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사이에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을 꼽으라고 하면 매번 돈노드의 거의 유일한 히트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를 언급하곤 한다.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됐음에도 여전히 정식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애증이 쌓인 작품이지만, 나는 그들이 제시하는 여러 딜레마와 선택 중심의 내러티브를 퍽 좋아하는 편이다.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퀀틱드림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타이틀 중 하나다.

게이머가 직접 이야기의 방향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선택한 모든 결과물이 메인 스토리에 반영되니, 플레이어는 더욱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클리어 후엔 내가 선택하지 않은 방향에서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궁금하게 되고, 자연스레 수 회차를 반복하게 되는 구조다.

돈노드가 지난 13일에 선보인 신작 '배니셔: 고스트 오브 뉴 에덴(Banishers: Ghosts of New Eden, 이하 배니셔)'도 그들의 여러 전작들처럼 선택이 중요성이 강조된 타이틀이다. 앞서 언급한 서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들의 결을 가져가면서, 여기에 어쌔신크리드, 갓 오브 워, 그리고 위쳐3를 연상케 하는 3인칭 액션 요소까지 더해져 기대한 것보다 더 풍성한 작품이 완성됐다.

게임명: 배니셔: 고스트 오브 뉴 에덴
장르명: 3인칭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4. 02. 13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돈노드(DON'T NOD)
서비스: 포커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PS4, PS5, Xbox Series X/S
플레이: PC



선택의 연속, 도덕적 딜레마가 가득한 퇴마 이야기


배니셔는 1695년 유령이 만연한 북아메리카의 변방 뉴 에덴을 배경으로, 위험한 망령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유령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앤티아'는 강력한 사냥꾼이지만, 뉴 에덴의 예배당에서 만난 몽마에게 당해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되고 만다. 앤티아와 함께 활동하는 동료이자 연인인 '레드'는 몽마를 잡아 연인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고 다시금 뉴 에덴으로 향하게 된다. 초반부 약 한 시간 분량에 달하는 프롤로그는 앤티아의 시점으로 진행되나,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레드로 이어가게 되는 식이다.

1695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유령이 만연한 세계관, 그리고 유령 사냥을 생업으로 삼는 유령 사냥의 전문가 배니셔까지. 처음부터 알아둬야 하는 개념들이 잔뜩 등장하나 게임의 이야기는 꽤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다. 요컨대 마왕성 앞에서 마왕에게 연인을 잃은 주인공이 다시금 힘을 길러 마왕성으로 떠난다는, 지극히 클리셰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에 특색을 더해주는 요소가 바로 주인공의 직업인 '배니셔'라는 존재다. 유령을 보고 다룰 수 있는 배니셔는 유령들이 품은 미련을 해소하여 성불시키거나, 나쁜 원혼의 경우 강제로 추방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연인을 해한 몽마에게 복수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 레드는 유령으로 나타난 앤티아와 마주하게 되고, 연인의 성불 또는 부활을 다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딜레마가 배니셔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죽고 유령이 되어버린 연인, 여기에 배니셔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유령이 얽혀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중재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배니셔가, 그 자신의 연인에게 같은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것이 이야기 속 첫 번째 딜레마이자,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배니셔의 힘을 활용하면 허망하게 죽은 연인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으나, 연인을 되살리려면 살아있는 사람의 정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데, 이는 위험한 망령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배니셔의 본분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다. 소중한 사람을 살릴 분명한 방법과 힘이 있음에도 '죽은 것은 죽은 것'이라며 연인을 떠나보낼 것인지, 어떤 수라의 길을 걷게 될지언정 연인을 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발버둥 칠 것인지, 플레이어에겐 게임 플레이 내내 몇 번이고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러한 딜레마를 두고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이 '배니셔'의 재미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선택은 뉴 에덴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하는 여러 사람들과, 그들이 떠안고 있는 다양한 '유령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보통이라면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남아있는 이들에게 근심과 걱정을 안겨주었을 문제들이지만, 유령을 보고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배니셔들은 사건의 뒤에 숨겨져 있는 전말과 진실을 파헤칠 수 있다. 서브 스토리의 성격을 지닌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허투로 쓰인 것 없이 저마다 플레이어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도덕적 딜레마를 안겨주어 쉽게 옳고 그름을 재단할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이러한 사건들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추적하고, 결국 모든 진실을 파헤친 후 '판결'을 내리는 과정은 배니셔의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 단서를 모아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고

▲ 그 끝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종결하게 되는 구성

유령 사건에서의 모든 선택은 '연인의 부활을 위해 살아있는 이의 목숨을 빼앗았다', '유령을 성불 또는 추방시켰다'의 이분법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내 선택으로 인해 성불한 유령들의 가족, 또는 목숨을 잃게 된 이들의 후일담이 시간 경과에 따라 이어지고, 이는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NPC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유기적인 연계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몰입을 도와주는 식이다.

