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을 불문하고, ‘신인상’은 선수에게 큰 영광이다. 평생 단 한 번 주어지는 기회를 잡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상이기 때문이다. 2021년, 처음으로 LCK 무대를 밟은 ‘크로코’ 김동범은 시선을 빼앗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동기들을 제치고 그 해 최고의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하지만, 신인왕의 2년 차는 다소 가혹했다. 2022년, 소속 팀 리브 샌드박스의 리빌딩 방향성에 따라 ‘크로코’는 뜻하지 않게 주장 완장을 달았고, 팀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했다. 이미 검증된 선수 축에 속했던 그는 피드백의 사각지대에 놓였고, 당연하게도 성장의 욕구는 채워지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3년 차의 ‘크로코’를 DRX로 이끌었다. ‘크로코’는 노련한 베테랑이 다수 포진한 2023년의 DRX가 자신의 결핍을 온전히 채워줄 것으로 봤다. 특히, 롤도사로 유명한 ‘베릴’ 조건희의 존재는 ‘크로코’가 DRX를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끼켰다. 못다한 성장을 꿈꾸는 ‘크로코’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한다.



Q. 데뷔 후 첫 이적이다. 처음 겪는 스토브리그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스토브리그를 처음 경험했는데, 진짜 정신이 없었다. FA 한 달 전부터 리브 샌드박스에서 이적을 승인해줘서 여러 팀과의 접촉이 있었다. 이야기도 많이 했고, 가보기도 했다. 정말 생각할 게 너무 많더라. 그래도 이적을 했다고 다른 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어차피 다 똑같다(웃음).


Q. 여러 팀 중 DRX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토브리그 동안 국내 팀은 물론 해외 팀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 ‘페이트’ 유수혁 선수와 같이 움직이는 걸 목표로 잡았는데, 해외 시장이 큰 만큼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었다. 해외로 가는 것도 딱히 부담은 없어서 중국의 한 팀이랑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DRX 측에서 연락을 주셨고, 결국 DRX를 선택했다.

원래 ‘베릴’ 선수와 한 번은 무조건 같은 팀을 해보고 싶었다. 대회에서 ‘베릴’ 선수 보이스 같은 걸 들으면서 되게 깔끔하고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DRX를 선택하게 된 것도 있다.


Q. ‘페이트’ 선수는 한 팀에서 뛴 적이 있고, 다른 팀원들과는 친분이 좀 있나.

‘덕담’ 서대길 선수만 안면이 있고, 다른 선수들은 진짜 지나가면서 인사만 한 정도다. 확실히 경기장에서 봤을 때랑 팀으로 지낼 때랑 이미지가 다르다. 생각보다 말 많이 걸어주고 얘기 잘해주는 선수는 ‘베릴’ 선수다. ‘라스칼’ 형은 그냥 나 보면 자꾸 웃는다. 본격적인 스크림은 내일(13일)부터라 같이 헬스도 하고 하면서 친해지는 중이다.


Q. 스크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상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 호흡이나 팀 컬러를 예상해보자면?

내가 상대로 플레이 했을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팀 선수들이 대체로 자기 주장이 확고한 편이다. 어떤 상황이 나왔을 때 하나로 뭉치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다. 그래도 성격이 다 착해서 딱히 힘들지는 않을 거로 본다. 근데, 그 중에도 ‘페이트’ 선수가 주장이 센 편이라 ‘베릴’ 선수와 뭔가 마찰이 한 번은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Q. ‘베릴’ 선수와 이전 동료 ‘표식’ 선수가 싸운 썰을 재미있게 봤다. ‘크로코’ 선수 역시 주장이 강한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본인과의 마찰은 없을 것 같은지.

