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 컬트를 시작하는 방법! Feat. '컬트 오브 더 램' 개발 이야기
  • 강연자 : 줄리안 윌튼 - 매시브 몬스터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분야 : 개발
  • 시간 : 2022.11.17(목) 16:00 ~ 16:50
  • 요약 : 매시브 몬스터의 게임 '컬트 오브 더 램'의 개발 일지를 공개하고 캐릭터와 게임 방식, 배경 등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소개했다. 줄리안 윌튼에 의하면, 해당 게임은 매시브 몬스터의 구성원들이 평소 좋아했던 것들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다.



  • ■ 동물들로 구성된 광신도 집단 - 우리가 좋아하는 걸 일단 다 넣어보자

    줄리안 윌튼은 가장 먼저 매시브 몬스터라는 회사가 어떤 느낌을 주는 곳인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매시브 몬스터는 기존 플래시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사였다. 최대한 구성원들의 개성을 담아 게임을 개발하고자 노력 중이며, 유저가 쉽게 즐길 수 있고 과즙미를 뿜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게임에 많이 넣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컬트 오브 더 램의 시작도 비슷했다. 평소 공포 영화를 즐겨봤던 줄리안 윌튼과 동료들은 컬트에 푹 빠졌고, 이를 게임으로 개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기본적으로 동물들로 구성된 광신적 종교 집단을 떠올렸다. 여기에 마을을 건설해 성장시키는 게임 요소, 던전 구성까지 합치기로 했다.

    물론, 시작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다. 너무 여러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하다보니 스스로도 무슨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헷갈렸다고 했다. 줄리안은 그 때를 떠올리며 "당시 우리 게임은 너무 괴팍한 느낌을 줬다"고 솔직히 표현했다.

    컬트 오브 더 램의 초기 구상은 떠다니는 고래 위에 마을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마음에 쏙 들어 애니메이션 형태의 작업물을 제작해 퍼블리셔에게 전했다. 하지만 만들고보니 영 별로였다고. 너무 정신이 없었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매시브 몬스터 구성원들은 좀 더 몇 가지 요소에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나만의 지옥을 만들자'로 모였다. 그러면서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총 네 번의 교체 과정을 겪고 나서야 지금의 양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중간에 토끼를 주인공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팀원 중 한 명이 귀가 긴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바로 교체했다.

    나만의 지옥이 콘셉트였기 때문에 지옥에 걸맞은 요소들이 필요했다. 곧장 절대적 존재를 따르는 광신도들을 비롯해 고문 등 다양한 키워드가 정립됐다. 광신도에 대한 정의는 똑같은 신념을 지닌 단체이자 무언가를 숭배하는 단체라고 정했다. 그러면서도 상하 관계도 권력 관계도 가져야 했다. 지옥에는 고문이 뒤따르게 마련인데 신도들이 귀여운 동물이라 고문을 좀 더 악랄하게 할 수 있기도 하고 덜 아프게 할 수도 있도록 하고자 했다. 많은 것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자 이전보단 좀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줄리안은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이를 통해 정부의 투자도 받게 되었다. 줄리안은 이 때를 회상하며 좀 더 빠르게 트레일러 영상을 만들걸 하고 아쉬워했다. 그럼 훨씬 빨리 좋은 반응을 얻어 그 힘으로 개발에 속도를 붙였을 거라고.


    ■ 하나씩 완성된 컬트 요소들 - 절대자, 광신도, 마을, 던전 등

    콘셉트가 잡히자 일이 꽤 술술 풀렸다. 일단, 컬트 요소를 갖춘 게임인 만큼 어둡고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유저가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신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뒀기에 신도의 수가 늘어날수록 힘이 세지는 걸로 아이디어를 확정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을 참고했다. 돈 스타브나 스타듀밸리의 요소들을 많이 참고했다.

    팀원들과 분담해 스토리 관련 아이디어도 확정했다. 플레이어는 모든 신도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스토리를 섹션별로 구분지었다. 또한, 유저들이 스토리 간 연결고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 광신도 집단에 대한 걸 완성해야했다. 광신도 집단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던 것 같은데, 퍼블리셔와 논의하면서 너무 많은 기술적 요소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절대자의 리더십은 물론, 신도들에 대한 세뇌, 숭배, 종교행사, 기도 등 생각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걸 어떻게 구현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광신도들을 이끄는 수장이 필요했다. 카리스마를 갖추고 자신감에 넘치며 약간의 나르시시즘을 품은 캐릭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신도들을 원하는대로 조종하고 어떤 경우엔 착취하기도 하는 그런 인물.

    캐릭터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양으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엽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양은 많은 종교적인 이야기나 영화, 게임 등에서 영적인 존재가 여겨진다. 여기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캐릭터가 귀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광신도 집단의 왕이 된 양은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줄 의무를 지닌 채 태어났다. 그렇기에 캐릭터인 양이 플레이 중에 사망하면 신도들 중 일부를 희생시켜 양을 부활시키는 시스템을 떠올렸다. 신도를 희생시킬지 말지 등 유저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그 고민이 결국엔 게임의 재미를 향상시키는 수단이 되길 원했다.


    이젠 다시 광신도에 집중할 때가 됐다. 일반적인 동물들이 어쩌다가 광신도가 될 것인지를 고민했다. 여기에는 던전 플레이의 특징이 반영됐다. 특정 던전에 볼모로 잡혀있는 동물을 구해주면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이로 인해 광신도가 된다는 설정이 잡혔다. 그럼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깨기 위해 던전에 방문할 때마다 광신도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또한, 현실에서는 신도를 모집하기 위해 던전에 방문하진 않으니 색다른 재미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절대자인 캐릭터도 완성했고 광신도 집단을 구성하고 이끄는 방식도 확정했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면 되는 단계에 도착했다. 줄리안과 매시브 몬스터 구성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유저들이 스스로 구축한 광신도 집단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방법을 떠올렸고, 다양한 외형 변경 시스템 도입을 완성했다.

    아직 남아있는 문제도 있었다. 유저들 중 일부는 광신도라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장치도 넣어놨다. 게임 내에는 양에 대적하는 다른 광신도 무리나 무신론자, 불신론자들도 존재한다. 유저들은 이들과 대적하면서 패배할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잃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줄리안은 자신들의 게임 속 등장하는 다양한 신도들을 작물에 비교했다. 사람들이 작물을 애지중지 길러 마지막에는 이를 수확해 원하는 바를 얻는 것처럼, 게임 내 신도들 역시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의해 다양한 일을 겪으며 성장해 결국엔 양이 원하는 바를 내어주는 존재라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줄리안은 컬트 오브 더 램을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은 경험을 주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