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에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메타버스진흥법)'이 제출됐다. 이 법을 두고서 게임산업이 오랫동안 지켜온 '게임을 통한 사행행위 금지'가 허물어질 것이라 우려가 제기된다. 사행행위는 실제 돈이나 돈에 준하는 가치를 보상으로 받는 것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사행성'과 차이가 있다.

이전까지 메타버스를 두고 정부 내에서는 과기부와 문체부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쟁점은 '메타버스 내 게임적인 요소'를 어떻게 볼 것인지다. 과기부는 게임산업법의 등급분류를 적용하면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저해한다는 입장이었다. 문체부는 게임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당연히 게임산업법에 따른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봤다.

두 부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국무조정실 중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두 부처 간의 협의가 중단됐단 후문이 전해진다.

법사위에 제출된 메타법스진흥법은 국회 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한 안이다. 즉, 과기부의 판정승으로 해석된다.

기존 과기부 의견에 "게임산업법은 사행행위금지와 과몰입예방조치 등 과도한 규제로 신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의견이 반영된 듯 메타버스진흥법에는 '임시기준'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등장한다. 과기부장관이 임시기준 칼자루를 쥔다.

임시기준은 규제 공백 상태에 있거나, 규제 적용 여부가 불확실할 때 임시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법령상 근거가 부족하면 임시기준으로 둘 게 아니라, 국회가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 역할을 과기부장관이 맡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임시기준은 현재 시행 중인 '규제 샌드박스'보다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악용될 경우 특정 이익집단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정부와 국회 상황과 같이 현재까지도 메타버스와 게임의 구분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특히 메타버스진흥법은 '특별법' 성격을 지녀 개인정보와 저작권 보호를 제외하곤 상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에 임시기준이 활용되면, 게임산업법이 그동안 규제한 온라인 도박의 우회 합법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 아울러 게임산업법이 금지하는 'P2E'가 메타버스진흥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퍼지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산업법을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기 위함이란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게임산업법은 게임과 도박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메타버스진흥법이 그동안 지켜진 게임과 도박의 구분을 훼손할 수 있다.

지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이용자 69.7%가 '게임'을 하기 위해 앱을 사용했다. 메타버스진흥법이 게임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실제 몇몇 국내 게임사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들의 가상자산(NFT 등)을 활용한 온라인 카지노 운영 계획을 밝히기도 해 논란이 됐고, 미국에서도 최근 이러한 메타버스 카지노를 최근 금지했다"라며 "온라인 도박 합법화의 길을 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메타버스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났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실감메타버스콘텐츠협회(KOVACA)는 "과기위를 통과한 메타버스진흥법으로 NFT 등을 활용한 환금성 성격을 갖는 서비스(P2E)를 임시기준으로 허용할 경우, 제2의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게임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회 법사위가 문체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게임과 도박을 구분하는 안이 메타버스진흥법에 반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