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이 직접 구동되는 것을 본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개발자가 플레이하는 장면을 시청하는 비공개 행사였고 구체적인 내용을 기사에 언급할수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소감만 담았다.

문밖을 나서고 들었던 나의 첫 감정은 "펄어비스가 참 애를 많이 썼구나"였다. 갈 길은 많이 남았다. 본류는 아니지만 몇몇 포인트는 지나치게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출시 단계까지 붉은사막의 길은 계속 험난 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 타겟으로 오픈월드 기반 싱글 RPG, 그것도 AAA급 게임으로 포지셔닝한 순간, 붉은사막이 마주하고 비교당할 대상은 위쳐, 젤다의 전설, 레드데드리뎀션, 고스트오브쓰시마 등 당대 최고의 작품들이다.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비교 대상인 것 조차 영광일 것이다.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친 디테일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건물을 올리듯 밑바닥 기초부터 차근 차근, 연륜과 내공이 있는 인재들이 만들어 올리는 것이다. 펄어비스가 그것을 단숨에 넘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월드 클래스 경쟁 대열에 드디어 우리도 후보 다운 후보를 낼 수 있다는 것. 그걸 동시대에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AAA급 게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서사, 그래픽, 연출, 음악, 모든것이 완벽하게 조합해야 하는 궁극의 게임을 말한다. 지스타에서 컨퍼런스 강연자로 참석한 30년 베테랑 개발자 '미카미 신지'도 게임 개발을 요리로 비유하며 "아무리 비싸고 좋은 재료를 써도 기술과 그것을 잘 요리할 사람이 없다면 결국 프로젝트는 큰 역경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개발 최전선에서 자신은 물론 선후배들의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느낀 경험담을 이야기 한 것이다.

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은 정식 출시를 위해 한창 담금질 중이다. 내가 직접 목격한 붉은사막은 호들갑을 떨만한 포인트는 없었다. 다만, 단단했다. 걸어본 적 없는 길을 펄어비스는 분명 걷고 있었다.
[ 내용 수정 : 2023.11.18. 15:33 ] ※ 내용수정 : 비공개 행사였던 부분과 출시일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어 내용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