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이력입니다.


'이나무'는 사진, 중국어, 제빵 등 여러 가지를 전공했지만 모두 중간에 그만뒀답니다. 포털사이트 1위인 네이버가 블로그를 만들 때는 또 거기에 있었습니다. 블로그로 시작해서 네이버 동영상, 네이버 카페까지 많은 서비스가 이나무의 손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오래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은 열망이 끓어올랐답니다.


정보공유 SNS 필통넷, 블로그 전문 검색 나루, 뉴스레터 네트워크 서비스 마이크로탑텐 등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던 그가 다시 NHN의 호출을 받은 것은 제로보드가 네이버의 품에서 XE로 거듭날 때. 그런데 또 회사를 그만둡니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NHN에서, 그것도 중요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맡아왔던 그가 회사를 두 번이나 그만두고 뛰어든 일은 그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 개발’.



▲ 경기 기능성게임 컨퍼런스에서 만난 이나무 디렉터



그런데 그것이 일반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이나무가 개발중인 ‘프로젝트 WONG1997’(이하 왕 프로젝트)의 장르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생활개선게임. 게임을 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 장애가 있는 사자의 병을 고치려면 플레이어가 현실세계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 관련기사 : 게임하면 건강해진다? 생활개선게임 표방한 피오니아 [클릭!]


이런 기발한, 그리고 조금은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는 회사. 궁금하지 않은가요? 청담동에 위치한 ‘휴레이 포지티브 (Huray Positive)’를 찾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올 해 4월에 설립된 휴레이 포지티브는 이런 특이한 이력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사였습니다.



▲ 따뜻한 느낌을 주는 수작업 회사 간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최두아'는 액토즈소프트에서 신사업 기획을, 네이버에거 검색 기획을 하다가 역시 회사를 나왔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때문일까요. 작은 회사를 창업하는 데 평소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경영학 전공의 '류재성'은 액토즈소프트를 거쳐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마케팅을 하던 인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재범'은 휴대폰과 이동통신사를 이어주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를 개발하다가 다음에 입사해, 아이폰용으로 개발된 많은 다음 앱들을 직접 기획했습니다.


그러니까 게임 전문가,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 모바일 전문가 모인 곳이라고 하면 될까요.



▲ 류재성 코디네이터, 최두아 대표는 액토즈 출신으로 인연이...



▲ 아이폰 다음지도 앱이 박재범 디렉터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사람 이름만 쓰고 호칭을 쓰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그건 실제로 휴레이 직원들이 서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아, 재성, 재범, 나무 이렇게 말입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뒤에 ‘님’자를 붙이지도 않고 그렇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수평적 조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그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하긴 이 정도야, 출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마음대로인데다, 주 4일 근무를 하기도 하고 휴가는 1년에 30일씩 주는 그런 회사니 별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 나는 이렇게 건강해지고 싶다. 나는... 뱃살을 빼고 싶...



▲ 디자이너의 손글씨로 꾸며진 천 블라인드도 예쁘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은 처음부터 ‘행복과 건강’을 키워드로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직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휴레이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게임 제작 외에도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휴레이는 환자와 의사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이상이 있을 때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서비스를 대학병원 뇌심혈관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건강,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결합된 방식입니다.


병원을 무서워하는 유아들을 위한 의료기구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진기를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와이파이와 청진기가 내장된 곰인형을 주고 청진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입 속을 검사할 때 쓰는 압설자에는 사탕을 달아서 거부감을 없애는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실용화 하는 것입니다. 이건 재미와 건강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 디자이너의 센스가 사무실 곳곳에



▲ 자유롭게 회의할 때 쓰는 탁자. 서 있어야 높이가 맞다



▲ 책상은 모두 나무로 만든 것. 피톤치드 향기가 가득했다



▲ 서서 일하는 게 편하다고 일부러 높은 책상을 제작했다고



▲ 이렇게 닮다니! 닌텐도 캐릭터도 직원별로 있다. 평소 탁구를 즐긴다고.



휴레이에서 만들고 있는 게임, 왕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따로 들어보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총괄하고 있는 이나무가 주로 대답해주었습니다. 왕 프로젝트는 올 해 안으로 데모 버전을 출시하고 내년 3/4분기 정도에 아이폰 앱스토어로 정식 출시할 계획입니다.



휴레이 포지티브 - 왕 프로젝트에 대해서

= 건강해지는 게임이라니 발상이 신선한데요.

