중 대시도 지원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적이나 위로 띄워버린 적들을 더 쉽게 타격할 수 있었습니다.

▲ 근접 무기로 날아다니는 적을 상대하려면? 그냥 점프해서 공격하면 자동 추적 가능

단순히 솔로플레이 게임이 아니라 필드보스나 파티 던전, 레이드도 있는 MMO인 만큼 협동 전투가 어떻게 설계됐을지도 관건입니다. 자동전투 기반의 MMORPG에서는 아무래도 좀 희미해지긴 했지만, 보통 MMORPG하면 전통적으로 탱/딜/힐 역할 분담을 떠올리곤 하니까요. 특히나 수동 기반이면 더더욱, 그런 플레이가 구축됐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게임은 클래식한 MMORPG처럼 클래스가 따로 있진 않습니다. 대신 무기마다 특성이 다르니, 무기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역할군이 분류되죠. 예를 들면 몰트 방패와 장미대검 등 방어 특성이 붙은 무기를 주로 착용하고 있으면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면서 피해 감소 효과로 버티는 '강인', 즉 탱커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공격 특성이 붙은 무기를 두 개 이상 장착하면 피해가 증가하는 '강공' 공명 효과로 딜러가 되고, 보조 특성이 붙은 무기를 장비하면 힐러가 되는 방식입니다.

MMORPG에서 흔히 탱커하면 으레 떠올리는 도발기나 방어 스킬, 적의 패턴을 끊어내는 스킬은 제한적인 조작법 특성상 구현되어있진 않긴 합니다. 그래서 탱커 유저들에게는 좀 심심할 수 있긴 하지만, 타임 일루전을 가장 먼저 끊어줘서 딜 타이밍을 잡아주는 역할이 있다보니 비중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던전 난이도가 높아져서 초행길에 급사하는 사례도 나오는데, 그때 어그로를 끌고 나와서 아군이 부활시킬 시간을 벌어주는 중대한 역할도 맡게 되죠.

▲ 아 잠깐 타임 타임 난 방금 와서 한 대밖에 안 쳤는데 왜 나한테 어그로가?

▲ 세팅을 이렇게 하고 갔으니 당연히 메인탱이 될 수밖에...후 새드

물론 적 보스의 공격은 대부분 광역으로 들어가고, 그 타이밍에 누가 됐든 일단 회피만 하면 되니 탱커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서 가볍게 플레이할 수도 있긴 합니다. 연합작전과 달리 필드보스나 고위 던전인 허공균열은 가끔 파훼법을 모르면 당하는 패턴이 있는데, 어그로한테는 거의 무조건 들어가기 때문에 대처법은 알아둬야 편하게 보스를 잡을 수 있기도 합니다. 힐 스킬도 무조건 힐을 주는게 아니라 필살기 발동도 필요한 만큼, 급하게 힐을 주려면 다소 무리해서 적의 공격을 피해서 타임 일루전을 발동해서 스킬을 쓰는 그런 요령도 필요하고요.

얼핏 보면 '타워 오브 판타지'의 PVE는 스킬 연계로 어그로를 유지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거나, 칼 타이밍에 힐 스킬로 따박따박 체력을 채워주고 세이브하는 정통적인 MMORPG와는 다소 다른 방식이긴 합니다. ARPG를 기반으로 설계되어있다보니, 컨트롤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만 그 틀에 익숙해지다보면, 게임 이해도와 ARPG 컨트롤에 기반해서 기존의 협력 플레이를 다소 다르게 재해석한 양식을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 패턴 모르고 탱을 서게 된 자의 말로.webm



사방팔방 흩뿌려진 콘텐츠의 밀도와 정밀함을 높이는 것이 관건


큰 틀에서 보면 '타워 오브 판타지'는 이렇듯 이론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합니다.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에 MMORPG, 고퀄리티 카툰렌더링 그래픽까지 갖췄으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그 하나하나를 구축하고 있는 뼈대를 면밀히 보면, 완벽한 육각형 게임으로 자리잡기엔 좀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먼저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를 구현할 때 콘솔 싱글플레이 대비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여러 도구와 콘텐츠로 메웠다고 했는데, 그 각 요소들의 배치나 퀄리티에 대해서 들여다보면 개인차가 날 수밖에 없는 구성이긴 합니다. 모바일 게임으로 보면 편의성이 너무 떨어지고, PC 게임이라고 하자면 깊이가 얕은 부분이 좀 있기 때문이죠.

