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끝으로 난 더 이상 안 올 거라고, 다음 타자가 정해지면 꼭 말씀드릴 테니 부디 한국에서 자주 뵙자는 말을 빠짐없이 전했다. 부디 나의 이 바람이, 강XX 기자에게 닿기를 바란다."
작년 GDC 끝내고 돌아온 정재훈 기자의 마지막 멘트. 이제 자신은 그만 가고 다음 타자가 GDC에 대신 가길 바란다는 그 멘트. 그렇다. 저 강 기자가 나다.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기사에 박제까지 한 것이냐.
그래도 작년엔 고맙긴 했다. 개인적인 일로 급하게 못 가게 됐을 때 대신 가준 거니까. 그리고 GDC는 사실 기자들이 제일 꺼리는 게임 이벤트 중 하나니까.
아다시피 GDC 자체는 정말 좋은 게임 행사다. 정확히는 가고 싶어도 쉽게 못 가는 행사다. GDC가 열리는 샌프란시코 근방 숙박비, 항공비는 GDC 기간 수백만 원에 달한다. GDC 올패스 가격은 2,500달러 가까이 된다. 대충 300만 원 정도니 일주일 모두 들으려면 숙박까지 천만 원 가까이는 있어야 하는 거다.
패스 가격이 이렇게 엄청난 만큼 전 세계 스타 개발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는 없다시피 한다. 강연 수만 700개가 넘고, 엑스포에서는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게임이 시연된다. 미디어나 개발자만 따로 모아서 비공개 쇼케이스 같은 것도 열리는데 여타 게임 쇼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GDC, 그러니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라는 이름 아래 모이는 거다.
이런 좋은 곳을 회사가 보내주는 데 꺼리다니. 인벤 기자들 배가 불렀어, 정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강연 들으러만 왔으면, 쇼케이스 구경만 하러 오는 거면 따땃한 서부 미국의 햇살을 받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모스콘 센터를 향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기사를 써야 한다.
강연 기사는 시쳇말로 맛있는 기사가 몇 없다. 아무리 유명한 게임도 전문적인 기술 분야로 강연이 나오면 이걸 글로 옮기기도 어렵고, 관심도 적어진다. 또 날이 갈수록 가볍고 담백한 글이 팔리는 시대에 강연 기사는 들이는 품에 비해 덜 팔리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기껏 GDC에서 잘 읽힐, 쉽고 단순한 것만 쓰랴? 올해의 게임 업계 화두도, 작년 게임들의 개발 기술부터 인재관리까지 게임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도, 성공과 실패를 돌아보며 미래를 보는 혜안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써야 할 기사는 넘치고, 가치의 크기를 멋대로 판단해서는 안될 중요한 강연들이 쏟아진다.
GDC에 간 기자들이 1주일간 해야 하는 건 자신의 수면 시간을 쏟아 기사를 연성하는 텍스트의 연금술사가 되는 일뿐이다.
에세이를 남기는 요는 이렇다.
정기자님. 원하는 대로 제가 미국에 왔습니다. 내일부터 죽지 않을 정도로 일하겠습니다. 분명히 알렸다.
그리고 그거보다 더 큰 이유는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는 내일, 여기 시간으로 월요일부터는 바빠서 이런 기사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다. 그럴듯하게 GDCㅔ세이(오타 아니다)라는 이름도 붙이고 넘버링도 달았지만, 아마 일상의 언어로 글을 쓰는 건 강연이 모두 끝나는 일주일 뒤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뭐, 겸사겸사 현지에 있는 기사 세 명이 닷새 동안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두고 좋은 강연 기사 써서 한국에 보내려고 한다. 관심 있으면 뭐, 내일부터 올라올 기사 읽어주시던가...('츤츤'아님.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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