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CBT를 앞둔 5월 13일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엑스엘게임즈 본사에서 핵심 개발자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약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는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그 첫 파트에서는 엑스엘게임즈의 박상순 개발이사와의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는 자신이 '개발이사 슬래시(/) 애니메이터'로 표기돼 있다고 설명하며 "한국에서 가이스터즈라는 게임을 개발한 후 99년도에 미국으로 건너가 락스타 게임즈 샌디에고에서 11년간 애니메이터로 일했다. 참여한 작품은 레드 데드 리볼버, 미드나잇 클럽, 테이블 테이스 그리고 최근 발매된 레드 데드 리뎀션(이하 RDR)과 RDR의 나이트메어 버전 DLC까지다. 작년 9월 1일부터 엑스엘게임즈에 참여했고 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팩트를 전담하고 있다"며 짤막하게 소개를 마쳤다.


이후 RDR 프로모션 영상 감상과 함께 락스타 게임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진행했는지 어떤 부분이 아키에이지에 적용되는지 등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RDR에 참여했을 때의 작업은 애니메이션 전반이며 실무도 했다.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주로 주로 디렉팅을 맡았다. RDR 작업 시 포커스를 맞춘 것은 PC 이동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과 피격 리액션, 그리고 배경이 서부니 만큼 마차나 탈것, 소몰이 할 때 사용되는 소들의 AI였다.


또한 NPC들의 실생활을 NPC들의 AI마다 루틴을 정해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컷씬은 초반에 담당했지만 프로젝트가 커지면서 컷씬 담당자가 따로 생기게 됐고 그로 인해 인게임 이벤트 애니메이션을 총괄했다는 것.


RDR과 장르나 컨셉은 다르지만 아키에이지도 오픈 월드 MMORPG라 부합되는 부분이 많아서 비슷하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PC 이동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타격감과 캐릭터를 개선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후 박상순 개발이사/애니메이터와 진행된 질의 응답 내용이다.



= 기존에는 콘솔 위주의 애니메이션을 작업했는데 지금의 작업량이나 방법과 차이가 있다면?


애니메이션의 양은 기존 MMORPG보다는 콘솔이 훨씬 많다. 이를테면 RDR은 PC애니메이션이 18,000개에서 20,000개 정도 되었는데 MMORPG는 처음 파악했을 때 굉장히 낮았다. 이후 신경을 쓰다 보니 지금은 세 배, 네 배, 다섯 배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지는 않고 다만 RDR은 컨셉이 서부, 아키에이지는 판타지로 다르다 보니 다른 종류의 애니메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퀄리티는 많이 다르진 않지만 MMORPG이다 보니 그로 인해 기술적 제약이 있긴 하나 큰 문제는 아니다.

어느 게임회사든 기획과 애니메이션은 밀접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이뤄져야 해서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엑스엘게임즈는 협업이 잘 돼서 크게 어려운 것은 없으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RDR에서의 것과 같이 아키에이지에서도 세밀하고 세부적인 표현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 같다.


그렇다. 다만 콘솔은 퀄리티가 정해져있어 일정이나 시간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MMORPG는 사용자의 PC사양이 각자 달라서 그 부분을 맞춰야 하는 제한이 있다. 하지만 최대한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

아키에이지의 탈것을 살펴보면 보면 오르막이나 내리막, 회전하는 등의 모션을 모두 따로 구현해뒀다. 개인적으로는 타 게임에서 탈것에 이만큼의 애니메이션을 구현해 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외에 캐릭터의 이동 역시 오르막이나 내리막 등에서 달리는 모션을 각자 다르게 했다. 모션이 상당히 현실감이 있지만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게임플레이상에서 희생 된 부분은 없다.







= 해외에서 오래간 일했는데, 엑스엘게임즈의 환경은 어떠한 것 같나


개발과 관련된 부분과 조직 체계는 비슷한 것 같다. '한국 게임 개발자들은 오랜 시간 일을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미국 개발자들은 일할 때 밀도 있게 하는 편이지만 오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RDR을 할 때는 1년 넘게 하루12시간 6일 근무를 한 적이 있긴 하다.

환경 자체는 틀리진 않지만, 미국이 에어컨을 잘 틀고 책상이 넓다. 밥을 양식으로 준다 정도? (웃음).

참, 한국에 와서 CBT 버전을 보여줬는데 '베타'라는 단어가 붙으면 콘솔은 나오기 직전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CBT 버전이라고 해서 보고 깜짝 놀랐다. 이대로 나온다는 건가 하고.




= 최근 크라이 엔진 3로 바뀌었는데 크라이엔진으로 바뀐 것이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영향을 주는지


크라이 엔진 2와 3가 연관되는 건 크게 없는 편이다. 몇몇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만큼 대답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NPC가 좀 더 자연스럽고 현실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크라이 엔진의 기능을 사용하려고 한다. 현재 작업이 계속 진행중이다.




= 앞서 진행된 CBT에서 모션이나 타격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유저들의 피드백이 있었는데 어떻게 개선될 예정이며 개선된 것을 3차 CBT에서 경험 할 수 있나


일단, 종족별로 타격감을 개선할 수 있는 특이한 스킬 애니메이션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피격 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에디티브 레이어'라는 것을 도입했다.


※ 에디티브레이어란?

