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을 취미로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라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젠 웬만한 게임을 보면 이건 얼만큼 흥하겠다는 예상까지 할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최근 딱 하나, 완벽하게 예상이 틀린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UMPC다. UMPC라는 시장 자체는 매우 마이너한 시장이다 보니, 스팀 덱이 나왔다고 해서 시장 규모가 커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휴대용 게임기 시장 자체도 스위치를 제외하면 황혼기에 접어들었기에 고성능 게이밍 UMPC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며 스팀 덱 소식에 시큰둥한 반응을 띄웠다.

하지만 어리석었다. 오히려 스위치로 성공한 휴대용 하이브리드라는 시장에서, 많은 게이머가 갈구했던 고성능 휴대 게임기가 출시되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내로라하는 게이밍 제품 개발사도 고성능 UMPC를 발매했다. ASUS ROG의 엘라이, 레노버의 리전 고, MSI의 클로 등 말이다.

하지만 사양이 높은 UMPC인 만큼, 스위치는 물론 웬만한 콘솔만큼 비싼 가격은 쉽게 접근하긴 어렵긴 하다. 집에서 편하게 게임하겠다고 백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바로 태우기엔 조금 껄끄러운 것도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이 과연 저 조그마한 기계로 원활하게 돌아가는지가 걱정일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이라면 당연한 부분이다. 게다가 UMPC라는 제품군 자체가 세상에 나온 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데다 모바일 칩셋을 사용한 제품이기에 대략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짐작하기도 다소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까짓거 게임마다 어떤지 돌려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해 보았다.

그렇다. 이번 주제는 UMPC로 특정 게임을 돌렸을 때의 퍼포먼스를 측정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선택한 게임은 최근 DLC 발표로 뜨거웠던 '엘든 링'이다. 레노버의 리전 고를 통해 엘든 링을 구동하면 대략 어느 정도의 결과가 나오는지 다양한 측면으로 실험해 보았다.



■ 레노버 리전 고

레노버 리전 고는 AMD의 RYZEN Z1 익스트림 프로세서와 16GB DDR5 램을 탑재했다. ASUS의 로그 엘라이와 동일한 APU를 탑재했으나,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큰 특징이다.

리전 고의 디스플레이는 QHD+(2560 x 1600)로 상당히 높긴 하지만 이번 테스트는 1280 x 800 해상도로 고정해 진행했다. FHD 해상도에 낮음 옵션으로 구동해도 60FPS를 달성하지 못해, 차라리 해상도를 조금 낮추고 쾌적한 플레이를 찾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어차피 8.8인치 화면에선 1280 x 800 해상도여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데다, 제일 걱정이었던 텍스트도 깔끔하게 잘 보여 1280 x 800 해상도로 진행했다.




■ 배경

엘든 링 테스트는 총 3개의 그래픽 옵션을 기준으로 잡았다. 기본적으로 미리 설정되어 있는 프리셋 중에서 낮음 / 보통 / 높음을 중심으로 비교를 진행했다. 최고 높음 옵션도 고민했으나, 높음만 해도 프레임이 안정적이지 않았고 그래픽 차이를 크게 못 느끼겠다는 생각에 제외했다.

엘든 링의 그래픽 옵션은 광원이나 그림자가 가장 눈에 띄었으며, 그 외로 배경의 텍스쳐나 선명도, 그림자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다소 특이한 결과가 나왔는데, 보통 옵션이 낮음에 비해 썩 만족스럽기는커녕, 더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들었다. 낮음은 웬만한 광원 효과가 사라지고, 텍스쳐가 다소 떨어졌으며, 안티에일리어싱이 꺼져 계단처럼 각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간은 낮음 옵션보다 훨씬 풍부한 광원, 그림자 효과가 적용되었으나, 애매하게 적용된 안티에일리어싱 때문에 전체적으로 뭉개진 듯한 모습이 보여 오히려 그래픽이 더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높음 옵션은 텍스쳐, 그림자, 광원은 물론 안티에일리어싱도 깔끔하게 적용되어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더욱 자세한 결과는 이미지를 통해 확인해 보자. 모든 이미지는 낮음 - 중간 - 높음 순서다.