탈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워프포인트가 좀 적은 편이고, 꿈속의 세계도 여러 프리셋이 랜덤하게 등장하긴 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나오는 거라 하다보면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여러 콘텐츠를 타워 오브 판타지에 맞춰서 구비한 것은 좋긴 하지만, 본 게임보다 확실히 조작감이 떨어지는 이슈가 있다보니 몇몇 챌린지는 다소 꺼려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횡스크롤 챌린지는 특히 횡스크롤 플랫포머와 비교되는 느낌이었고요.


타격감도 깊이가 얕게 느껴지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조작감도 완벽하게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사람이 많아질 때면 타임 일루전 발동 타이밍이 종종 어긋나는 일도 있긴 한데, 그래도 여타 모바일 기반 MMORPG와 비교하면 무난한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타격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때리는 컨트롤이야 QTE에 점프 공격, 공중 추격 콤보 등 여러 가지 구비가 되어있으니 기본적인 손맛은 있긴 한데, 피격 반응이 다소 밋밋합니다. 실드가 파괴됐을 때의 그 느낌은 나쁘지 않은데, 그때를 빼면 하이에나 패거리가 그나마 좀 호들갑을 떨어줘서 때려주는 맛이 있는 축에 속하니까요. 다른 종류의 적을 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타격음도 미흡한 타격감의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만일 자동사냥 MMORPG였다면 아예 AI한테만 맡겨두고 누가 PK걸지 않는 한은 쳐다도 보지 않았을 테니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수동으로 조작하면서 직접 탐사와 전투의 재미를 즐기는 게임이다보니 이런 약간의 아쉬움이 타 작품에 비해 크게 보일 수밖에 없긴 합니다.

▲ 그나마 실드 쪼갤 때는 팍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필드보스는 나름 공략하는 맛이 있긴 한데, 파티 던전은 현재까지는 공략하는 맛이 좋다 이야기하기는 썩 어려운 단계이긴 합니다. 1인으로 공략해보면 파티 던전에서 못 보고 지나가는 기믹들이 좀 있다는 게 느껴지긴 하는데, 아직 초기 단계의 난이도에서는 그걸 미처 보기도 전에 삭제되는 일이 잦다보니 협동플레이의 재미가 확 와닿지는 않았죠. 다만 이건 나중에 고난도 던전이 풀리고, 성장이 어느 정도 필요해지는 단계가 오면 달라지는 문제다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또다른 문제라고 하면, 콘텐츠가 산만하게 배분되어있고 정리가 잘 안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중국에서 미리 즐겼던 유저들이 정리해둔 게 있어서 조금 검색해보면 레플리카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선물의 존재나 입수 방법, 재화의 쓰임새 등을 찾아볼 순 있기는 한데, 게임 내에서는 사방팔방에 흩어져있다보니 스펙을 올리고 싶은 유저들에겐 다소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죠. 직관적으로 이게 어떤 콘텐츠다,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트라이를 요구하는 콘텐츠 유형이 많다보니 더더욱 부담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 트라이로 바로 눈치채기엔 이곳저곳에 너무 흩어져있어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크고요.

▲ 레플리카 호감도 올리려면 꼭 해줘야 하는 콘텐츠지만, 채팅창 안 보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또 레플리카, 장비, 칩셋으로 올라가는 전투력 수치가 옵션이랑 세팅도 영향을 받다보니 확실하게 체감이 들지 않기도 하고, 강화나 장비 관련 세팅을 보는 메뉴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장비는 강화 수치를 계승하는 등 편의 기능이 뒷받침되어있긴 하지만, 무기 칩셋은 각 무기에 맞춰서 칩셋을 확인하고 장비하고 싶어도 아무 칩셋이나 먼저 장착을 누른 뒤에 뒤로 가야 무기 목록을 보고 맞춰넣을 수 있는 방식이라 편하게 쓰기가 어렵죠.

