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요일을 끝으로 4일에 걸쳐 진행된 아키에이지의 1차 CBT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리니지를 개발했던 스타개발자 송재경의 신작 MMOPRG로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을 목표로 화제를 모은 아키에이지.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키에이지 개발팀이 시도하는 실험적인 기능과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서 테스트했는데요, 과연 인벤팀에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아키에이지를 두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오랫만에 인벤팀 3인 3색 리뷰로 찾아갑니다.








Roman -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감명을 받은 것은 하우징과 제작! 넣은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의자에 앉는 등의 기능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만, 3D로 구현된 아름다운 집과 주변환경, 다양한 장식들은 핵심 콘텐츠 중의 하나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CBT에 참여한 게이머들 역시 단순히 집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NPC에게 구입한 나무와 꽃을 심고 힘든 채집 과정을 거쳐서 제작한 램프와 등잔, 의자 같은 가구로 집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하우징 콘텐츠들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직 미완성인 부분도 많지만 제작 역시 종류별로 수십개 이상의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다. NPC가 판매하고 있는 채집용 물품까지 감안한다면 왠만한 OBT 게임 이상의 제작 관련 콘텐츠들이 구축되어 있다는 뜻. 1차 CBT이기 때문에 미완성인 부분도 많지만, 제작과 하우징에 관해서는 여느 게임 못지 않은 방대한 분량이다.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 역시 아키에이지의 특징이다.

채집용 나무를 심어도 다 자라면 타고 올라갈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를 베어내 강을 건너는 다리로 사용하거나 밧줄을 타고 평소엔 갈 수 없는 지역을 들어가는 등 다양한 오브젝트들이 숨어있다. 물론 퀘스트 역시 이렇게 상호작용이 가능한 부분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제작이나 하우징에 비해서 캐릭터의 특징이나 전투와 관련된 부분은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게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판단하게 되는 첫인상이 전투인만큼 다음 CBT에는 좀 더 완성도 높은 전투를 체험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업 시스템 역시 처음 캐릭터를 만들때 10가지 능력 중에서 3개를 선택해 자신만의 직업을 구성하는 콘셉은 독특하지만, 3개의 능력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일부 능력이 제한되거나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세 종류의 능력이 모두 다른 무기를 요구할 경우 전투중에 한 종류의 무기는 사용할 수 없거나 소외되는 것인데, 차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킬도 대부분 능력에 귀속되어 있고 레벨에 따라 자동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세 개의 능력이 융합되었다는 느낌보다는 각각의 능력들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갖춘 직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선택의 결과로 나온 직업이 검과 활로 무장하고 마법을 쓰는 마검사가 아니라 검 한번 마법 한번처럼 턴제 직업 3개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즉 세 개의 능력이 하나의 직업으로 융화되지 못하고 개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이번 아키에이지의 CBT는, 체험하기 전에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1차 CBT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UI가 아예 없는데다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곳들도 많았고 버그도 꽤 있어 초반의 첫인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만약 사전에 공지 등을 통한 언급이 없었다면 게임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

그러나 아쉽기는 해도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 1차 CBT인 만큼 완성도는 앞으로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는 것이고, 기대감 이상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 아키에이지의 미래에 기대를 갖기에는 충분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해볼 수 있었던 1차 CBT, 다음에는 또 어떻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Vito - 솔직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1차 CBT인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대부분 압도적인 환경 그래픽과 효과들, 그리고 거대한 심리스 월드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최근에 유행하는 여느 MMORPG처럼 퀘스트의 노예가 되어 한 줄 따라가기 플레이를 시작했던 것.


전투 방식과 UI에서도 그다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공격력과 공격속도, DPS, 방어도, 추가 스탯 등의 옵션으로 구성된 아이템들도 마찬가지. NPC와의 대화를 통해 수락하는 퀘스트들의 연결도 뭔가 매끄럽지 못하고,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해당 몬스터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까지의 동선도 불편하다.



▲ 전민희 작가는 어디로 사라지고, 막무가내로 심부름을 시키는 NPC만...




