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노동조합이 정부 측 연장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권고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래연)가 12일 노동시작 개혁과제 권고문을 발표했다. 미래연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올해 7월 발족했다.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미래연은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발굴해 정부에 제시한다. 정부가 미래연 권고를 바탕으로 노동개혁 추진 방안을 마련한다.

1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다양하게 관리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이 주 내용이다. 특정 주에 52시간을 넘기더라도, 월, 분기, 반기, 연간 전체 평균 근로시간이 주 52시간 이하면 된다. 월 이상 단위로 적용할 때 노동시간 총량은 제한된다.



미래연은 현장 목소리로 "근로자의 의지대로 일하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둬야 한다", "선택근로제가 막상 도입된 이후에는 다들 만족도가 높았던 기억이 있다.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높여 나가는 방향은 시대적 흐름이다", "기업 규모, 형태 및 특성 등이 다양한데, 근로시간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등을 전했다.

미래연은 근로시간 유연화 외에도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근로자 선택 확대 △탄력근로제 실효성 제고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뒷받침하는 제도 정비 △충분한 휴식 보장을 통한 근로자의 건강 보호 △야간근로 및 야간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근로시간 기록관리 체계 강화 △재충전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휴가 사용의 패러다임 전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다양한 휴가 사용 활성화 △근로시간 적용제외 규정의 개편 △근로시간 및 휴게 규정의 명확화 등을 권고했다.

아울러 임금체계에 대해선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지원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 지원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된 법제의 정비 △60세 이상 계속고용을 위한 임금체계 등 관련 제도의 개편 모색 △포괄임금 등의 오남용 방지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미래연 권고에 넥슨 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엑스엘게임즈 노동조합, 웹젠 노동조합,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우려했다.

▲ 넥슨 노동조합 배수찬 지회장

넥슨 노동조합 배수찬 지회장은 "우리나라의 노동자에게 정말 자율과 선택의 힘이 있었다면, 애초에 포괄임금제가 뿌리내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라며 "법적으로 그러한 근로계약을 안 맺을 자유가 있으니, 노동자의 현장에 필요한 건 퇴근 이후에 연락하지 않을 의무, 장시간근로를 시키지 못할 의무, 근로시간을 측정하고 수당을 줄 의무,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다"라고 말했다.

▲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차상준 지회장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차상준 지회장은 "52시간제는 부족하지만 워라벨을 만드는 기초적인 작업이었고 이제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무마하는 내용을 발표한 건 심히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선택적 근무제도라는 비슷한 법적내용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에 왜 이런 권고안이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차상준 지회장은 "이미 휴식권을 보장 받지 못해 과로사나 과로로 인한 2차 질병이 만연한 상태이고 이건 본질적으로 자율적인 휴식이 어렵다는 것의 반증이다"라며 "또한 노사 간의 관계가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는 비대칭인데 어떻게 현실적으로 동등하게 합의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출퇴근 기록이 가능한 업종의 포괄임금제 폐지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최우선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엑스엘게임즈 노동조합 진창현 분회장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 노동조합 진창현 분회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은 좋은 내용도 있지만, 기업들이 과연 권고안이 법제화되었을 때 노동자들이 원하는 건강권 휴식권 강화 공정한 임금체계 보상방안 비대면 근무 등이 권고문에 따라 법제화되어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기업들이 원하는 근로시간 선택권 즉 52시간 유연화를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게임 업계에는 노동조합이 없는 수많은 회사가 있다. 52시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회사 존재하고 있으며 수많은 노동자는 그런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며 포괄임금제 또한 회사 스스로 내려놓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의 부작용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창현 분회장은 "이런 현실 속에서 근로시간 개편안인 52시간 유연화는 노사 관계가 경직된 게임업계에서 제대로 잘 적용되기 힘들 것이며 장시간 노동을 더욱더 가중할 것이다"라며 "기업 스스로 본인들에게 불리한 제도는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꼼수로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현실 속에서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시대를 역행하는 노동정책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 웹젠 노동조합 노영호 지회장

웹젠 노동조합 노영호 지회장은 "권고문 서두에 나타나듯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기존 노동자들에게 일을 더 시키겠다는 정책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라며 "특히 IT업계는 최근 인력난을 겪으며 임금인상의 폭풍을 겪었다. 그중에서도 게임업계는 개발자들을 다른 IT 쪽에 수혈해주며 더욱 인력난에 허덕이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 게임업계에서 촉발된 과로로 인한 건강악화와 과로사, 정신적 문제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52시간제가 도입되었고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69시간제로 회귀하는 것은 명백한 IT노동의 악화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월 69시간을 단순 계산하면 특정한 주간 평균 11.5시간을 일해야 한다. 11시간 휴식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24시간 중 밤낮이 바뀌며 생활해야 하고 몰아서 일하게 되는 환경을 조장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미 모순된 행태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영호 지회장은 "게임업계에 만연하고 있는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해서는 근로감독이 아닌 포괄임금제 사용 금지 입법 및 제도화가 최우선 과제이며 병행하여 근로시간의 투명한 관리를 확인한 후 52시간제의 개편을 논해야 할 것이다"라며 "지금 52시간제 하에서도 크런치는 진행 중이다. 52시간이 꽉 차면 근무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일한다는 사례가 적잖게 들리는 게임업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있는 게임회사는 그래도 근로자대표를 바르게 선출할 수 있겠으나 그 외 노조가 없는 대형게임회사와 중소 업체들은 사측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노영호 지회장은 "몰아서 개발한다고 게임이 재밌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여유를 가지며 충분히 고민하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며 분석도 하면서 개발자들도 게임 개발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저런 업무 형태는 결국 게임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 정의당 류호정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이번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문은 주 40시간제(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시키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체계를 공고화하는 작업에 불과한 노동시간 유연화 종합세트"라며 "특히 지속해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요구해온 사용자가 밀집한 IT·게임업계의 노동자에 대한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대표 발의한 포괄임금제 폐지법부터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