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LCK 서머 스플릿 결승전 5세트 경기, T1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현재 리브 샌드박스에서 감독을 맡은 ‘류’ 유상욱 감독이 제드 VS 제드 미러전을 치렀던 장면. 이 컷은 LoL e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만약, 이 장면을 직접 소유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얼마일까?

LCK 레전더리스는 온라인에서 소유할 수 있는 디지털 카드이다. 어렸을 적 한국 프로 야구나 NBA 선수들의 카드를 모아본 기억이 있다면, 꽤나 익숙하게 느껴질 듯하다. 현재 한 달 동안 서비스가 진행되었고, 많은 LCK 팬들이 선수 카드와 하이라이트 장면을 구매해 자신만의 수집품을 채워가고 있다.

LCK 레전더리스 배승익 대표는 현재 프랜차이즈 이후의 장면만을 이용해 카드가 출시되고 있지만, 팬들이 원하는 만큼 프랜차이즈 이전의 장면을 카드로 만들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배승익 대표는 인터뷰 동안 LCK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연거푸 강조하면서 게임단의 수익 개선과 팬들의 수집 욕구를 모두 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Q. LCK 레전더리스가 서비스된 지 한 달 가량이 지났다. 다만 아직 LCK 레전더리스를 모르는 인벤 독자를 위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린다.

인벤은 매일 들어가는 커뮤니티라서 오늘 이런 자리가 영광이다. 레전더리스는 11년 된 IP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 지금은 LCK와 협업을 통해 디지털 콜렉터블 카드를 판매하고, 이를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Q. 11년 된 IP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말했다. LCK 레전더리스를 서비스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많은 일을 했다.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독자들이 기억할만한 건 팀 배틀코믹스라는 프로게임단을 창단하여 운영했던 것이다. 당시에 ‘도브’ 선수와 ‘온플릭’ 선수 등이 팀 배틀코믹스 소속이었고 담원 게이밍과 함께 챌린저스 리그에서 LCK로 승격했다. 이후 팀은 샌드박스 게이밍에 매각되어 현재의 리브 샌드박스가 됐다.

또 다른 서비스는 배틀코믹스가 있다. 주로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만화를 볼 수 있는 웹툰 사이트로 롤 인벤에서 웹툰 게시판에서 활동하던 작가분들과 함께 웹툰 서비스를 한 적이 있다.


Q. LCK 레전더리스는 기존에 해왔던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어떻게 LCK 레전더리스를 계획하고 만들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2013년 스타트업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게임단 운영과 웹툰 서비스를 하다가 3년 전에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계열사 중 하나가 됐다. 당시 인수 이후에도 조직은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에서 우리 조직이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해줬다.

남은 조직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해온 사업은 프로게임단 운영, 게임 웹툰 등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e스포츠 그 주변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LCK 관련한 사업을 고민하게 됐다.

프랜차이즈가 도입될 무렵이었다. 이렇게 국제대회에서도 우승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회, 전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LCK 리그가 수익을 내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에 미국 농구 리그인 NBA에서 출시된 디지털 콜렉터블 ‘NBA Top Shot’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NBA를 보는 연령대는 주로 30~50대의 연령층이 많다. 그들은 TV로 경기를 시청하고, 디지털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NBA 디지털 콜렉터블을 구매하고 수집하고 있다. LCK를 보는 시청자는 그들보다 훨씬 젊고, 핸드폰과 PC로 경기를 보며 디지털이라는 개념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디지털 콜렉터블이라는 이 아이템이 LCK에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라이엇 게임즈와 협업을 하여 지난 6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2년 동안 정말 많이 고생했다. 라이엇 게임즈 역사상 이렇게 IP를 외부 회사에 라이센스 권한을 준 일이 없었다. LCK 레전더리스가 최초라고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라이엇 코리아 분들과 정말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라이엇 글로벌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 입장에서도 2년 동안 준비하고 설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Q. 라이엇 글로벌에게 LCK 레전더리스가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걸 설득하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제일 중요한 건 ‘팬들의 경험’이었다. 현재 팬들이 경기를 즐기는 방법은 아직 한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보거나 온라인으로 경기를 보고, 커뮤니티에서 경기와 관련한 반응을 보고 응원한다.

