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즈 도그마'의 첫 등장 12년 후인 2024년, 정식 후속작인 '드래곤즈 도그마2'가 출시됐습니다. 12년의 사이에 온라인으로도 서비스되었고, 1편의 확장팩도 출시되긴 했으나, 1편을 즐겁게 즐긴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기엔 다소 미묘했습니다. 당연히, 정식 넘버링인 이번 작품에 원작 팬들의 기대도 쏠렸고, 게임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장됨에 따라 가리는 것 없이 온갖 게임을 다 즐기는 디지털 유랑민들의 관심도 모였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듯 '드래곤즈 도그마2'는 리뷰 엠바고가 풀림과 동시에 메타크리틱 평점 90점에 육박하는 고득점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잘 나올지 걱정했는데, 기대대로 나왔나 보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정식 출시가 이뤄지고 게이머들이 게임을 잡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난 지금, 상황은 꽤 극단적입니다. 아직 80점 중, 후반을 유지중인 평론가 점수와 달리 유저 평점은 바닥을 치고 있으며 스팀 평가 또한 '복합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점수 분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합니다. 디렉터의 고집이 너무 강해서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최적화나 서버 문제 같은 게임 외적 문제가 심각한 경우죠. 대부분의 리뷰어들은 취향이 갈릴 부분에 대해선 언급만 할 뿐 점수로서 평가하지 않고, 게임 외적 문제는 정식 출시 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잘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경우가 생기죠.

다행히(?) 캡콤은 한국 매체에 사전 리뷰 코드를 주지 않았기에 인벤은 정식 출시 이후 리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상반된 평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리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게임명: 드래곤즈 도그마2
장르명: 오픈월드 액션 RPG
출시일: 2024.3.22
리뷰판: 1.00
개발사: 캡콤
서비스: 캡콤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굉장한 재미를 갖춘 오픈월드

'드래곤즈 도그마2'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완성된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뒤가 없는 모험이죠.


게임 중 어느 부분에서도, 대충 마법으로 해결한다거나, 게임 내 시스템을 이용하는 식의 유저 편의적 요소는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지도는 실제 종이 지도와 별반 다를 게 없고,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콘텐츠는 텍스트로서 표기되지 않습니다.

가령, 길을 가다 어떤 동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냥 동굴 모양 표식이 지도에 추가될 뿐, 그 동굴에 어떤 몬스터가 나오고, 보상은 무엇이며, 뒷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 등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직접 게이머가 탐험해야만 알 수 있죠.

▲ 실제 중세 지도랑 별반 다를게 없다...

대부분의 퀘스트 또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습니다. 지시만 있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게이머는 NPC와의 대화를 통해 단서를 얻거나, 때로는 시간을 죽여가며 밤을 기다려야 하고, 가끔은 적대 개체가 아닌 NPC들과 대립하기도 해야 합니다.

빠른 이동은 역참에만 서는 '우차'와 정해진 지역으로만 순간이동하는 '찰나의 비석'이 있지만 우차는 걸핏하면 사고가 나 중간에 멈추기 일쑤고, 찰나의 비석은 수급량이 극도로 제한되는데다 이동할 수 있는 지역도 무척 제한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NPC(폰을 제외한)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고, 사망 시 게이머가 따로 부활시키지 않으면 영구히 퇴장해버립니다. 당연히 해당 NPC가 열쇠가 되는 퀘스트도 NPC가 부활하기 전엔 수행할 수 없습니다.

▲ 죽은 NPC는 시체 안치소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을 밖은 수많은 몬스터와 도적 떼, 그리고 거대한 몬스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캡콤은 여러모로 욕을 먹기도 하지만, 적어도 액션 하나는 끝내주게 뽑아냅니다. 특히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쌓인 거대 몬스터와의 전투 연출은 따라올 게임사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당연히, 게이머는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직업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스킬과 장비를 갖추는 RPG의 원론적인 재미도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드래곤즈 도그마2'는 이미 완성된 하나의 세계에 게이머를 던져 놓습니다. 덤으로 하나의 세이브슬롯과 이를 통한 반강제적 철인 모드로 선택 하나하나에 대한 영향을 극대화하고 있죠. 여기까지 들었을 때, 본인이 코어 게이머라면 아마 심장이 두근두근하는게 느껴질 겁니다. 몰입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게이머층의 갈망은 불편함과 불친절함을 감수할 수 있게 할 만한 힘이 있으니까요.

▲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편

더불어,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상황이 연출될 만한 규칙만 마련하는 디자인'은 오늘날의 게임 트렌드와도 상당히 부합되는 부분입니다. 특정 장소에 이르면 거대한 돌이 굴러가며 몬스터를 깔아뭉개는 연출 대신, 굴릴 만한 돌과 밀기 기능, 그리고 물리 법칙을 넣어 둠으로서 게이머가 직접 상황을 연출하게끔 유도하는 식이죠.