평소와 같으면 머리를 끌어안고 스트레스를 받아가 접속 종료를 눌렀을 게 분명했지만, 끝까지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비록 미완성 투성이긴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아키에이지가 울티마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MMORPG의 설레임을 그대로 재현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직업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요소를 가지고 아예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특유의 직업생성 시스템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우징 시스템과 채집, 제작 시스템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키에이지에 무게를 더한다.


나무를 클릭하면 그 순간 바로 캐릭터에 나무에 올라타는 등의 기존 MMORPG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인터랙션 들이 MMORPG를 통해 또 하나의 가상 현실을 꿈꾸는 게이머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 내 평생을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화염마법 공격 장면




미완성이 대부분인, 뼈다귀만 앙상한 그리고 마치 부서질 것 같은 아키에이지 1차 CBT를 보면서도 오랜만에 단꿈에 젖을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는 송재경이라는 이름 석자가 만들어내는 판타지가 무척이나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가올 2차 CBT에서는 새장 안에 갇힌 한 마리의 새처럼, 기존 MMORPG의 전형적인 구조 안에서 비틀거리는 현재의 모습을 뒤로 하고 아키에이지가 표방하는 자유 의지에 의한 게이머의 선택을 제대로 표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완성된' 송재경식 월드(World)를 진심으로 보고 싶다.



▲ 말은 빨리 태워줘서 고마웠습니다.




Niimo - 4일 동안 진행된 아키에이지의 첫번째 클로즈베타. XL게임즈는 이번 테스트가 다른 게임들과 달리 홍보의 목적을 겸하며 진행하는 프로모션 테스트가 아니라 순수한 의미 그대로의 ‘테스트’임을 강조했다. 공개된 버전의 낮은 완성도로 인한 박한 평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나친 걱정이었다. 물론 곧장 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최근의 클로즈베타 게임들에 비하면 아키에이지는 알파 테스트 그 이전 단계의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덜 만들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아직 덜 만든 게임에 뭐라 할까.


하지만 열린 결말의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이 영화의 본의를 추측하는 재미에 빠져들 듯, 아키에이지가 가려는 방향이 무엇인지 추리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키에이지는 우리들의 아련한 추억 같은, 이를테면 울티마 온라인 같은 샌드박스 MMORPG라고 하긴 어려웠다. 테마파크 MMORPG와 샌드박스 MMORPG의 평균대에서 균형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임이었다. 균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균형점이 어디인지 아직 몰라서인가. 지금으로써는 ‘자유의지에 의해 변화하는 세계’라는 아키에이지의 모토는 신기루였다. 어쩌면 이번 테스트는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짧은 테스트를 끝내면 기자들끼리 ‘몇 렙 까지 키웠어요’ 또는 ‘어느 보스까지 잡아봤어요’라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런데 변화하는 세계를 말하는 아키에이지는 '우리를' 변화시켰다. 몇 레벨까지 키워봤는지 얼마나 강한 캐릭터가 되었는지가 아니라, ‘집 지어 봤어요?’ ‘포도나무 심으니까 좋던데’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까.


그러고보면 흔히 몬스터 소환 이벤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끝이 나곤 했던 다른 MMORPG의 테스트 마지막 날과 다르게 아키에이지의 테스트 마지막 날에는 목재를 얻는다고 하루 종일 너도밤나무에 도끼질을 했다. 50그루는 심었다 벴다 한 것 같다. 작은 집을 짓는답시고 하루 종일 망치질을 했다. 어느 순간 나는 '레벨업을 해야지'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져 있었다.


비교하자면 아직 아키에이지는 재료였다. 요리가 아니라. 그것도 아직 손질되지 않은. 막 뽑아낸 야채엔 흙이 가득 묻어있었고 파스타의 면발은 이제 막 반죽되어 숙성을 기다리고 있는 차였다. 그러니 어떤 요리가 나올지, 그 요리가 어떤 맛을 낼지 말하는 것은 때에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요리가 이제까지 늘 먹어왔던 ‘맛있는 MMORPG들’과는 다른 맛을 낼 거라는 건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의 입맛을 완전히 바꿔버릴지도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