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에픽게임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게이머분들은 에픽게임스의 명작 게임, 기어스오브워(Gears of War) 또는 언리얼(Unreal) 토너먼트를 생각하실 것 같고, 실제 게임 개발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을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언리얼 엔진이 워낙 대중에게까지 알려지면서 "언리얼 엔진 = 최고의 비주얼" 인식과 함께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신작들은 홍보 문구에 "무슨무슨 게임 언리얼 엔진 채택"이라는 문구를 일부러 집어 넣기도 합니다.


실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기대작들의 다수가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되는 중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 그렇고 블루홀의 테라가 그렇습니다. 레드덕의 신작 FPS 메트로 컨플릭트도 있고, 마구마구로 유명한 애니파크의 차기작 '프로젝트 A4'도 언리얼 엔진3로 제작 중입니다.



▲ 엔씨소프트가 언리얼 엔진3로 개발 중인 '블레이드앤소울'




하지만, 언리얼 엔진이 이처럼 굵직 굵직한 게임들과 함께 하면서, 엔진 구입에만 '몇십 억'이 들었다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고, 언리얼 엔진이 마치 중소개발사는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값비싼 도구처럼 여겨졌습니다.


웬만한 개발사는 언리얼 엔진 한번 사용하려면 큰 빚을 내야한다는 말이 들릴 정도였습니다. 제가 직접 에픽게임스 한국지사를 찾아가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언리얼 엔진의 실체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한 여름을 연상케하는 뜨거운 햇살을 이겨내며 비로소 삼성역 근처에 위치한 에픽게임스 사무실에 도착한 순간, 활짝 핀 웃음꽃으로 반겨주는 박성철 지사장을 보면서 내심 우려했던 백화점 명품관의 도도한 이미지는 저만의 절대적인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에픽게임스 한국지사는 에픽게임스가 전체 지분을 보유한 아시아 최초의 100% 자회사입니다. 에픽게임스 한국지사 설립의 배경을 다시 한번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동안 한국지사가 없는 상태로 8년 동안이나 국내 기업들과 에픽게임스 본사가 비즈니스를 해왔습니다. 리니지2가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엔진 라이센싱 혹은 로열티 계약은 각 회사 상황에 맞도록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한데요,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게임엔진은 단순 소비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후 기술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글로벌 하게 이메일 접수만 받거나 그것도 영어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제대로 된 기술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에픽게임스 본사에서는 게임 엔진을 단순히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하고자 했고,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에픽게임스 한국지사의 창설입니다. 즉, 에픽게임스 한국지사 설립의 목적은 언리얼 엔진을 사용 중인 국내 게임개발사들을 위한 '현지화된 기술지원'과 '엔진 한글화', '개발자 커뮤니티 지원'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 에픽게임스 한국지사, 박성철 지사장





= 에픽게임스 본사와 한국 지사의 규모는 어떤가요?

에픽게임스 본사 자체가 규모가 그렇게 큰 기업이 아닙니다. 강소(强小)기업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최근에는 본사 인원이 늘어 130명 정도됩니다. 국내는 저를 비롯해서 기술지원팀 포함 총 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 타 경쟁사의 사례와 비교해서 에픽게임스가 한국지사를 설립한 것이 온라인 게임 개발 추진하려는 목적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종종 있습니다.

방금 회사 규모를 말씀 드렸습니다만, 에픽게임스 자체가 그렇게 큰 기업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사도 한국지사도 잘하는 것에 계속 집중하자는 주의입니다. 온라인게임은 에픽게임스가 한번도 도전해 본 적이 없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엄청납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조그마한 리스크에도 휘청거릴 수 있겠죠.


현재, 에픽게임스 한국지사에서 직접 피드백해서 언리얼엔진에 업데이트 되는 부분이 상당할 정도로, 에픽게임스 한국지사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역시나 기술지원 부문입니다. 지금 국내 게임사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함께 상생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지사장님께서 직접 언리얼 엔진의 장점과 단점을 냉철하게 평가해 본다면 어떨까요?

일단은 장점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웃음) 언리얼 엔진의 역사가 벌써 18년이 넘었습니다. 그만큼 코드의 안정성에 대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또한, 전 세계 수 백개가 넘는 개발사들의 사례들은 언제 어디서나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되어 시행착오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언리얼 엔진 자체가 FPS 게임에서 탄생했지만, 국내에서는 MMORPG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듯이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도 장점 중에 하나입니다. 현재, 언리얼 엔진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비롯해서 건축, 군사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라이센시(Licensee), 즉 고객와 직접 토론하면서 만들어 나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국내 개발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갈 수 있도록 항상 귀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특히, 에픽게임스 한국지사는 전 세계 어디를 비교해봐도 기술 지원 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에픽게임스에 서포트 엔지니어라는 직업타이틀이 처음 생긴 것도 한국지사입니다.


현재 에픽게임스 한국지사 기술지원팀이 각 개발사를 방문해서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에픽게임스 본사에 와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 외 다양한 방법의 기술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고요. 올해 초에 일본지사도 설립이 되었는데, 문화가 비슷한 한국의 성공적인 기술 지원 모델을 배워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경쟁사 엔진에 비해 외부 환경 표현이 약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현재, 내부적으로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연내에 좋은 소식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국내 개발사들에 의해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내용으로, 에픽게임스 한국지사에서 자체적으로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해서 업데이트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 에픽게임스 한국지사가 설립된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 시점에서 본사의 평가는 어떤가요?