'드래곤즈 도그마2'에도 이와 같은 디자인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 만나게 되는 메르베 마을의 촌장 '울리카'는 추후 스토리 진행에 따라 게이머와 함께 용을 상대하게 되고, 용이 도주해버리자 용의 습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받게 되어 마을을 탈출하지만, 용이 도주하기 전에 게이머가 처치해버리면 그대로 눌러 앉아 촌장 일을 계속합니다.

▲ 배고픈 밤엔 상당히 위험한 게임이다

이런 부분들만 보았을 때, 게임은 고득점을 받기에 충분해 보입니다만, 실제 게이머 평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좀 해 보도록 하죠.


굉장한 문제를 갖춘 오픈월드

앞서 말씀드렸듯, '드래곤즈 도그마2'에서 무대에 해당하는 오픈월드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게임의 모든 이야기와 상황이 이 오픈월드 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죠. 만약 '드래곤즈 도그마2'가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자동으로 지역을 이동하는 단순한 액션 RPG였다면 상당히 무미건조한 게임이 되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드래곤즈 도그마2'의 오픈 월드는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고, 게이머가 변수가 됨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일어나지만, 개발진은 게이머가 만들어낼 변수에 전부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결함마저 지니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많은 재미가 오픈월드에서 오는 만큼, 대부분의 문제 또한 오픈월드에서 일어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드래곤즈 도그마2'는 빠른 이동이 제한되어 있기에 우차 노선이 존재하는 몇몇 이동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을 발로 뛰어 이동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게이머는 이동 중 경험할 다양한 모험을 기대하겠지만, 실제 겪게 되는 건 그저 전투의 연속입니다. 몬스터 배치가 매우 촘촘한데다 가야 할 길이 짧은 것도 아니다 보니 쉴 새 없이 싸우며 길을 열어야 합니다.

▲ 차만 타면 꼭 이 난리다

▲ 나도 화가 나

당연히, 시간이 흐르고 계속된 전투로 최대 체력이 깎여나갑니다. 이를 채우기 위해 야영을 하고, 다음날 또 길을 나서 또 계속 싸우고 이 흐름이 반복되죠. 플레이 시간으로 치면, 전체 시간의 60%는 길바닥에서 싸우는데 쓰게 됩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던전이나 유적 등도 처음에나 흥미롭지 가면 갈수록 관심이 떨어집니다. 어차피 가면 또 똑같이 싸우게 되고, 재수가 없으면 엄청나게 강한 적을 만나 전멸 위기에 처합니다. 그럼에도 뭔가 대단한 것이 있다기보단 그냥 장비 아이템 한두 개 얻는 경우가 많죠. 장비 체계가 단순해 얻을 보상이 딱히 없습니다.

▲ 길거리에 용이 있길래 랜덤 이벤트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즉시 전멸

그런가 하면, 퀘스트 간의 연계 완성도도 높지 않습니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퀘스트가 파기되거나 클리어 방법이 변하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결과적으로 썩 마음에 드는 경우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언급한 '울리카'의 경우 정상적인 경로로 진행하면 메르베 마을에서 쫓겨나 하브 마을이란 곳에 도착하게 되고, 이곳에서 수인과 인간 간의 관계를 조율하면서 새로운 촌장이 됩니다. 이 와중 게이머들이 울리카를 돕게 되죠.

하지만, 울리카가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게 되거나, 순서가 달라져 하브 마을이 분열된 후 울리카가 도착할 경우 콘텐츠는 거기서 끝납니다. 의도된 부분인지 버그인지는 모르지만 여튼 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되어 버립니다. 정보 교류 없이 게임을 즐겨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거나, 상호 정보 교환이 제한적인 리뷰어의 경우 이상한 점을 알기 어려울 테지만, 수많은 정보를 찾아가며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은 필연적으로 '내 플레이가 뭔가 망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꼬이긴 해도 다행히 이야기 퀄리티가 나쁘진 않다

그 뿐만 아니라 NPC가 전투 중 죽어버려 시체도 찾을 수 없게 사라진다던가, 나중에 다시 언급할 '용내림'으로 인해 퀘스트 NPC나 히로인 NPC가 사망해버리는 경우 부활을 시켜도 스크립트가 꼬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콘텐츠가 막혀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솔직히, 직접 당하면 재미있기보다는 짜증이 앞섭니다. 가뜩이나 세이브 슬롯도 하나라 되돌릴 수도 없는데, 게임이 망해버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거든요.

여기서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캡콤은 디렉터의 고집으로 빠른 이동에 강한 제약을 두었고, NPC의 생존 가치도 높이고자 NPC 부활 아이템 또한 매우 제한적으로 만들었습니다만, 둘 다 추가 과금을 하면 괜찮습니다. 부활 아이템인 '용의 고동'은 1,300원에 살 수 있고, 맵 상에 마커를 꽂아 찰나의 비석을 통한 순간 이동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귀로의 초석'도 현금으로 판매합니다.

