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가 21일,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배틀 크러쉬'는 여러모로 생소할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작년 10월 CBT를 한 차례 진행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한국을 제외한 북미, 유럽, 동남아 25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죠. 11월 지스타에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출품, 국내 게이머들에게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긴 했지만, 이마저도 게임쇼라는 행사의 특성상 깊게 각인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배틀 크러쉬'에 있어서 이번 글로벌 베타 테스트만큼 중요한 테스트도 없을 겁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97개국을 대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건 정식 출시에 앞서 게임에 대한 최종 검증에 나서겠다는 의도로도 읽히기 때문입니다.

난투와 배틀로얄.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배틀로얄 장르에서 제삼자의 난입으로 죽거나 상황이 꼬일 때만큼, 스트레스받는 경우도 없을 겁니다. 이처럼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난투, 난전은 상극이라고 봐도 무방한 한데요. 과연 '배틀 크러쉬'가 물과 기름과도 같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섞었을지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들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준비하면서 '배틀 크러쉬'에는 여러 개선사항이 적용됐습니다. 작게는 UI, UX부터 크게는 캐릭터 전반에 걸쳐서 패시브나 스킬, 회피 공격 등이 추가되고 변경됨으로써 이전 CBT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적 처치 시 추가 파밍 시스템과 기력 회복 시스템의 도입, 그리고 경직 쿨다운 3개의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된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이런 난투형 게임에 있어서 체력을 회복한다든가 파밍을 하기 위해서 잠시 전투에서 멀어지는 건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새롭게 추가된 이 시스템들은 난투형 게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러한 지루함을 날려버리고 전투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을 해본 유저라면 다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초반 플레이가 꼬여서 파밍이 엉망이 되는 경우죠. 그나마 한판의 플레이 타임이 긴 게임이라면 일단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파밍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장비를 맞추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배틀 크러쉬'같이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게임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30명의 유저들이 바글거리는 맵에서 느긋하게 파밍 하기란 플레이 직후의 아주 잠깐을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맵이 좁아지는 속도 역시 일반적인 배틀로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빠르기에 파밍이 덜 됐더라도 일단 싸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나마 파밍 수준이 비슷한 적을 만나서 이겼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있습니다. 적이 가진 장비와 아이템만 얻을 수 있었으니, 성장에 고점이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인 거죠. 결국 초반 플레이의 스노우볼이 후반의 결과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배틀로얄과 대난투라는 장르의 간극, 그리고 유저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게 바로 적 처치 시 추가 파밍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파밍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데요. 이 시스템의 핵심은 적이 가진 장비와 아이템 외에도 자신이 보유하지 않은 부위의 장비부터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과 전투 상황에 따라 보상 역시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많은 킬을 기록한 적을 기습해서 처치하거나 생존 인원이 적어질수록 추가 보상 역시 더 좋아지는 겁니다.

이는 초반 플레이가 꼬이면 그대로 망했던 지난 테스트와 달리 어떻게든 버틴다면 후반에 일발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개선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파밍을 잘한 유저가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그게 끝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배틀로얄의 특징과 난투형 게임의 특징을 절묘하게 접목한 셈이죠.


기력 회복 시스템 역시 그러한 의도로 추가된 시스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배틀 크러쉬'에서는 스태미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그러다 보니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니가 와 전법으로 상대가 먼저 공격하길 유도해서 스태미너를 달게 한 후 반격하는 거였습니다. 이 역시 하나의 전략으로 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유저가 불리한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된 게 바로 기력 회복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시스템의 핵심은 기력 회복을 도와주는 기력 구슬의 추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적을 15m 이상 날릴 경우 최대 기력의 40%를 즉시 회복하는 기력 구슬이 생성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적을 날려버린 후 추격해 마무리하기 쉬워졌을 뿐 아니라 다수의 적을 상대했을 때도 이제는 빠져나갈 길이 생기게 된 거죠.


이전에는 한 명을 어떻게든 처치한다고 해도 기력이 바닥나서 역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기력을 회복해서 도망가거나 그대로 적을 밀어붙일 수도 있게 된 겁니다. 여기에 더해 기본적으로 기력 회복 속도가 전보다 더 빨라진 만큼, 전투의 템포 역시 한층 빨라졌습니다.

그렇다고 기력 구슬이 있으니 무한대로 싸울 수 있게 바뀌었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기력 구슬은 생성된 지 5초 이내로 사라질뿐더러 한번 생성되면 다음 구슬이 생성될 때까지 20초의 쿨타임이 있는 만큼, 기력 구슬 하나만 믿고 싸우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전략적으로 써야 하죠.


경직 쿨다운이 추가된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전에는 유저의 실력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수적 우위가 더 큰 영향을 발휘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일단 여럿이 연속해서 공격할 경우 무한으로 경직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이는 '배틀 크러쉬'에 있어서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제아무리 난투형 게임이라지만 단순히 수로 밀어붙여서 무한 경직을 주는 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단순히 불쾌한 경험을 주기 때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이 단조로워진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캐릭터에 숙련될 필요도 없이 그냥 우르르 몰려가서 때리면 될 뿐이니까요.

그랬던 문제들이 경직 쿨다운이 추가됨으로써 단번에 해결됐습니다. 최초 경직 후 다음 경직까지 쿨다운이 생긴 것으로 이제는 여럿이 공격한다고 연속해서 경직이 걸리지 않기에 유저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바뀐 거죠. 경직이 주는 불쾌함은 최소화하고 유쾌함만 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경직 쿨다운이 추가됨으로써 전투에 변수가 더해진 모습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대거 추가하면서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배틀 크러쉬'는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 게임이었습니다. 서로 뒤엉켜 싸우는 난투형 게임 특유의 원초적인 재미는 물론이고 일발역전을 가능케 하는 컨트롤 요소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간과하지 않은 모습이었죠.

다만, 그게 곧 엄청나게 재미있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번 글로벌 베타 테스트에서 체험한 '배틀 크러쉬'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무난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계속 해서 하고 싶을 정도인가 하면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배틀 크러쉬'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투와 배틀로얄이라는 가장 큰 과제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배틀 크러쉬'만의 엣지를 갈고 닦을 필요가 있습니다.

테스트를 진행할 때마다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다음에는 이번 글로벌 베타 테스트에서 얻은 피드백을 통해 다음에는 지면 분하고, 이기면 기뻐서 소리칠 정도로 엣지를 갈고 닦은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