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이 북미 1시드의 위엄을 보여줬다. 벼랑 끝 패자조에서 골든 가디언즈에게 스프링 결승전의 악몽을 다시금 선사하면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3세트 크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4세트에서 보기 드문 주도권-포킹 조합으로 1만 골드 격차를 벌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다음은 C9의 한국인 용병 미드라이너 '에메네스' 장민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스프링 결승과 동일한 결말이다. 3:1로 승리한 소감은?

사실 우리가 3:0으로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한 세트 지기도 했고, 2세트도 불안한 장면이 많이 나왔다. 지고 싶지 않아서 엄청 집중하면서 플레이했던 것 같다.


Q. 3세트를 내준 후에는 어떤 피드백을 나눴나.

우리 실수는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멘탈을 케어하는데 집중했고, 밴픽 같은 경우는 조금 더 강한 챔피언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4세트 때 니달리, 크산테, 바루스, 하이머딩거처럼 한 번 지면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조합을 꺼냈다.


Q. 그렇다면, '에메네스' 선수가 생각하는 자신의 실수는 무엇이었나.

탈리야가 나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를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또, 6레벨 때 상대가 그때만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걸 연습을 통해 충분히 숙지를 하고 있었음에도 대회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잡혔다. 너무 기본적인 실수였다.


Q. 자신감을 바탕으로 꺼냈다고는 하나, 주도권-포킹 조합이 최근 메타에서 각광 받는 조합은 아닌데.

일단,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때리니까 재미있다. 이런 조합을 대회에서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연습 때 하던 대로였다. 오히려 대회에서 한 번 실수가 나왔다. 드래곤 쪽에서 내가 잘리고 3명이 같이 죽는 장면이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변수 없이 이겼을 것 같다.


Q. 1만 골드 격차를 벌렸음에도 말한 대로 실수 한 번에 게임이 흔들리고, 35분 넘게 시간이 끌렸다. 그런 점이 메타와 반대되는 조합의 한계가 아닐까.

그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긴 하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문제인데, 메타 자체가 아무리 바텀에서 차이를 벌려도 결국 원딜이 2코어 아이템만 완성되면 파밍은 되고, 라인을 지우면서 버틸 수 있다.

다만, 우리가 4세트에 생각했던 건 딱 그 조합 한정으로는 우리의 체급 자체가 너무 세기 때문에 상대가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조합을 쓴다는 건 우리만 알고 있는 정보여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Q. 국내 중계에서는 1, 2세트 POG에 선정됐다.

근데, 3세트 때 너무 못했다. 아까 말한 대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잡혔다. 라인전 실수와 죽어서는 안 되는 타이밍에 죽은 게 너무 아쉽다. 복기 많이 하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Q. 그럼, '에메네스' 선수가 생각하는 오늘 시리즈의 MVP는?

당연히 나다(웃음). 나도 실수를 많이 하긴 했지만, 우리 팀이 실수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Q. 다음 상대는 LCK의 젠지다. '쵸비'와 맞붙게 됐는데.

긴장보다는 기대가 훨씬 크다. 젠지라는 팀과 붙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겠지만, 솔직히 져도 상관없으니까 5세트까지 가고 싶다. 거기까지 가서 이기면 최고의 결과일 것이고. 젠지와의 경기를 통해서 많은 걸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Q. '에메네스' 선수에게는 이번 MSI가 첫 국제 대회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은지.

내면의 성장이다. MSI를 통해서 실력적으로 정말 많이 발전하고 있는데, 그 뿐만 아니라 나라는 선수 자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Q. 좀 더 나아가 프로게이머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결과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는 언제나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선수가 되고 싶다. 또, 팀원들에게 믿음직스러운 선수로, 팬분들에 자랑스러운 선수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