경기장에 간다는 건 팬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지만, e스포츠 경기장은 너무 작다. 그래서 몇 명 밖에 오지 못하고 대부분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경기를 보는 게 팬이 경험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런데 팬들이 경기를 보고 자신이 본 장면을 소유하고 수집할 수 있다면 LCK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생기는 거라고 설득했다. 수집한다는 건, 인류가 매우 오래전부터 즐겨온 취미활동이지 않나. 그리고 팬들이 즐거우면서도 리그에 참여한 프로게임단에 수익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어필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에 디지털 콜렉터블을 제안한 회사는 우리말고도 많았다. 그 중에는 정말 규모가 큰 대형회사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라이엇 게임즈가 우리를 선택한 건, 우리가 LCK 레전더리스를 그저 트래픽이 많은 IP,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LCK가 가진 스토리, 각 팀들이 가진 스토리, LCK 팬들이 가진 극성 맞음, 열정 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도 우리가 5년, 10년 동안 함께 발맞춰 갈 수 있는 팀이라고 판단해 준 것 같고, 더 많은 돈을 제안한 회사가 있음에도 우리와 함께 하는 선택했다.


Q. NBA Top Shot을 많이 참고한 것 같다. NBA Top Shot과 LCK 레전더리스의 공동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통점은 둘 다 디지털 카드이고, 하이라이트 영상과 선수의 스탯이 붙어있다는 점이 같다. 다른 점이라는 NBA Top Shot를 만든 회사는 웹3 기반의 NFT 회사이다. 그래서 크립토라는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카드를 거래할 수 있다.

LCK 레전더리스에는 NFT나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 같은 요소가 없다. 먼저, LCK의 팬들이 이런 요소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보다 팬덤들이 즐기는 플랫폼에 가까울 수 있게 준비했다.

두 번째는 LCK 레전더리스는 아직 한국에만 서비스가 되고 있다. 내년 초 정도에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팬들과 만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한국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Q. 반론을 들어본다면, 어쨌든 카드 콜렉트를 할 때는 내가 가진 카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따진다면 NFT라는 요소를 뺀다는 건 어떻게 보면 좋지 않은 판단일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 그래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먼저 LCK 팬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요소를 넣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팬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고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만을 서비스하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NFT를 넣는 건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그래서 NFT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카드로 페이-아웃 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꼭, 크립토나 NFT가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Q. 이후에 NFT 같은 요소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나?

지금 당장 계획은 없다. 하지만 서비스가 어떤 뱡향으로 흘러갈 지는 지켜봐야겠다. 먼저, IP 홀더인 라이엇 게임즈와 협의를 해야하고, 무엇보다 팬들이 정말 좋아할 지가 가장 큰 이슈일 거다. 만약 팬들이, NFT 요소를 넣어서 외부에도 거래할 수 있고 회사의 서비스와 상관없이 영원히 소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우리든 라이엇 게임즈이든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거다.


Q. 현재 출시되는 카드들은 모두 2023 LCK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2023년 이전에도 팬들에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들이 정말 많이 있다. 만약 ‘페이커’ VS ’류’ 제드 VS 제드 장면이 카드로 출시된다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을까? 이런 옛날 장면들도 카드 출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런칭할 계획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라이센스 이슈가 있다. 프랜차이즈 이후부터는 LCK가 모든 부분에 제작을 해서 라이센스 계약 부분에 아무런 문제 가 없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록 풀어야 될 일들이 많다. 프랜차이즈 이전에 영상, 중계진 사운드, 심지어는 폰트까지도 말이다. 예를 들어 롱주 게이밍, 삼성 갤럭시 같은 팀이 포함된 장면일 경우에는 라이센스와 관련해서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할 지 대상도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여러가지 대안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권리 관계를 명확하게 풀거나 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다음부터는 팬들이 원하는 카드들이 나올 예정이다. 팬들이 원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방법론적인 건만 풀린다면 출시할 예정이다.
 
