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레드포스 2023년 로스터
(TOP) '든든' 박근우
(JUG) '실비' 이승복
(MID) '피에스타' 안현서
(BOT) '바이탈' 하인성
(SUP) '피터' 정윤수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농심 레드포스의 목표는 명확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해 성적을 내는 것. 마치 ‘블랙’으로 대표된 자사 브랜드 라면처럼 농심은 재료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농심은 칸나, 드레드, 비디디, 고스트, 에포트로 로스터를 꾸렸고, 그해 스토브 리그의 승자로 불렸다. 그러나 스프의 문제였을까? 물 조절에 실패한 걸까? 농심은 스프링 스플릿 8위, 서머 스플릿 8위를 기록했다. 2022년 농심은 한 마디로 맛이 없었다.

새 시즌을 앞둔 농심 레드포스의 선택은 본연의 컬러 ‘레드’로의 회귀다. 로스터의 고급화라는 ‘블랙’ 컬러를 버렸고, 이번 이적 시장에서 1군 선수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농심 레드포스의 챌린저스 리그 선수들을 모두 콜업하여 2023년 로스터를 채웠다.

맛으로 본다면 농심 레드포스의 선택은 일리가 있다. 챌린저스 리그에서 농심 레드포스는 확실히 매운 팀이었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농심 레드포스는 스프링 시즌 준우승을, 서머 시즌에는 우승을 기록했다. 한 시즌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 시즌은 실력으로 봐야 한다.

맛의 비결은 ‘한타’다. 농심 레드포스는 유달리 한타가 강한 팀이었다. 라인전을 무난하게 보내고 중, 후반 시점에 접어들면, 한타에서 팀 호흡이 매우 뛰어났다. 싸움을 길게 가져가면서 팀원들이 어그로를 나눠 받았고, 끝까지 살아나가 역전 기회를 노렸다. 상대하는 팀은 농심의 어그로 핑퐁에 여기저기 끌려다니다가 마법처럼 지는 일이 많았다. 폼이 좋을 때는 예전의 그리핀이 떠오를 정도로 스타일이 비슷했다.

그러나 ‘LCK에 올라온 농심 챌린저스 선수들이 그리핀만큼 잘할 수 있냐?’라는 질문에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유는 체급 문제다. 챌린저스에서 승격한 뒤 바로 좋은 성적을 거둔 그리핀이나 담원 게이밍은 LCK에서도 통할 정도로 체급이 좋았다. 그러나 농심의 라인전 능력은 챌린저스 리그에서 좋게 봐도 보통이었다. 라인마다 괴물들이 사는 LCK에서 평범했던 챌린저스 선수들이 잘할 거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농심 레드포스가 LCK에서 살아남으려면 단기적으로는 밴픽 전략이 중요하다. 농심은 스크림을 통해 각 라인 선수별로 LCK에서도 통하는 챔피언이 무엇인지 정리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잘하는 챔피언을 쥐여주면서 최대한 중, 후반으로 경기를 끌고 가는 것, 이를 통해 농심의 매운맛이 드러날 수 있게 판을 짜주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선수들이 발전해야 한다. LCK 하위팀들은 결국 챔피언 풀이 분석 당하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선수는 그거 아니면 아무것도 못해’라는 분석이 나오는 순간이 곧 위기의 신호탄이다. 한계를 넘기 위한 선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싼 재료를 마음껏 쓴 고급 레스토랑 요리 사이에 농심의 요리가 그대로 올라갔다. 농심에게는 쉽지 않은 경쟁이 될거다. 그러나 농심이 끓기 시작하면, 고급 레스토랑도 매번 승리를 자신할 수 있을까? 2023년 LCK에서 농심의 매콤한 향기가 어디까지 퍼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