▲ 모든 테스트는 이 설정으로 진행되었다

▲ 나무 및 배경 오브젝트의 그림자와 세부 묘사

▲ 배경 풀 밀도 및 묘사

▲ 야간 광원 차이 및 물 반사 효과

▲ 광원 및 그림자, 텍스쳐 디테일



■ 세부 오브젝트

배경은 여러 그래픽 옵션이 관여하기 때문에 체감이 컸다. 그렇다면 비교적 작은 요소들은 어떨까. 가령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비나, 맵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상자 같은 것 말이다. 실제로 해본 결과, 물론 옵션에 따른 차이는 있었으나 배경에 비하면 크게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소소한 정도였다. 빛과 같은 이펙트는 눈에 띄게 달랐지만, 그 외의 요소는 크게 신경 쓰일 정도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래도 UMPC의 작은 디스플레이 특성상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지 추측한다. 다만 텍스쳐는 확실히 좋고 나쁨이 어느 정도 눈에 보였다. 단순히 배경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세부 묘사도 더해지니 게임에 몰입하기 좋은 장치가 되었다.

▲ 장비 세부 묘사

▲ 인물 묘사

▲ 배경 오브젝트 세부 묘사

▲ 이펙트 및 광원 효과



■ 프레임 테스트

엘든 링의 세 종류 그래픽 옵션을 비교했으니, 이제 실제로 게임을 돌려 프레임이 얼마나 나오는지 볼 차례다. 최대한 동일한 환경에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 촬영을 진행했다. 밀폐된 곳이나 건물 내부에 진입할 경우 모든 옵션의 프레임이 안정적이었으나, 시야가 탁 트인 바깥으로 이동하면 프레임 차이가 눈에 띄었다. 당연히 광원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나 오브젝트가 많은 장소면 이러한 현상이 크게 발생했다.

전투는 어떨지 했는데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화려한 이펙트가 발생하면 프레임이 조금 떨어졌으나 이는 아주 잠깐 그럴 뿐, 전투라는 행위가 프레임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으며, 대개 장소의 영향이 컸다.

▲ 맨 처음 시작하는 림그레이브

▲ 대축복 원탁

▲ 새우 삶는 오두막

▲ 성관 상층

▲ 키렘 폐허

▲ 보스 - 트리 가드

▲ 보스 - 친위기사 로레타



■ 가장 추천하는 설정은?

실험 전만 하더라도 8.8인치 디스플레이로 무슨 비주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텍스쳐나 세부 표현의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광원이나 물 반사 효과, 풀의 밀도 등, 배경과 관련된 효과의 변화는 다소 크게 체감되었다.

이 옵션을 높이면 프레임이 조금 떨어지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못 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30프레임 이상은 항상 유지하므로 콘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하거니와, 일반 PC 게이머도 그런대로 할 만한 수준이다. 약간의 프레임을 희생하는 대신, 훨씬 몰입감 있고 미려한 분위기의 엘든 링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음 옵션을 적극 추천한다.

그다음은 낮음 옵션이다. 그래픽이 너무 뭉뚱그려지고, 가끔 광원 효과가 이상해지는 특이한 버그가 발생하긴 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프레임을 보여줘 답답함을 싫어하는 유저에겐 좋은 옵션이다.

마지막으로 중간 옵션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애매한 안티에일리어싱 옵션 때문에 낮음 옵션보다 그래픽이 나빠 보이는 데다, 프레임도 더욱 떨어져 이도 저도 아니다. 굳이 중간 옵션을 하겠다면 차라리 안티에일리어싱 옵션을 끄길 바란다.

정리하자면, UMPC 특성상 작은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다 보니 세부적인 표현은 크게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오히려 눈에 쉽게 보이는 배경과 관련된 광원이나 그림자, 환경 밀도 및 퀄리티 관련 옵션을 높게 잡아주고 나머지는 적당히 타협하면 훨씬 만족스럽게 엘든 링을 즐길 수 있다.

▲ 약 10프레임만 포기하면 훨씬 깊이 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높음 옵션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