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마브렉스 문준기 COO, 크래프톤 송보근 비즈옵스 팀장, 인텔라엑스 고성진 CEO, 3merged 댄 리 CBDO

대규모 자본을 들여 고품질로 만드는 게임을 흔히 AAA 게임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AAA 게임은 주로 익숙한 웹2 시장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가능성을 엿본 다수의 대기업이 웹3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개발사 역시 차세대 게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컨퍼런스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3(Korea Blockchain Week 2023, 이하 KBW 2023)에서는 마브렉스 문준기 COO(이하 문준기), 크래프톤 송보근 비즈옵스 팀장(이하 송보근), 인텔라엑스 고성진 CEO(이하 고성진)가 모여 '한국 AAA 블록체인 게이밍의 풍요로움'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각 패널의 자기 소개가 이뤄졌다. 먼저, 인텔라엑스는 네오위즈의 자회사로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성진은 "내부 스케줄대로 준비 중이며, 내년에 성과에 대해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며, "게임 업계에선 15년 정도 일했고 주로 퍼블리싱 업무를 맡아왔다"고 전했다.

크래프톤은 현재 모바일 메타버스 프로젝트 미글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미글루는 블록체인이 붙은 메타보스 프로젝트로 NFT를 라이센싱해서 웹툰 프로젝트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쪽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송보근은 "저희가 주목하는 부분은 NFT가 단순히 아이템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상업적 권리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이에 특화된 블록체인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마브렉스는 넷마블의 자회사이다. 문준기는 "외부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웹3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 4종의 게임을 서비스 중이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직접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AAA 블록체인 게임 탐구의 첫 번째 주제로 모든 패널에게 왜 블록체인을 선택하게 됐느냐는 질문이 전달됐다. 이에 고성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봤다고 입을 땠다. 첫 번째는 이용자 관점에서 바라본 블록체인이다. 과거부터 게임사와 유저간의 아이템 소유에 대한 논쟁은 이어져왔다. 유저 입장에서 얻는 아이템의 소유는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개발사에 있다. 블랙마켓 거래장이 형성되는 계기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고성진은 "만약,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면 게임사와 유저 모두에게 합법적으로 해결하고 설명할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2012년쯤 한국 게임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모바일 시장의 태동이 지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모바일로 게임을 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와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웹3 시장은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 현재는 웹2 기준에서 퀄리티가 낮은 게임들이 많지만 추후에는 이를 뛰어넘는 웹3 게임이 출시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웹3 시장이 갖는 경제 시스템에 집중했다. 송보근은 "오랫동안 내부적으로 웹3 게임 얘기를 해왔다"며, 경제가 면밀하게 돌아가야 웹3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메타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라이센싱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가 원활한지 보는데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마브렉스는 유저의 몰입도와 외부 커뮤니티 활성화 측면에서 블록체인을 살펴봤다. 유저 몰입도는 보유한 아이템이 실제 내 자산이 되거나 탈 중앙화를 통해 게임 경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큰 몰입도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경험 확대 측면에서 외부 커뮤니티가 2차 창작을 넘어서 실제 상품이 NFT로 연결될 수 있으니 게임 경험의 범위를 더욱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웹3 게임도 결국 게임인 만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인텔라엑스에게 눈여겨 보는 웹3 게임 그리고 트렌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잘문이 이어졌다. 이에 고성진은 "웹3라는 점을 내세우지 않는 게 중요한 변화"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웹3와 토큰을 얻는 게임을 중점으로 마케팅을 했다면 최근에는 웹, 웹3 상관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해외 모두 같으며, "웹2 퀄리티에 준하는 게임들이 준비되는 게 고무적인 변화"라고 전했다.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미글루가 나아갈 메타버스 방향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돼기도 했다. 송보근은 "메타버스를 대체할 단어가 없어서 쓰는 건데 나조차 메타버스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메타버스는 궁극적인 목표를 개발사가 설정하지 않는 것"이라 의견을 비쳤다. 기존 게임은 레이드, 투기장 등 개발사가 엔드 콘텐츠를 설정한다. 반대로 메타버스는 월드마다 크리에이터가 자체적인 엔드를 설정한다. 따라서 좋은 크리에이터를 데려와 좋은 월드를 유저에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유저 참여 기술에 대해 마브렉스는 NFT를 보유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필요하다면 대여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에 발을 들이는 게 가능하다고 답했다. 게임 측면 외에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외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포럼에 NFT를 보유하고 있다면 전용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거나 유저 투표 이벤트에서 투표권을 NFT로 제한하는 등의 예시를 들었다. 이에 문준기는 "유저가 실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을 늘리고 소통, 채널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입장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할 때의 어려움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내는 시간도 가져봤다. 세 기업 모두 공통적인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제도화되지 않은 법 때문에 대기업 입장에서 움직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 정부에서 정확하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나온게 없으니 약간의 리스크를 안고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이에 송보근은 "크래프톤 내에 많은 팀과 커뮤니티를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어떤 식으로 재무를 짜고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움직여야 할지 말이 많다"며, "하루 빨리 법적으로 정리되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브렉스의 경우 퍼블리싱 사업 관계에서 들어가는 숨겨진 비용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을 꼽았다. 웹3 기준에서 생각해야 할 정책적 비용을 마브렉스와 블록체인사 양측에서 고민하는 게 있다. 또한, 웹3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으니 금액 비교에 혼선이 많아진다. 이에 실질적인 지원에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인텔라엑스는 퍼블리싱 추구하는 회사로서 가장 힘든 점은 좋은 게임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진은 "웹2도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사인 만큼 좋은 게임은 찾아야 하는 것은 게임 업계가 갖는 속성"이라며, 정말 희귀하게 좋은 게임을 발견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은 블록체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찾아올 후발주자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과 느낀 바를 전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인텔라엑스의 고성진은 "우리 셋 다 웹2로 보면 경쟁자지만 웹3는 태동기고 시장이 작아 서로 키워가려는 마음이 있다"며,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있어 어렵지만 재밌는 부분이 많다"고 열려있는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송보근은 "웹3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 없다. 정부 규제에 의해 없어질 기술도 아니니 길게 보면 웹3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 생각한다"라며, "시장에 확신을 갖고 빌드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넷마블의 문준기는 "마브렉스는 닫혀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달을 시작으로 외부 게임 온보딩도 하고 멀티 체인 접목을 시작해서 올해 세 개의 체인을 지원할 예정이다"라며, 저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있다면 연계할 생각이니 함께 잘 해보자"고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