또 자동 무한반복 사냥을 없애는 대신, 여러 가지 콘텐츠를 플레이하고 장비를 랜덤으로 얻는 것뿐만 아니라 얻은 재화들을 모아 확실히 교환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파밍 효율을 높인 시도는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져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죠. 옛날 PC MMORPG식으로 하나하나 이거저거 다 뜯어보면서 플레이한다면 크게 문제될 부분까지는 아니라지만, 모바일을 기준으로 잡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파트이긴 합니다. 성장하는 느낌 또한 RPG에서 중요한 포인트고, 그와 관련된 콘텐츠 접근성도 RPG 유저에겐 평가 요소 중 하나니까요.

▲ 그나마 장비는 강화 계승이라도 있어서 편리하지만

▲ 레플리카에 칩셋 세팅을 하려고 들어가면 눈에 익기 전까지는 산만합니다

물론 '타워 오브 판타지'가 스펙 숫자 하나 올리겠다고 콘텐츠에 목숨을 걸고 하는 그런 게임 유형은 아닙니다. PK나 통제도 없고, PVP도 어차피 스펙이 딱 맞춰져서 나오다보니 어느 정도만 성장하면 모험을 즐기고 콘텐츠를 즐길 때 딱히 문제는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하루에 콘텐츠를 할 수 있는 분량도 정해져있어서 치열하게 경쟁해도 그 상한선도 명확합니다.

그래서 그날 하나하나 할 콘텐츠의 밀도도 중요하고 특히 모험의 주된 콘텐츠 중 하나인 '스토리'도 나름 중요한데,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일단 자유도가 높고 서프레서 조건만 되면 거진 대부분 돌아다닐 수 있긴 한데, 원칙상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서 지역이 다 열리는 구도다보니 스토리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 그나마 경쟁 콘텐츠는 PVP 정도에, 스펙도 맞춰진 상태에서 진행되긴 합니다

간단히 스토리를 언급하자면, 앞서 언급한 에너지원 '옴니엄'이 폭발하면서 아이다 행성은 이른바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태가 됩니다. 방사능 때문에 사람들이 돌연변이가 되고, 간신히 대피소에 피신한 사람들이 알음알음 재건에 나서게 되죠. 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방사능 청정 구역에 '헬가드'를 세우고 다시 옴니엄을 활용, 문명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아이다의 후계자'라는 과격단체가 이에 반발하게 됩니다. 다시 옴니엄을 사용하면 똑같은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 여긴 '아이다의 후계자'는 '헬가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여러 가지로 손을 쓰게 되고, 나중에 개척자로 활동하게 되는 유저의 분신에게도 그 마수가 가게 되죠. 그 대립 상황에서 유저는 과거 옴니엄 사태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는 게 '타워 오브 판타지'의 주요 스토리죠.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그렇듯 개개인차가 크니까 여기서 딱히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연출'은 좀 다른 부분입니다. 초중반에 지크나 셜리 같은 주연 캐릭터들이 나올 때면 연출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가도, 초반을 빼고는 전투하거나 혹은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씬 혹은 무언가 폭발하는 씬만 나오면 아쉽다는 평가가 절로 나옵니다. 인게임 그래픽을 그대로 쓴 것 위주로 편성한 건 그렇다쳐도, 구도나 특수효과까지 꼭 그것만 써야 했을까 하는 인상이 들었으니까요.

