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이스트 첫날이었던 어제, 열심히 거대한 행사장을 돌아다니다가 익숙한 게임을 발견했다.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이하 위선의 마녀)와 블랙아웃 프로토콜, 분명 둘 다 한국 개발사의 게임이었는데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스 앞에서 관람객을 안내하는 스태프의 옷에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이 멀고 먼 보스턴에서 만난 한국 개발사라니 얼마나 반갑던지. 바로 달려가서 물어보자 북미 지사에서 나왔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한국에서 온 개발자가 있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하루를 기다렸다. 그렇게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의 김진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팍스 현장에서 위선의 마녀를 같이 플레이하고, 관련해서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었다.


위선의 마녀는 로스트 아이돌론스 세계관 기반의 스핀오프 타이틀로, 전작의 턴제 기반 전투 시스템을 좀 더 캐주얼하게 만든 로그라이트 턴제 RPG다.

현장에서 경험해본 위선의 마녀는 분명 SRPG의 요소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너무 무겁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캐릭터 일러스트를 비롯해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 자체가 매우 묵직하고, 전투의 전체적 느낌도 그러하지만 몰입도가 높아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특히 각 캐릭터들마다 완전히 다른 역할을 지녔고, 무기 두 가지를 바꿔가며 전투를 진행할 수 있기에 각 턴에서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가 적당히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적당히라는 부분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무기가 너무 많지 않고 두 개만 주어지기에 과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럼에도 두 가지 스타일에서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하기에 전략적인 부분도 충분하게 다가온다.



또한 아무래도 현장이라는 한계가 있어 튜토리얼 등에 집중하기 어려움에도, 게임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해당 장르의 기본을 잘 지켜낸 편이다. 이 과정에서 전략성이 너무 과해지면 한 번의 전투가 너무 길어지고, 피곤해질 수 있는데, 그러한 전투의 타임 부분도 적절히 잘 잡아냈다.

게임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랜덤 요소가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전체적인 흐름은 파티 구성 후 갈래로 나뉘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해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전투를 진행하거나 이벤트 요소와 마주하는 방식이다. 전투 후 캐릭터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장비를 강화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 역시 랜덤으로 뜨는 선택지들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 몇 년 간 텍스트 게임들이 자주 보여주는 방식인데, 그냥 텍스트로 끝나고 마는 부분을 실제 전략을 활용한 전투로 구체화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한편 로그라이트 요소가 들어갔기에 전투에 대한 부담이 적고, 다양한 전략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특징이지만, 반대로 좀 더 깊고 몰입할 수 있는 전략성을 바라는 경우에는 아쉬운 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유저들이 전략적 측면에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것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의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는 곧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 관련 정보는 스팀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김진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Q. 팍스의 경우 국내 게임사들은 잘 모르는 행사다. 팍스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해 2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미국에서는 매우 오래된 쇼다. 그만큼 관람객이 매우 많은 편이고, 북미 유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2년째 팍스 웨스트와 이스트 모두 참여하고 있다. 게임이 한국을 비롯해 북미에서도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Q. 부스 준비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나.

= 한 3개월 전부터 참가를 확정하고, 부스 빌딩이나 디자인 등을 모두 다 같이 준비해왔다.


Q.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 위선의 마녀는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경우 스토리를 강하게 보여주는 정통 SRPG 게임이었다면, 위선의 마녀는 그것 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 그래서 로그라이트 요소들도 좀 사용했다. 전투 위주의 전략 RPG 게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Q. 로그라이트 요소는 어느정도 들어갔나.

= 위선의 마녀는 캐릭터들을 전투에 데려간 뒤 계속해서 빌딩을 하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 캐릭터들이 전멸을 하게 된다면 다시 처음 베이스 지역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 더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모은 리소스를 활용해 힘을 기르거나 직업을 진급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Q. 혹시 현장에서 받은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게 있나.

= 전투가 이전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경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였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관련 피드백을 적용해서 나오다 보니, 괜찮다고 해주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플레이 후 그냥 '오케이'가 다수였다면, 이번에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더 많다.

아무래도 현장 데모라 튜토리얼이나 이런 부분이 아주 완벽하고 꼼꼼하게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게임을 하다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히 게임이 조금 더 수월하게 다가오기 때문인지, 다들 재미를 느끼며 플레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북미 게이머들의 특징이기도 하고, 입장료도 꽤 비싼 편이다 보니, 진득하게 와서 하고 가는 관람객들이 많다. 심지어 게임이 재미있다 싶으면 매일 와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다. 다들 진지하게 플레이하고, 피드백도 주는 편이라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Q. 팍스 웨스트와 이스트에 모두 참여했는데, 혹시 현장에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을까.

= 개인적으로는 정말 미국 서부와 동부의 차이인 것 같다. 웨스트는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 강하고, 이스트는 뭐라고 해야할까 다들 무난하고 평범한 게이머의 느낌이다. 웨스트의 경우 정말로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관람객들이 많다.


Q. 북미 유저들의 블랙아웃 프로토콜 반응도 궁금하다.

= 아무래도 블랙아웃 프로토콜은 벌써 세 번째 오는 것이다 보니, 어떤 분들은 '이거 작년에도 했는데'라며 그냥 가는 경우도 있었다(웃음). 그래도 확실히 자리도 꽉 차고 줄도 길게 늘어서면서 다들 재미있게 즐기는 것 같다.


Q. 혹시 한국 게임쇼에도 참여할 계획이 있나.

= 전에 지스타에도 한 번 출전한 적이 있다. 올해 역시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