서브 스토리인 유령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플레이어는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결전의 장소인 뉴 에덴에 다다르게 된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17세기의 북아메리카는 굉장히 넓으므로, 스토리만 따라가며 플레이해도 첫 번째 여정을 마치기까지 거의 서른 시간이 필요하다. 1회차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를 다시 되짚어가는 것으로 2회차까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볼륨이다. 비슷하게 괴물 사냥꾼의 이야기를 다루는 위쳐 시리즈, 또는 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돈노드의 이전 작품들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배니셔의 스토리 역시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토리에서 어떻게든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정해진 두 갈래의 대표적인 엔딩을 보려면 선택의 폭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있다. 결국 플레이어의 여정은 '연인을 부활시킨다', '연인의 영혼을 성불시킨다'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나아가게 되는데, 이때 해당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령 사건의 판결이 매번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될 수 밖에 없다. 사건 종결 과정에서의 선택지가 하나에서 둘 정도만 더 있었다면, 더 정교한 이야기 구성이 가능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힌트가 되는 여러 단서가 등장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은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 연인의 부활을 꿈꾼다면, 사건의 진상이나 딜레마를 고민할 것 없이 '나쁜 새끼'가 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탄탄한 액션, 유령 사냥꾼도 결국은 사람이다


실시간 액션은 '배니셔'에서 스토리와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요소다. 미련을 갖고 현세를 떠돌게 된 망령들을 말로만 타이를 수 없다보니, 항상 주먹으로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과정이 선행된다. 하지만 이때 사용하는 전투 수단이 검과 단발 머스킷, 영력이 담긴 주먹과 충격파 정도다보니 생각보다 액션은 밋밋한 편이다. 아무리 17세기 미국이 배경이라고 해도, 유령이 만연하는 세계관 치고는 상당히 현실적인 구성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게임이 액션을 부가적인 요소로 떼어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반 공격, 강 공격, 차지 공격, 대시 공격, 가드, 회피, 패링까지 3인칭 액션 게임에서 필요한 기초 조작들은 다 갖추고 있다. 여기에 유령인 앤티아로 교체해서 발동하는 콤보 공격들까지 더하면 전투의 운용 폭은 상당히 넓은 편에 속한다. 레벨업 이후 획득할 수 있는 룬포인트를 투자하면 각각의 액션에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할 수 있고, 더 강력한 스킬 조합을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조합에 따라 어려웠던 전투가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져 있다보니, 배니셔의 전투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꽤 즐거웠다. 예를 들어 체력의 자연 회복을 포기하는 대신 근접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스킬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주로 사용하는 공격 형태에 최적화된 세팅을 만들고, 이러한 세팅이 실제로 좋은 성능을 보여줄 것인지 하나씩 비교해보는 과정이 모두 신선한 경험이 됐다. 장비들에 부여된 옵션도 대부분 이러한 성능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구성됐고, 새롭게 획득한 장비에 맞춰 마음대로 스킬을 초기화, 재분배하는 것도 가능했다.

▲ 꽤 체계적인 스킬 트리가 제공된다. 마음에 드는 갈래에 투자할 수 있고, 언제든 재분배가 가능하다

▲ 활용할 수 있는 조작도 다양하고, 전투는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한손검과 머스킷이 전부고, 스킬도 대부분 수치나 효과를 바꾸는 패시브 스킬에 그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평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반부로 가면 유령인 앤티아가 발현하는 몇 가지 유령 스킬이 해금되기는 하지만, 이것들도 강력한 필살기라기보다 후반부 퍼즐 기믹에 활용하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라는 인상이 강하다. 결국 더 효과적인 패시브 세팅을 맞춰 칼을 휘두르고, 원거리에서 총 쏘기를 반복하는 전투가 게임 후반부까지 쭉 이어진다. 등장하는 유령들의 형태도 비슷하고 반복적이다 보니, 어떨 땐 전투가 발생할 것 같은 공터만 등장해도 한숨이 나오게 됐다.

▲ 생각보다 더 많은 조작이 제공되지만, 결국 전투는 매번 비슷한 양상이다

그럼에도 약 30시간에 달하는 1회차 플레이를 재미있게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플레이어가 배니셔의 전투를 더 오랫동안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모드에 따라 다양한 전투 규칙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대형 괴물과 싸우게 되는 아귀 전투, 정예 전투, 또는 심연에서는 매번 다른 효과의 규칙이 등장하는데, '적을 처치하면 물약 개수 회복'이라든지, '공격할 때마다 공격력 상승, 맞으면 초기화' 같은 식이다. 매번 달라지는 조건을 잘 보고 이에 맞춰서 전투를 치르면 어떤 전투라도 꽤 수월하고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있었던 덕분에 적어도 피통만 말도 안 되게 뻥튀기된 고레벨의 유령들과 싸우느라 진을 빼는 일은 없었다.

