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2010 행사의 마지막 날. 드래곤플라이 스페셜포스2팀고성원 팀장은 미국 잡지들의 제목을 나열하는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과거 Life라는 이름의 잡지가 나왔던 것이 Us, Self 를 거쳐 최근에는 Me라는 잡지가 나왔다는 것.


그만큼 현대 사회는 개인의 관심사가 삶에서 자기 자신으로 옮겨왔다는 것. 이런 개인들이 모여있는 팀은 그럼 어떻게 개인에 매몰되지 않고 팀으로서 발전할 수 있을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고성원 팀장이 선택한 것은 행동설계(Affordance). 행동설계란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게 하기 위해 계단을 피아노처럼 꾸민 유명한 사례와 같은 것을 뜻한다.


회사나 동료가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은 칭찬, 격려, 물질적 보상이 있지만, 이 밑바탕에 근본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만족도라는 것.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고성원 팀장은 노력했다고. 학대하는 피드백, 무의미한 피드백을 최소화하고 지지하는 피드백, 간접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피드백을 줌으로써 항상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열어두도록 했다고 한다.


고성원 팀장은 이어서 실제로 스페셜포스2팀에 적용된 행동설계 사례들을 소개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내용 중 업무적인 것들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다는 것.


예를 들면,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적극성을 가지기 때문에 팀장이 스스로 다이어트 과정을 팀원과 공유한다거나, 함께 영화를 보면서 공통의 대화 소재를 얻는 것들이 그것. 또 프리젠테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알파버전을 완성했을 때 수제 제작한 케익을 몰래 준비해 함께 축하함으로써 공동체의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도 했다고.


또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팀장의 책상을 책장으로 가득 채우고, 좋은 내용은 공유하거나, 팀의 티셔츠를 제작해 함께 한다는 의식을 나누고, 또 팀원들의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하고 이 달력에 팀원의 생일이나 경조사를 기록해 가족 같은 느낌을 가지기도 했다고.

또 업무현황판을 유지하면서 책상 속에 업무를 파뭍혀 있지 않도록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행동설계도 있었다.







스페셜포스2팀의 회의 역시 남달랐다.


스페셜포스팀은 2주 단위의 개발주기를 가지고 있는데, 매일 아침 오전 일일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된다. 월요일에는 2주 계획을 짜는 커뮤니케이션과 GAP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디자이너와 아트, 프로그래머가 함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있다. 금요일에는 회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먼저 스트레칭으로 시작한 회의는 의자에 앉아서가 아니라 업무현황판 앞에 서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즉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작업의 결과물은 모든 팀원이 함께 모여 확인하고, 함께 박수를 치며 하루가 시작된다.


회고 커뮤니케이션 시간은 매번 진행자를 교체하면서 회의를 주도하게 하는 등,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채워진다.


이런 행동설계 이후 어떤 변화들이 생겼을까.


물론 이런 부분을 측정하거나 수치화하기는 어렵다고 전재한 고성원 팀장은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E-메일을 거의 메신저처럼 사용할 정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는 성공했다는 것. 그 외에 팀원들끼리의 교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입카드 케이스를 가죽으로 직접 수작업 제작해서 선물하는 팀원이 생기기도 하고 생일을 챙겨 꽃 배달을 시켜주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졌다. 팀원 중 한 명은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군복을 입고도 사무실로 뛰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른 팀의 자리까지 청소를 하는 모습이나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를 맞을 팀원을 걱정해서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가는 등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개인시간을 할애해서 동영상을 만드는 팀원이 생겨났다고.


업무적으로도 이슈트래커, 위키, 테스트 등 자발적인 개선과 자기조직화 현상이 일어났다.


일본에서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건강한 사과를 수확해 화제가 된 사례를 소개한 고성원 팀장은, 그것과 마찬가지로 팀장이 팀원을 도와주기만 해도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생겨날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팀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