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된 '슈퍼 마리오 RPG'는 당시 전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타이틀이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신작이라는 점, 새롭게 도전하는 RPG 장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끝으로 닌텐도와 당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스퀘어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결과물 역시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이후 마리오 RPG 시리즈의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입니다.
그랬던 '슈퍼 마리오 RPG'가 27년 만에 리메이크로 돌아왔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훨씬 좋아진 그래픽으로, 그리고 그때 그 시절 감성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모습으로 말이죠.
게임명: 슈퍼 마리오 RPG | 개발사: 닌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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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으로든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
일반적으로 리메이크라고 하면 원작의 IP, 캐릭터, 스토리 등을 가져오되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큰 줄기에서 기승전결은 원작과 같지만, 각각을 잇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이 달라지곤 하죠. 캐릭터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작에서는 소홀했던 심리묘사나 '얘는 왜 갑자기 급발진하지?' 싶은 부분이 있다면 좀 더 그럴듯하게, 스토리에 녹아들 수 있도록 개선하곤 합니다.
당연히 시스템 역시 많은 부분이 바뀝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메이크라고 하면 최소 10년, 길게는 20년 전 게임을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제 와서 즐기기는 여러모로 구식일 수밖에 없죠.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 시스템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최신 게임과 겨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러한 시스템 역시 전면적으로 싹 뜯어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원작을 기반으로 올드팬들이 좋아했던 부분을 살리되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 이걸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리마스터는 다소 단순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업스케일링한 버전에 가깝습니다. 물론 업스케일링하고 끝이란 건 아닙니다. 이를 기반으로 고해상도 텍스처나 이펙트 등을 추가해 그나마 보기 좋게 만드는 경우가 많죠. 조작법을 개선하거나 편의성을 추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원작의 것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비유하자면 고전 게임을 좀 더 깔끔한 그래픽으로 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죠.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중간에 해당하는 것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토리, 카메라 구도, 연출 등은 원작의 것을 그대로 따르되 그래픽과 사운드는 최신 게임 수준으로 개선하는 식입니다. 개념적으로는 발전한 리마스터에 가까운 방식이죠.
'슈퍼 마리오 RPG'에 대해 얘기하면서 리메이크, 리마스터에 대해 얘기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걸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슈퍼 마리오 RPG'는 분명 리메이크를 표방하고 있는 타이틀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그칩니다. 컷신을 추가하는 등의 변화가 다소 눈에 띄긴 하지만, 플레이 감각 자체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단순히 원작을 잘 반영했기 때문에, 추억의 타이틀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물론 리메이크만의 요소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닙니다. 콤보 체인 시스템, 3인 기술, 개선된 액션 커맨드 시스템 등이 대표적입니다. 액션 커맨드 입력을 연속으로 성공하면 체인 횟수가 증가하고 배틀 멤버에게 일종의 버프를 제공하는 부스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원작의 액션 커맨드 입력 시스템을 한층 강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3인 기술은 액션 커맨드 입력에 성공해 체인 게이지를 100%로 채우면 발동할 수 있는 일종의 필살기입니다. 배틀 멤버 조합에 따라 효과도 달라지죠. 개선된 액션 커맨드 시스템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작에서도 적을 공격할 때, 그리고 적이 공격할 때 타이밍을 맞추면 공격을 강화하거나 가드해 대미지를 줄일 수 있었는데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공격할 때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추면 광역기로 바뀌도록 변했습니다. 타겟 외 적에게는 대미지가 적게 가해지지만, 메리트가 더욱 커진 셈입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충분히 많이 변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플레이 감각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됐다면 그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 마리오 RPG'는 딱히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3인 기술이나 콤보 체인 시스템 모두 없어도 무방하죠. 리메이크만의 요소인 동시에 연출적인 측면에서 좀 더 강화된 게 사실이지만, 딱 그 정도에 머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리메이크, 리마스터에 대해 얘기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결국 약간의 개선사항, 그리고 편의성을 추가한 걸 제외하면 '슈퍼 마리오 RPG'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원작에 한없이 충실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드팬 입장에서는 이 자체로도 충분히 반갑기 그지없는 게 사실입니다. 27년 만의 리메이크, 심지어는 한국어를 지원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리메이크 타이틀로서 올드팬이 아닌 이번에 처음 접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평범한 게임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충실한 데에서 그치기 때문이죠. 원작 이상의, 원작을 초월하겠다는 그런 류의 리메이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일부 시스템은 리메이크했지만, 스토리나 연출, 레벨 디자인 등은 원작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리마스터에 가까운 게임. 그게 바로 '슈퍼 마리오 RPG'인 셈입니다.
