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웹젠(대표 김태영)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이 오는 8월 18일 결론 난다. 앞서 엔씨는 2021년 6월 21일 웹젠이 서비스 중인 'R2M'이 자사의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에서 엔씨와 웹젠의 마지막 소송 심리가 진행됐다. 두 회사의 주장과 반박은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소송 대리인으로 엔씨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웹젠은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

소송 제기 당시 엔씨는 "웹젠 'R2M'에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했다"라며 "관련 내용을 사내외 전문가들과 깊게 논의했고, 당사의 핵심 IP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엔씨가 소송 제기 뒤에 웹젠이 합의를 요청했으나 결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 측 대리인은 합의 경과에 대해 웹젠이 왜곡된 주장을 해서 합의 과정이 있었다고 자료를 제시했다.


이날 엔씨 측 대리인은 "원고(엔씨소프트)의 게임은 이전에 없던 구성요소로 큰 인기를 얻어온 유명한 게임이다"라며 "피고(웹젠)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주요한 구성요소를 표방해 R2M을 출시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게임 중 어떤 것을 먼저 하든 플레이에 장애가 없을 정도다"라며 유사성 정도를 꼬집었다.

이어 "피고의 R2M은 원고 리니지M이 새로운 서버를 낸 것과 같은 효과를 누려, 리니지M의 명성에 편승해 이용자를 유입했다"라며 "이러한 행위가 용인된다면, K-컬처 문화 강국으로서 발돋움하려는 대한민국의 큰 비전과도 맞지 않는, 제지되어야 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엔씨 측 대리인은 R2M이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 무게, 변신, 인형, 캐릭터 등의 요소를 모방했다는 입장이다. 리니지M의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R2M에 '유피테르의 계약'으로 이름을 바꿔 서비스했으나, 3단계로 나눠진 버프 시스템이 유사하다고 엔씨 측은 주장했다. 무게 시스템의 경우 리니지M은 0%, 50%, 83%가 기준인데, R2M은 0%, 50%, 85%로만 조정해 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뽑기 확률에 있어서는 "일반, 고급, 희귀, 영웅 등 뽑기 과정에서 리니지M과 R2M의 확률이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같다. 리니지M 유저 흡수하려고 만들었다"라며 "등급분류, 무게 제한 완화 효과 등 R2M은 리니지M과 똑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캐릭터, 체력, 마법, 물약, 아인하사드 축복 등 순서들이 모두 똑같다"라며 "게임 기본 UI도 똑같다"라고 비판했다. 엔씨 측 대리인은 "R2M이 리니지M 서버만 새롭게 제공한 격으로 유저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웹젠 측 대리인은 "핵심은 무엇이 보호할 가치가 있고 없는지다"라며 "피고(엔씨)가 주장한 6개의 규칙과 UI 등은 MMORPG의 개발 과정을 무시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엔씨 측이 주장한 요소들은 MMORPG가 발전하면서 정립된 업계의 일반적인 규칙이란 설명이다.

이어 "MMORPG는 단계적으로 발전했고, 모바일 환경에서 기능적 제약으로 UI가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라며 "누군가 먼저 만들었다고 해서 안 따라 할 수 없고, 독점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웹젠 측 대리인은 "동일 장르이니 UI가 동일할 수밖에 없다"라며 "사실상 표준으로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웹젠 측 대리인은 "엔씨의 '아이온'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 규칙을 그대로 차용했다"라며 "넷마블이 '세븐나이츠'로 성공하자, 엔씨도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만들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고전 로그라이크 '넷핵'도 언급됐다. 앞서 웹젠 측은 '리니지M'의 중요 규칙이 '넷핵'에 이미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웹젠 측 대리인이 "엔씨가 철이 없어 그대로 베꼈다고 자인하고 있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니지는 +6 강화까지는 안전하게 되는 등 넷핵의 안정 강화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했다"라며 게임의 일반적인 요소라는 주장 근거를 댔다.

웹젠 측 대리인은 "엔씨의 부당한 주장은 '사다리 걷어차기'다"라며 "엔씨는 선행게임 넷핵, 웹젠의 '뮤 오리진' 등 규칙 및 UI를 차용해 리니지M을 제작했다"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원고가 침해를 주장하는 극히 일부 요소는 선행 게임에 존재하는 요소나 게임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요소, 기능적인 UI 및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닌 단순 게임 규칙과 과금 모델로 구성됐다"라며 "MMORPG 질적 양적 측면을 고려할 때 양 게임은 서로 달라 저작권 등 침해 구성할 여지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적인 게임 규칙과 UI를 보더라도 명백한 차이가 있어서 게임의 구체적인 전개 양상이 전혀 다르고 UI도 차이가 있다"라며 "'사다리 걷어차기'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8월 18일로 지정했다. 엔씨와 웹젠은 4주 안에 참고서면을 제출할 수 있다. 엔씨 측은 영상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도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의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엔씨는 김앤장을 선임했고 카카오게임즈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이번 엔씨-웹젠 소송 결과가 향후 엔씨-카카오게임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