▲ 그래도 컷씬 연출로 처리할 때는 무난한데

▲ 인게임 연출 때는 텍스트 출력 디테일 등, 다소 마무리가 허술한 게 보입니다





최근 게임업계에 '오픈월드'가 화두로 자리잡은 가운데, '타워 오브 판타지'는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 오픈월드 게임에 또다른 기준점을 제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런 시도를 한 게 '타워 오브 판타지'만은 아니긴 합니다. 자주 비교되는 '원신'도 있고, 중국에서 최근 그런 유형의 게임이 유행하고 있다보니 몇몇 작품들이 국내에 들어와있기도 하죠. 더군다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타워 오브 판타지'는 부족한 점이 다소 눈에 띄는 작품이다보니 '기준점'이라는 말에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 리스크가 있음에도 '기준점'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현재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 오픈월드 RPG에 MMO 요소를 가미한 유형의 게임 중에서 밸런스가 가장 잘 갖춰진 게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모바일에서 챙기기 어려운 자유도 높은 방대한 오픈월드를 탐사하면서 기믹을 풀고 모험하는 재미는 기본적인 조작법에 다양한 도구, 속성으로 보충했죠. 조작법의 한계도 ARPG 구성에 무기별 특성 조합과 배분 등으로 단독 전투뿐만 아니라 협동 전투의 묘미도 살렸습니다. 콘텐츠가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에 비해 얕다는 점은 다른 유저와 채팅하고 협동해서 풀어가고, 혹은 PVP도 즐기는 등 멀티플레이 요소를 가미하면서 보완했고요.

물론 하루하루 해금되는 콘텐츠 양이 정해져있다보니 아직 깊이도 얕습니다. 멀티플레이 요소는 난이도가 올라가면 기믹을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싱거웠던 느낌도 점차 맛이 배어나오기 시작하긴 하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무르익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죠. 그 전까지는 차분히 스텝을 밟아가야 하는 구조라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그 재미가 다소 줄어들 리스크도 있습니다. 새로운 요소를 다 플레이하고 난 뒤에 빠르게 스펙을 올리는 게임으로서 '타워 오브 판타지'를 보면 그 콘텐츠가 잘 정립이 안 되어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숙제거리는 이곳저곳 흩어져있고, 스펙 하나하나 올리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한눈에 잘 안 들어오니까요.

▲ 프란츠씨야 몇 시간 뒤에 온다고 했으니 메인퀘 늦게 열리는 건 그러려니 해도

▲ 기껏 찾았더니 보급품이 늦게 열리는 건 무어란 말이오

그나마 지금은 중국 서버에서 선행학습을 했던 유저들이 공유한 정보가 있고, 그걸 서로 채팅을 통해서 집단지성식으로 풀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돌고 있어서 문제가 되진 않고 있긴 합니다. 무기가 뽑기식이긴 해도 뽑기 재화는 이곳저곳에 있는 기믹을 풀면 주는데다가, 꾸준히 보급받을 일간 및 주간 콘텐츠도 다양하니까요. 그걸 다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유저끼리 묻고 묻다보면 어쨌든 하나하나 모아가는 그런 재미는 있긴 합니다. 그게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긴 하겠지만요.

스토리도 다소 급전개긴 하지만 주요 인물들이 확실히 잡혀있고, 그 캐릭터들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볼 정도의 퀄리티는 충분히 갖춰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연출이 초반 일부 장면을 빼면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고, CBT 때부터 언급됐던 현지화 문제도 완벽히 해소된 게 아니라서 다소 김이 빠진다는 문제도 아직은 자리잡고 있긴 합니다. 그나마 미아는 기계음이 안 들어갔었던 CBT 버전과 달리 기계음이 들어가면서 AI 서번트 느낌이 확 살기도 했고, 초반에 싱크가 끊어졌던 부분은 좀 보완이 됐지만 중반에는 아직 싱크가 끊긴 부분이나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나오는 부분이 있어서 몰입감이 좀 떨어지죠.

이런저런 이슈 때문에 꽉 찬 육각형이라고 하기엔 모호해도, '타워 오브 판타지'는 그 문제점이 개선되면 꽉 찬 육각형이 될 만한 자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픈월드의 기본기와 MMORPG의 기본기, 서브컬쳐 게임으로서의 기본기 모두 다 수준 이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적어도 오픈월드를 홀로, 때로는 남과 함께 즐기면서 모험을 떠나고 아이다라는 그 세계를 알아가는 그 재미 하나만큼은 충실합니다. 크로스플레이지만 모바일에 경도된 탓에 그간 잊고 있었던 수동조작과 모험이라는 감성을 깨운 것만으로도, '타워 오브 판타지'는 한 번 훑어볼만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자신이 예쁘게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로 모험을 즐기는 것도 '타워 오브 판타지'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