정리하자면, 배니셔의 전투는 화려한 맛 대신 안정적인 맛을 추구한, 투박하지만 단단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기에 액션에서는 다소 힘을 빼지 않았을까 우려했지만, 생각보다 잘 갖춰진 전투 시스템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한정된 무기와 스킬, 단조로운 적들, 반복적인 전투 시퀀스에 금방 지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배니셔의 액션에 더 깊게 몰입하고 싶다면, 다섯 단계로 나눠지는 난이도 설정에서 어려움 난이도를 선택하여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 유령의 체력(영력)이 낮으면 공격력이 오르는 규칙, 일부러 영력을 깎은 뒤 일망타진하는 전략이 가능했다

▲ 대형 보스의 경우 별도의 전투 기믹이 등장하여 일반 전투와는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자연 경관이 가득한 아름다운 뉴 에덴, 모험을 위한 편의성은 조금 아쉽다


뉴 에덴에서 그려지는 배경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바삐 스토리를 진행하는 도중이라도 잠시 멈춰서 스크린샷을 남기고 싶게 만드는 절경들이 게임 전체에 가득하고, 이러한 경관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경험이 된다. 하지만 게임 속 넓은 무대를 자유롭게 탐험하기에는 편의성 요소의 제공이 다소 아쉬운 편이다.

먼저 넓은 오픈 월드에 비해 제한적인 이동 요소가 발목을 잡는다. 배니셔의 넓은 오픈 월드 무대에는 다양한 탐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해결했던 유령 사건의 에필로그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 해금되기도 하고, 이미 탐험한 지역에서 새로운 유령 사건이 새롭게 발생하는가 하면, 이전에는 지날 수 없었던 부분을 중반 이후에나 새로운 능력을 써서 지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유령 사건 등 서브 스토리는 전부 찾아서 즐기고 싶게끔 할 정도로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나, 여기에 접근하기가 너무 어렵다.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탈것을 휘파람으로 부를 수도 없고, 맵에서 특정 포인트로 이동하는 빠른 이동은 꼭 캠프파이어 위치까지 가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 캠프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까지 나가게 되면, 종종 돌아갈 길에 같은 길을 되짚어갈 것이 먼저 떠올라 막막해질 때도 있었다.

▲ 배니셔 속 전체 월드는 굉장히 넓고, 탐험 요소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건너뛸 수 없는 몇몇 상황 연출도 후반부에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 대표적으로 캠프파이어에 진입할 때는 콘텐츠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지만, 캠프파이어를 떠날 때는 매번 연인이 상대방을 일으켜주는 연출을 지켜봐야만 한다. 땅에 마법진을 그리고 악령이나 아귀를 소환하는 의식 연출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계속해서 접하게 되는 연출임에도 건너뛸 수 없다보니, 후반부에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치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맵 곳곳의 탐험 요소를 모두 개척한다 하더라도, 결과로서 얻게 되는 보상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월드 곳곳에는 정말 많은 탐험 포인트가 존재하지만, 이를 탐험해도 대부분 전체 속성+1, 또는 부여 옵션이 조금 다른 고등급의 장비를 보상으로 얻는 정도에 그친다. 배니셔에서의 장비는 희귀도 개념 없이 강화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구조인데, 이미 강화 단계를 높게 올려둔 장비를 착용 중이라면 새로운 장비를 얻더라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탐험에 따른 보상에서 보람을 찾지 못하니, 넓은 오픈월드도 유령 사건을 제외하면 텅 비어보이게 된다.

▲ 처음 볼 땐 참 멋진 연출들이지만, 건너뛸 수 없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지친다

물론 아쉬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숨겨진 아이템이 있는 장소를 찾을 때 서류 속 문자 형태로 제공되는 힌트를 참고해야 하다보니 숲이나 동굴처럼 비슷한 풍경만 가득한 곳에선 정확한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데, 가까운 포인트에 접근했을 때 캐릭터 대사로 힌트를 제공해주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어딘지 찾느라 불편한 시간을 낭비할 일은 거의 없었다. 유령 형태로 찾아야 하는 단서가 있는 경우엔 손이 각 상황에 맞게 빛나기도 하고, 단서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는 유령 동료인 앤티아가 대사로 직접적인 힌트를 주기도 한다. PC 최적화도 깔끔하게 잘 된 편이어서, 플레이를 하는 동안 멈추거나 끊기는 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여러 아쉬운 포인트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불편함 없이 1회차 플레이를 즐겁게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장점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노드의 신작 '배니셔: 고스트 오브 뉴 에덴'은 여러모로 익숙한 부분이 많으면서도, 동시에 신선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타이틀이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는 일어날리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속에서도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상상하며 몰입할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대체 경험이 이러한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본격적인 삼인칭 액션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소설책이나 영화를 보듯 지문을 따라가야 하는 어드벤처 장르보다 더 넓은 층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 됐다고 생각한다. 신작 배니셔는 분명 돈노드가 지난 2018년에 출시한 뱀파이어에서 한층 더 진화한 오픈월드를 보여주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주는 사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지금, 돈노드가 앞으로 만들 새로운 오픈월드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계속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