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피해자가 없는 'GTA 산 안드레스' 사설서버 사건에 대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관련해 피해자가 없다는 게 쟁점이 되어 이상헌 의원이 처벌을 축소하는 개정안을 낸 바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권)가 지난 2월 게임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의 벌금 500만 원 선고를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이 사건에서 A씨는 락스타게임즈의 'GTA 산 안드레스' 사설서버를 만들어 일반 유저에게 제공하고, 계좌이체나 문화상품권 등의 후원금으로 수익을 얻었다. 1심은 게임사가 제공하지 않거나 승인하지 않은 게임물을 제작, 배급, 제공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GTA 산 안드레스'가 싱글 플레이만 가능하고, 락스타게임즈가 운영하는 정규 게임서버가 없는 상태에서, A씨가 유저로 하여금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봤다. 따라서 1심이 판단한 게임산업법 위반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 판단했다.

아울러 A씨 행동으로 국내 게임사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고, 락스타게임즈가 사설서버 프로그램 회사와 인수합병을 통하여 행위 전반에 대해 허용 입장을 표명해 '이 사건을 묵시적으로 허용'했다고 봤다.

2심은 A씨가 멀티 플레이만 가능하도록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한 행위는 게임산업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서, 법 자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관리자 역할만 했을 뿐 게임산업법 위반을 방조하지 않고, 고의도 없었다고 봤다. 따라서 1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잘못으로 여겼다.

다만 A씨가 후원금을 받은 행위에 대해 2심은 "게임 제작사가 이 사건 게임을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피고인의 행위를 묵시적으로라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게임의 멀티플레이 이용자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받은 행위는 이 사건 게임 제작사가 명시적으로 조치할 것을 예고한 '상업적 이익의 창출'에 해당할 수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 A씨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해미르 이미예리 변호사는 "이상헌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무죄를 받았을 수도 있어서 실질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며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없는 사설서버'에 대해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을 국회와 정부가 신경을 써 개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이상헌 국회의원

한편, 국회 이상헌 의원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없는 사설서버'에 방점을 찍고 관련 개정안을 낸 바 있다. 개정안은 사설서버 운영 위반 범위를 축소하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친고죄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일부 게임사에서는 비공식 사설 서버에서의 자유로운 게임 활용을 용인하거나 권장하는 사례도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게임사에서 사설 서버 구축 접속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배포한다. 서비스가 종료되었거나 개발사가 도산해 사라진 게임의 사설 서버는 과거의 추억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게이머들이 금전적 이득 없이 무료 배포하기도 한다.

이 의원은 모든 사설서버 운영을 금지하는 건 과잉입법이라고 봤다. 예로 월 30만 원 상당의 서버비 충당 목적의 후원을 받으며 소규모 GTA 사설 서버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선고를 받은 것과 피해액 37억 원에 달하는 리니지 불법 사설 서버 업자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 대비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 의원은 '사설서버 처벌법 보완입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설 서버 운영 위반 범위를 '업'으로 운영하는 자를 대상으로 축소하고, 이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게임 제작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호할 수 있으며 게임 유통 질서 또한 온전히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