올드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타이틀
원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얼핏 단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리마스터도 아닌 리메이크라면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슈퍼 마리오 RPG'는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이번에 처음 '슈퍼 마리오 RPG'를 하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주 타겟층은 원작에 추억을 가진 올드팬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런 올드팬 입장에서 본다면 '슈퍼 마리오 RPG'는 완벽한 리메이크가 아닌 지금의 형태가 더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한 명의 올드팬으로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추억 속 모습 그대로 돌아온 '슈퍼 마리오 RPG'에 반가운 마음을 금치 못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슈퍼 마리오 RPG'는 올드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 패미컴으로 즐겼던 27년 전 원작의 감성, 감동을 거의 완벽하게 재구현했기 때문이죠. 분명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그래픽은 물론이고 게임 시스템도 옆에 놓고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게 사실이죠. 하지만 레벨 디자인을 비롯해 캐릭터 밸런스, 그리고 플레이 감각 전반에 이르기까지 그 핵심은 여전합니다. 올드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이유가 있죠.
하지만 이는 다르게 본다면 올드팬들만을 위한 게임으로 비칠 여지도 있습니다. 원래 이 게임은 그러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러한 불친절이 아닙니다. 애초에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으로 옆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저학년 아이들이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니까요. 그보다는 감성적인 영역에 더 가깝죠. 줄곧 올드팬에 대한 헌사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슈퍼 마리오 RPG'에 이렇다 할 추억이 없는 유저 입장에서는 분명 '슈퍼 마리오 RPG'는 눈에 띄지 않는 게임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원작과 비교했을 때 훨씬 개선된 그래픽에 향상된 연출 등이 눈에 띄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7년 전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된 원작과의 비교, 그리고 올드팬의 시선에서 볼 때 한합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눈에 띌 정도로 압도적인 퀄리티인 것도, 그렇다고 스토리가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레벨 디자인이 엄청나게 훌륭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순히 닌텐도 스위치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간 나온 마리오 RPG 시리즈, 그리고 그 외의 게임들과 비교해도 '슈퍼 마리오 RPG'는 여러모로 레트로해 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게 곧 못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걸 덧붙이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원작을 초월하는 걸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원작 그 특유의 감성을 최신 그래픽으로 재구성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슈퍼 마리오 RPG'는 분명 모두를 즐겁게 할 그런 게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올드팬 입장에서도 반갑기 그지없는 게임 이긴 하지만, 여전한 레벨 디자인 등으로 인해 단조롭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다소 박하게 평가하자면 시시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재구축한다는 소기의 목적만큼은 훌륭하게 달성한 모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올드팬 입장에서 여러모로 선물과도 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슈퍼 마리오 RPG'는 여러모로 애틋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7년 전 슈퍼 패미컴으로 즐겼을 당시 스토리도 모르건만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 시절 추억의 게임으로 각인됐을 정도였죠. 그렇기에 27년 만에 리메이크된 '슈퍼 마리오 RPG'는 올해 출시한 그 어느 게임보다도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RPG'는 올해 출시한 게임들 가운데 눈에 띌 정도로 잘 만든, 재미있는 게임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리메이크 관점에서 볼 때도 그렇죠. 원작을 계승하고 초월하는 걸 목표로 한 기존의 리메이크들과 달리 철저하게 원작을 계승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게 나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에 와서 본다면 단순한 RPG일 뿐이건만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을 정도였죠.
그렇기에 턴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신작 RPG를 기다리는 유저에게는 쉽게 추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슈퍼 마리오 RPG'에 추억이 있다면, 마리오 RPG 시리즈의 원조가 궁금하다면 거침없이 추천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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