예상을 뛰어 넘습니다. (웃음) 한국지사 없이 지난 8년간 해왔던 것과 확실히 비교가 되니까요. 작년 한 해 수익이 지난 몇 년만큼의 수익과 맞먹을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엔진 판매와 수익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니지만, 사후 지원에 최대한 노력하다 보니 판매도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이해 하에 거의 7,8개월을 밑거름 투자만 해왔으니까요.




▲ 레어 아이템 발견!, 기어스오브워2 개발자들의 사인이 담긴 패키지




= 언리얼 엔진이 명품 엔진으로 알려진만큼 가격도 명품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개발사들은 쉽사리 언리얼 엔진에 다가가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데요. 언리얼 엔진 가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회사 정책 상 이 자리에서 언리얼 엔진의 가격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려 싸지는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간단한 계산만 해봐도 게임 엔진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는 엔진을 구입해서 2,3년 뒤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출시될 즈음의 상황, 게이머들의 눈과 PC 사양도 전반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그 때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직접 엔진을 개발할 때의 시간적인 비용, 시행 착오 등을 피하고, 게임사는 엔진보다는 게임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게임 엔진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저렴하겠죠.


사실, 중소개발사들도 언리얼 엔진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 정책이 있습니다. 일례로 작년부터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언리얼 개발자 키트(UDK)는 그것을 통해 수익을 냈을 때 25%의 로열티를 에픽게임스에 지불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중소개발사에서 찾아오시면 제가 직접 맞춤형 상담을 하면서, 모든 회사가 조건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회사 상황에 가장 맞는 가격 정책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와 상담을 하시게 되면 의외로 바로 그 자리에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시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비싸니 우리와는 맞지 않아"라는 생각을 거두시고, 같이 이야기 해보면서 방법을 찾아나갔으면 합니다. 저는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언리얼 개발자 키트, 일명 UDK




작년에 중소개발사인 '제이디게임즈'가 갱 온라인 개발에 언리얼 엔진3을 사용한다는 발표을 했습니다. 제이디게임즈도 위와 같은 사례 중에 하나 인가요?

네, 맞습니다. 계약 체결 이후 지금도 종종 만나고 있고요. 가끔씩은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같이 식사도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최소 2년 이상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듯 해요. 목돈을 주고 한번에 언리얼 엔진3를 구입하는 풀라이센싱 계약이 아닌, 추후 수익이 발생할 때 일정 수익을 저희에게 지불하게 되는 로열티 계약이다 보니 정말 게임이 잘 되어야 합니다. 에픽게임스와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로열티 계약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실제 로열티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로열티 계약이나 풀라이센싱 계약이나 저희 입장에서 기술지원은 똑같이 돌아가야 합니다. 사실, 리스크가 매우 높은 투자죠.


제가 지금 대학원에서 비슷한 사례를 공부 중인데요, 수학적으로 보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비즈니스 중에 하나입니다. 풀라이센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5개 회사에 로열티 계약을 해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많다면 굳이 로열티 계약이라 것을 할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중소개발사에서 저에게 합리적인 제안을 준다면, 저는 그 가능성을 보고 본사를 설득하게 됩니다. 처음에 말씀 드렸듯이 에픽게임스 자체가 아직은 작은 규모의 회사고, 아직은 국내 회사들과 닮은 면이 있습니다. "믿고 투자하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5~6년이 지났을 때도 지금 투자했던 것에 대한 아무런 결과를 보지 못했을 때는 로열티 계약이라는 것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 중소개발사분들에게는 지금이 최적의 기획입니다. 아직까지는 에픽게임스에서 가능성만 보인다면 전적으로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보도자료까지 일부러 저희가 작성해서 배포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손을 하나라도 덜어드리려는 거죠.




▲ 제이디게임즈가 언리얼 엔진3로 개발 중인 '갱 온라인'의 컨셉 아트




= 최근 언리얼 개발킷(UDK) 무료 강의도 진행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언리얼 엔진 알리기 행사들이 계획되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단순 세미나뿐 아니라 언리얼 엔진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기적인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다룰 수 있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지만, 실제 다룰 수 있는 개발자는 그렇게 많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특정 대학교와 협력하거나, 교육 과정을 연구하는 등, 초반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유능한 언리얼 엔진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게임 업계에 배출될 수 있는 선순환이 도는 생태계 구조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마 꽤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겠지만요.




= 에픽게임스 한국지사가 설립된 후 1년 동안 정신 없이 달려오셨을 텐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업계 지인들에게 에픽게임스와 언리얼 엔진의 이미지에 대한 조사를 미리 했었습니다. 딱 세 가지로 요약되더군요. "거만하다, 비싸다.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 목표를 잡은 것도 이 세가지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로 잡는 거였습니다. 사실 에픽게임스에는 거만하신 분들이 없습니다. CEO인 팀 스위니씨도 지난 번에 방한했었는데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만한 이미지와는 절대 거리가 먼 개발자에 가깝습니다. (웃음)


비싸다는 인식은 각 회사 사정에 맞는 다양한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제시하면서 해결하고 있고요, 가장 어려운 것이 "사용하기 어렵다"인데, 이미 언리얼 엔진의 메뉴얼 및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한글화는 끝냈고 회사별 맞춤 기술지원을 통해 차츰차츰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위에 말씀 드린 선순환이 도는 개발자 생태계도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제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도, 에픽게임스 한국지사가 국내 게임개발 업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함께 상생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많이 찾아주세요. 언제나 환영합니다.




▲ 에픽게임스와 언리얼 엔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