▲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과금 체계

사실, 안 사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불편함을 의도했으면서 이를 해결할 수단에 과금을 넣었다는 겁니다. 이 문제의 요지는, '안 사면 땡 아니냐?'에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망하면 망한 대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임을 추구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겪는 실패 또한 그 나름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물론, 유료로 판매하는 용의 고동은 게임 내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적당히 플레이해도 하다 보면 인벤토리에 몇 개는 쌓여 있는 아이템이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부족해질 경우 수단이 없다면 어떨까요? 상품이 없다면 게이머는 또 다시 용의 고동을 찾아 모험을 나서겠지만 저 상품의 존재를 고려하는 그 자체로 제4의 벽이 깨지고 동시에 몰입도 옅어집니다. 가격이 악질적이거나, 노골적으로 결제를 유도한다기보단 게임의 컨셉과 핵심에 반하는 상품이라는 거죠.


재미있는데 힘들고, 욕하면서 켜는 게임

극과 극.

'드래곤즈 도그마2'를 설명하라 하면 가장 먼저 하게 될 말 같습니다.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하드코어한 모험,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와 강렬한 액션은 모두 게이머의 심금을 울리는 요소들이고, 드래곤즈 도그마2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액션 RPG로서는 오랜만에 게이머가 몰입할 만한 세계관을 갖추고 있으며, 나름 폰의 역할이 크기에 혼자 하는 파티플레이임에도 멀티플레이 못지 않은 재미를 줍니다. 균형을 잃고 낙하하는 주인공을 받아주거나, 몬스터 위로 뛰어넘을 수 있게 발판이 되어주는 폰을 보면 흐뭇함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죠.

▲ 실제로 겪으면 꽤 귀여운 상황이다

반면, 도무지 2024년 게임이라 보기 힘든 불합리함과 불편함도 함께입니다. 게임 컨셉을 따라가서인지 UI마저 중세 수준이라 게임 내 정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퀘스트는 걸핏하면 꼬이는데다, 게임 진행이 대충 망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오픈월드는 모험보다는 끊이지 않는 싸움의 연속이고, 타겟팅 기능도 없는 상태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로 길바닥에서 치고박는게 플레이 타임 중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해를 위해 어제의 제 플레이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 흔들다리 건너다 나를 제외한 파티원 전원이 하피에게 던져져서 낙사
- 간신히 용을 잡았는데 스킬을 가르쳐줄 NPC가 전투 중 실종됨
- 곤돌라 타고 이동하다 그리핀한테 습격당해 전멸
- 외길에서 사이클롭스 두 마리 한번에 만남
- 공중 공격기 쓰다 너무 멀리 날아가서 낙사
- 우차 타고 가다 전투 걸렸는데, 아군 폰이 우차 끄는 소를 죽여 고기를 채집함
- NPC한테 사기당해 '살나의 비석'을 '찰나의 비석'인 줄 알고 3만 골드에 삼

▲ 분명 풀팟이었는데 건너고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이렇게 리스트로 써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입을 모아 말합니다.

"갓겜이네"

게임 내에서 저 상황을 직접 겪은 제 기분은 어떨까요? 솔직히 굉장히 짜증났습니다. 나중에 쓰고 보니 추억인데, 직접 당할 땐 계속 혼잣말로 욕을 뱉으면서 했죠. '드래곤즈 도그마2'가 그런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점도, 단점도 너무 극단적입니다. 비슷한 계통이라 할 수 있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모든 걸 너무 편의적으로 뭉개 놓아 애매해졌다면, 이 게임은 너무 양 극단에 두어 애매합니다. 평균을 내자면 비슷하겠지만, 경우가 너무 다르죠.

▲ 절벽에서 이러지 마 진짜

다만, 몇몇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대도시에서의 극심한 프레임드랍이나, 잘못 걸리면 지역 NPC가 싸그리 전멸해 게임이 아예 망해 버리는 '용내림', 게임 디자인을 전적으로 반박하는 과금 요소는 호불호의 영역에서 다소 벗어나 있습니다. '용내림'의 경우 다소 경우가 특이하지만, 어느 정도 보완할 여지는 주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재미는 있습니다. 모험에 대한 욕망을 채워 줄 수 있으면서도, 폰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지를 헤쳐나간다는 근본적 재미를 주는 디자인은 분명합니다. 프리징에 걸려 끄고, 퀘스트가 꼬여 끄고, 불합리할 정도로 강한 적을 불시에 만나 파티가 박살나는 바람에 홧김에 끄고도 몇 시간 지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플레이하나 기웃거리고, 다시 또 게임을 켜게 됩니다.

가벼운 플레이를 원하는 게이머, 도전과 좌절이 피곤한 게이머들에게 드래곤즈 도그마2는 썩 좋은 게임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한 번 제대로 파고들 게임을 찾는 이들에게 드래곤즈 도그마2는 분명한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조금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외적 문제들만 해결하면 '드래곤즈 도그마2'는 코어 게이머들에게 충분히 도전할 만한 게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