사실 롤드컵을 두 번이나 우승한 선수가 피드백을 해주는데 굳이 내 주장을 고집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창현이랑 연락을 한 번 했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더라. 그러면서 들은 것도 있고. 최대한 ‘베릴’ 선수의 이야기를 잘 수용해서 팀합을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


Q. 앞서 차기 시즌에 ‘페이트’ 선수와 한 팀에서 뛰는 걸 목표로 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도 궁금하다.

2022년 리브 샌드박스에서 육성 팀을 경험했고, 실제로 나름 좋은 성적도 냈지만, 결국에는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는 힘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에서 ‘페이트’ 선수만한 미드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Q. 사실 올해 리브 샌드박스에서는 데뷔 2년 차만에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부분이 좀 부담이 됐을까.

처음에는 부담도 많이 심했고, 지내면서 뭔가 불합리함이라고 해야 할까. 데뷔 2년 차에 벌써 주장 완장을 차고 게임을 해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 지 혹은 이게 맞는 건지 생각이 많았다. 또, 나는 배울게 아직 많다고 생각하는데, 피드백을 했을 때 내 피드백은 많이 못 듣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나머지 선수들을 더 끌어올려야 팀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2년 차 때 나 진짜 열심히 잘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성장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DRX는 그런 욕심을 채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2022 시즌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면, 정말 롤드컵 코앞에서 미끄러진 느낌이었다. 당시 감정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사실 서머 때는 우리가 메타를 좀 잘 탔다. 당시에 ‘이 메타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승을 많이 쌓자’는 마인드로 게임을 했다. 그래서 메타가 확 바뀌었을 때는 좀 절망적이기도 했고, 게임 하는 입장에서 계속 불안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진짜 아쉽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을 경험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DRX 측에서도 한 번 더 고민해서 나를 뽑아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



Q. 성장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긴 했지만, 지난 1년 간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21년도 때는 개인적인 판단이 많이 흔들리고, 팀에 묻혀가는 스타일이었다면, 22 시즌에는 개인적인 판단도 그렇고, 팀적인 움직임도 발전했다. 올해 ‘캐니언’ 김건부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봤던 것 같다. 세계 최상위 정글러의 포스를 유지하는 데에는 다 비결이 있지 않겠나. ‘캐니언’ 선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이럴 땐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이런 판단을 했을지 생각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다.


Q. 그렇다면, 22 시즌에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건 ‘캐니언’ 선수였을까.

솔직히 말해서 까다로운 선수는, 21 시즌에는 ‘피넛’ 한왕호 선수였는데, 22 시즌에는 한 명도 없었다. 솔직히 정글 싸움에서는 내가 다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게임에 임했다.


Q. 내년에는 어떨 것 같나.

성장의 폭이 100%가 최대인 사람도 있고, 150, 200%인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궁무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성장의 과정을 다 거치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잘하면 우리 팀도 잘할 것 같다.


Q. 경계가 되는 팀은 어디인지.

일단 T1이다. 팀원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합 맞추는 데도 얼마 안 걸릴 거다. 그리고, 사실 이번 2022 롤드컵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했던 선수가 ‘데프트’ 김혁규 선수였다. 담원 기아가 원래도 체급이 많이 강했던 팀인 만큼, ‘데프트’ 선수 합류로 내년에도 좀 잘할 것 같다.



Q. 2023 시즌 DRX의 목표는?

개인적으로 3위를 해봤으니 내년에는 더 높은 순위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1, 2위를 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 많이 느꼈는데 스프링부터 열심히 해두어야 서머 때 고생을 덜 한다.


Q. 국제 대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욕심도 클 것 같다.

진짜 롤드컵에 갈 수 있겠다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21 시즌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내년에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 말고, 무조건 간다는 마인드로 해보려 한다.


Q. 개인적으로는 2023 시즌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

LCK에서 제일 잘하는 정글러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일단 내 자신부터 이겨야 할 것 같다. 사실 올해 피드백을 많이 받지 않아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내가 스스로 판단해 개인적인 피드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베릴’ 형도 있고, 내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줄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이야기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다.

이번 스토브리그가 내 입장에서는 처음 겪는 스토브리그라 유난히 길기도 했고, 많이 떨렸다. 팬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그 중 하나 떠오르는 게 어딜 가도 응원하겠다는 문구다. 덕분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토브리그를 보낼 수 있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DRX에서 재미있는 경기 많이 보여드릴 테니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