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허원제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e스포츠컨텐츠 저작권 쟁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e스포츠경기 방송을 둘러싼 저작권쟁점 연구’라는 논문을 작성한 연세대 남형두 교수가 나와 토론주제에 대한 발표을 했으며, 토론자로는 드래곤 플라이의 김범훈 게임사업 실장, 건국대 법대의 정연덕 교수, 국제e스포츠연맹의 오원석 사무총장, 대한올림피언협회 송성록 사무총장, MBC플러스미디어의 조정현 사업센터장, 화승 오즈의 이제동 선수, 블리자드의 안혁 법률대리인이 나섰다.



▶ 블리자드 대리인과 이제동 선수, e스포츠와 관련한 다양한 관계자가 나섰다.




시간 상의 이유 때문인지, 공청회 혹은 토론회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각 토론자가 차례대로 나와 10분에서 20분 가량의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의 주장을 일반적으로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다양한 토론자들의 나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가장 핵심 쟁점은 e스포츠 경기 방송을 별도의 2차 저작권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저작권법 상의 실연자로 인정하여 별도의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연세대 남형두 교수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이 저작물이 맞는가에 대한 이견은 없다면서도, 그 게임을 방영할 때는 별도의 영상저작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들의 저작권법상의 실연자로서의 지위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가 시나리오면 선수는 배우, 스타크래프트가 작곡자면 선수는 가수와 같기 때문에 프로게이머에게도 별도의 저작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 게임 영상의 2차 저작권 인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연세대 남형두 교수




스타크래프트를 프로로서 플레이 하는 것은 실연자로서의 지위가 있는 것이며, 그 외에 퍼블리시티권에 의한 보호도 필요하다는 것. 이는 프로게이머뿐 아니라 캐스터/해설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이와 유사하게 게임방송사들도 저작인접권자로서 복제권과 동시중계방송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으로는 저작권자가 가진 저작권을 제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e스포츠발전을 위해서는 입법, 즉 현행법률을 개정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에는 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위헌적인 요소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번 쟁점에 대한 질문에 영국인과 축구와의 관계를 예로 들며 “영국인과 FIFA는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다. e스포츠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도 그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100% 공공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0% 사유재산으로 놓고만 볼 수도 없지 않은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블리자드 안혁 법률대리인의 생각은 달랐다.

블리자드는 기본적으로 e스포츠 대회의 발전을 원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자와 소통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원활하게 이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저작권자의 이익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게임플레이는 상대방과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우연의 결과물로 ‘새로운 창작성’이라는 2차적 저작물 인정의 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에, 게임플레이 영상 또한 2차 저작물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 블리자드의 안혁 법률대리인(좌)과 화승 OZ의 이제동 선수(우)




또한, 프로게이머의 플레이는 배우, 성우, 가수와 같이 예능적 방법에 의한 표현이라기 보다는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의 기술적, 전력적 대응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상의 실연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프로게이머가 기여한 부분은 그만큼 인정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실연자의 지위 또는 2차 저작권을 인정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초상권 내지는 퍼블리시티권의 접근으로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며, 프로게이머의 보호 문제는 프로게이머와 구단, 게이머와 대회 주최 간의 공정하고 정당한 계약이 체결하고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 외 토론자들도 자신의 입장에 비추어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립보다는 함께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으며, 특히 화승 OZ의 이제동 선수는 현재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많은 현역 선수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종목사의 지적재산권은 물론 존중 받아야 하나,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모든 종사자의 권리와 노력도 인정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를 지켜본 일부 참석자들은 별 소득이 없는 의미 없는 행사였다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오늘 공청회는 앞으로 블리자드와 KeSPA의 분쟁 및 e스포츠에 관련한 저작권법의 행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늘 행사를 주최한 허원제 의원과 문화관광부가 작년 5월 발의했다가 원 저작권자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 때문에 결국 통과되지 못했던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재수정해서 오늘 가을 정기국회에 다시 제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번 공청회를 주최한 한나라당 허원제 국회의원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저작권법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논리들, 즉 게임 영상물에 대한 2차 저작권과 프로게이머와 해설자/캐스터에 대한 실연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이 새롭게 정비되어 제출될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원제 의원 보좌관이 무대로 직접 올라 실제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게임법과 e스포츠 진흥법에 적용할 부분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참석자에게 제공한 자료집을 보면 “공표될 게임물”을 “공인종목”으로 수정하고 ‘공인종목’을 ‘이스포츠의 발전과 보급, 확산을 촉진하기 위하여 지정한 인증기관이 인증한 게임을 말한다’고 정의하는 내용을 삽입하는 등, 기존 법률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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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을 정기국회에서 허원제 의원이 발의한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둘러싼 지적재산권 분쟁은 완전히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쟁점을 수렴하고 향후 e스포츠 콘텐츠 저작권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10월 중 관련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e스포츠 저작권 TF'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