▲ LCK 경기 중에도 확인할 수 있는 레전더리스 광고

Q. LCK 레전더리스가 운영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리뷰한다면?

만족스러운 부분은 NFT가 포함되지 않은 디지털 카드라서 이 카드를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가격도 비싼 편이고,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현물 카드도 아닌데 ‘이걸 과연 살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럼에도 서비스는 긍정적으로 되고 있고, 팬들도 잘 이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페이커’ 선수의 레어 등급 카드가 30만 원 정도에 구매가 됐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걸 잘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이 카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LCK 레전더리스 디스코드에 만 명 정도 사람이 모여 있다. 이들이 디스코드에서 포인드를 받아서 그 포인트로 선수들의 이름을 사서 라인업을 완성하고, 로스터를 꾸미고 하는 것들을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며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가 부족했던 환급 부분등을 보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더 많이 넣을 예정이다. 완성해야 하는 덱을 만들어서 내 게임단을 만들거나 2023 페이커, 2013 페이커처럼 년도별 페이커 카드가 나올수도 있고,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카드를 모으면 국가대표 버프가 생기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려 중이다.


Q. 반대로 팬들의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리뷰를 한다면?

왜 이렇게 비싸냐라는 의견이다.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 리뷰를 해보니 지금은 고과금러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였다. 돈을 쓰지 않고는 레전더리스에 올 이유가 없다. 그러면 우리가 원하던 목표인 ‘팬들의 새로운 경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돈을 꼭 많이 쓰지 않더라도 팬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사이트에 찾아오고, 특정 행동을 하면 카드를 받을 수 있게, 그렇게 사이트에서 즐기고 놀다 보면, 팬들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쳐가고 있다.


Q. 비싸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가격은 어떻게 설정이 되었나?

해외에서 시도되는 디지털 컬렉터블을 참고했다. 피파와 디즈니, NBA, NFL, PL 등에서 나오는 카드의 가격과 오프라인 카드 가격을 감안하여 만들었다.

내부에서는 그런 의견도 있었다. 가격은 부차원적인 문제이고, 가치를 느낀다면 살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가격을 싸게 해서 많이 파는 걸 목적으로 두지 않고, 가격이 있더라도 정말 좋아하는 팬들을 겨냥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었다.

가격이 비싸다는 팬들의 의견이 있었기에 앞으로는 가격 정책을 보다 다양화할 예정이고, 꼭 돈을 많이 쓰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서비스하기 위해 다양한 걸 준비하고 있다.


Q. LCK 레전더리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약속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카드를 모으는 일이 굉장히 재미있고,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LCK 레전더리스가 해야할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서비스에 가입하고, 카드를 구매하고, 디스코드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리그를 정말 사랑해고, 선수를 사랑해서, 그런 이유로 카드를 소장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고마운 팬들이다. 그런 분들의 활동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게 만들겠다.

두 번째는 LCK가 어렵다는 말이 많다. 모든 게임단이 힘들어하고, 적자에 고생하고 있다. 리그가 건강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리그 산업이 성숙해야 한다.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번다는 게 단순히 팬들을 갈취하겠다는 말이 되어선 안된다.

팬들은 즐겁고,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팬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가치를 전달하고, 그로 인해 리그와 게임단이 돈을 벌고,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를 바라고 있고, 그 돌파구 중에 하나가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Q. 한달 동안 서비스가 되었는데, 게임단에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돌아갈 수 있을까?

상세한 계약 조건은 밝힐 수 없다. 다만, 이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하다. 라이엇 게임즈가 프랜차이즈 이후에 얻은 수익을 게임단마다 분배하는 돈이 있다. 기존에 제공되고 있던 그 금액에 저희가 들어가게 되면서, 게임단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생각보다 큰데? 이 정도면 의미가 있는 매출이다’ 라고 인지하고 있더라.

물론, 게임단 살림살이가 다 해결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첫 시작임에도 감사합니다 정도의 이야기는 듣고 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LCK 게임단들이 모두 흑자 만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