▲ 보통 다이어트를 하거나 운동을 해보자 해도 스스로 변화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심히 운동했는데 그대로인 것 같고. 그런데 게임은 뭐 하나가 변하면 화려한 피드백을 주거든요. 아이템 하나가 바뀌고 레벨이 하나 오르고 하면 안 죽던 몬스터가 죽는다거나. 게임이 이런 걸 잘하니까 둘을 합쳐볼 수 없을까.

어쩌면 게임 쪽의 경험이 없으니까 게임을 해보자고 한 걸 수도 있어요. 예전에 대전격투게임이나 좀 했지 저는 와우도 32레벨까지밖에 안 키워볼 정도로 게임을 별로 하지 않았거든요.



= 대략적인 게임의 진행을 소개해주세요.

▲ 건강한 이상향을 뜻하는 ‘피오니아’ 왕국에 주인공이 도착하게 되는데 거기서 자신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캐릭터들은 각자 고민이 있어요. 예를 들면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는데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자신감이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비만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 때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거죠. 식생활을 개선할까, 절제된 생활을 할까, 운동을 할까.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미션들이 있고 1주나 2주 정도 캐릭터를 돕기 위해 플레이어가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합니다. 그럴 때 게임 상에서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왜 캐릭터가 뚱뚱해 졌는지 하는 과거의 비밀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되고, 그러면서 캐릭터의 성취가 나의 성취가 되는, 그러면서 건강도 좋아지는 게임입니다. 나중에는 짝사랑하던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하는데 얼마나 충실하게 미션을 수행했느냐에 따라서 엔딩도 달라집니다.



▲ 건강의 기본은 규칙적인 운동! 물론 직접 해야 한다.


= 문득 드는 생각은 일종의 어뷰징인데요. 줄넘기를 하고 오세요 라고 해도 하지 않고 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게임이니까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어뷰징도 일종의 재미니까 제한을 두기보다는,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몰입감을 어떻게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폰의 센서를 활용해서 운동 회수를 카운트할 수도 있을 거고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접목시킬 수도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금연을 해야 되는데 ‘오늘 담배 안폈음’하고 트위터에 올라가면 주변 사람들은 그게 거짓말인지 알 수 있겠죠.

기술적으로, 또 심리학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현대 질환들을 앓고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거든요.

▲ 비만, 절주, 다이어트, 흡연, 근육통, 당뇨예방, 변비, 치질… 일반적인 질환들은 보편적인 문제니까요. 그런데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다루고 싶어요. 그래서 정신심리학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하고요.



= 건강 등 의학적인 부분이 들어가니 자문도 받아야겠네요.

▲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살을 빼는 방법이라고 해도 다양한 의견이 있거든요. 최대한 검증을 해서 내놓겠지만 모두를 다 커버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미 들어간 컨텐츠 외에 다른 요구사항들도 있을 테고요.

그래서 멀리는 제3자가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는 시간을 꼭 맞춰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약품과 함께 캐릭터를 처방해주는 것이죠. 그럼 그 캐릭터가 시간이 되면 알람을 해주고요. 행동처방이 좋은 경우에도 캐릭터와 함께 처방해주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물을 마셔라거나 하고 알려줄 수 있겠죠.

이런 식으로 이 프로젝트 자체가 오픈 플랫폼이 되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룰 수는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이 들어와서 캐릭터 사업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있고요. 물론 이런 게 목표긴 한데 아직은 더 많은 준비와 개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이런 식의 캐릭터를 오픈 플랫폼으로 넣을 수 있게 구상중이라고




휴레이 포지티브라는 이름은 사람이라는 뜻의 ‘휴먼’과 X-레이 할 때 쓰는 ‘레이’ 그리고 긍정적이라는 뜻의 ‘포지티브’가 합쳐진 단어. 풀이하자면 ‘사람을 따뜻하게 비춰 긍정적으로 만드는 빛’이 됩니다.


혹시 이런 영상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재미이론(Fun Theory)이라고 즐거움을 줌으로써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 말입니다.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꾸며 발로 밟을 때 소리가 나게 만들었더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했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소리가 나는 쓰레기통을 설치했더니 주변이 깨끗해지더라는 내용은 우리를 흐뭇하게 만듭니다.


휴레이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도 그랬습니다. 유쾌하고 활발한,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손님에게도 온전히 전달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취재를 하러 간 것인지, 수다를 떨며 놀러 간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냥 있던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사람들이 건강한 즐거움을 주겠다며 작은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바램. 휴레이 포지티브가 전할 따뜻하고 건강한 즐거움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