박상순 개발이사의 설명에 따른 에디티브 레이어는 : 캐릭터의 상체와 하체가 나뉘어 있다고 하면 예전에는 상체 애니메이션이 구현되려면 거기에 상체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입혀지는데 지금은 상체에 다른 레이어가 들어가서 상체는 그대로 두고 동시에 다른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여러 동작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나오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말을 타고 있다고 하면 말을 타고 있는 기본적인 애니메이션에 캐릭터가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리는 등의 모션이 나오고, 말은 귀를 쫑긋거리거나 꼬리를 흔들거나 등의 모션을 취하는 것이라고.



에디티브 레이어는 콘솔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로 크라이 엔진에 구현되어 있어 사용하게 되었다. 아직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는 구현이 되어 이번 CBT에서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는 캐릭터가 이동 중에 맞으면 이동을 멈추고 피격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다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피격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격을 하다 피격을 받으면 공격 애니메이션이 중지되고 피격 애니메이션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공격을 하다 피격을 받으면 공격하면서 피격하는 형태로 구현이 됐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욱 완벽하게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그에 따라 이번 CBT에서는 그래픽적으로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굉장히 많은 부분을 작업하고 있는데 자신 목표량에서의 완성도는?


30% 정도? 실제 게임 플레이랑 크게 상관 없는 부분이 많아서 100% 만족한 상태에서 오픈할 것 같진 않다. 특히 NPC와 관련된 부분은 새로운 지역이 오픈될 때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추가되면서 기존 부분의 것들도 함께 개선되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





= 애니메이션 작업 인원은?


순수하게 아키에이지 애니메이션쪽만 계약직 직원까지 해서 10명이 있다.





= 애니메이션 작업시 모델이 없는 몬스터나 새로운 생물은 어떻게 구현하게 되나


몬스터나 새로운 생물 역시 참고할만한 대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안개 괴물이라도 다 찾아보면 그 비슷한 참고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물속에 잉크를 풀었을 때 느낌이라던가.

개인적으로 참고 대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을 지시할때도 어떠한 대상을 참고하여 작업하도록 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서 '이런 건 원래 이래요.'라는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그럼 상상의 동물, 용이나 드래곤 같은 것들은?


드래곤이나 용이 나오는 영화는 많은 편이다. 우리가 아무도 생각 못한 것들을 만들고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책, 문서, 영화 등 많이 참고를 한다. 어떤 공격 모션이 있을 경우 비슷하게 생긴 크리쳐가 있으면 공격하는 모션을 가지고 와서 구현하려고 하기도 하고.

다만 리얼리즘을 위해 게임의 재미를 포기해야 하느냐고 걱정을 할 수 있지만 항상 기획 파트와 얘기를 하기 때문에 우려는 안 하셔도 된다.






= 지금까지 구현하기 힘들었던 생명체의 실제 사례가 있다면?


다 어렵다. 내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작업 결과물 퀄리티를 일정 수준으로 평균화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작업을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고 똑같은 참고 대상과 크리쳐를 제시해도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다른 퀄리티를 내기 때문에 그 것을 맞추는 부분이 쉽지가 않다.

굳이 따지자면 발 많이 달린 연체 동물 같은 크리쳐가 현재 기술로는 좀 힘들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기도 힘들고. 시간과 좋은 작업환경들이 마련되면 되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그 퀄리티로 모든 걸 다 뽑아내게 하는게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 타격감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RDR을 할 때도 느꼈던건데 때리는 사람보다 맞는 사람의 반응이 타격감을 많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타격감을 말 할때 피격감을 언급한 것이다. 이 피격감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이 쪽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다.

물론 스킬을 행할때 동작은 개성있고 힘찬 것이 좋고 그 외에 타이밍 조정도 많이 하지만, 때렸을 때 상대방이 잘 맞아주는게 타격감이지 힘껏 찔렀는데 반응 없으면 아니지 않겠나. 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사대육, 삼대칠 정도라고 생각한다.




= 아키에이지가 다른 게임에 비해 애니메이션이 많다고 알고 있다. 사물과 사물과의 상호작용이라던지. 작업 중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여러 부분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고 많은 계획도 있다. 분위기는 전부 다 해야지-라는 건데 아무래도 정해진 시간에 출시를 해야되다 보니까 다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해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OBT 이후에라도.

전반적으로 최근 게임들의 그래픽이 디테일하고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항상 느끼는 것은 간혹가다 '이 정도면 돼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유저가 보고 싶어하는 수준보다 5%만 앞서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앞서 가야 하고, 그렇게 되려고 하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부분이지만 콘솔 게임이 만약 가끔 먹는 케이크 같은 디저트라고 하면 MMORPG는 매일 들어와서 사는 세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부 캐릭터의 움직임 같은 부분들을 마치 밥과 국같은 애니메이팅을 하고 싶다. 그렇게 아키에이지의 70% 이상은 자연스럽고 그 세상에 녹아있는 애니메이팅을 하고 싶다. 물론 케이크같고 청양고추 같은 자극적인 애니메이션도 들어가겠지만.

그것이 아마 타 게임과 차별화 되지 않을까 싶다. 유저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 온라인 게임이다 보니 PC 사양을 무시할 수 없는데 차후 게임 플레이시의 과부하 같은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LOD(Level of Detail)화 시켜서 필요할 때만 불러와 사용할 수 있고 그 외에는 끌 수 있는 기능을 넣게 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은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기타 그래픽(월드 같은)이 많이 잡아먹는 편이다. 콘솔은 메모리가 훨씬 적음에도 20,000개의 애니메이션을 넣었다.





= 게임 플레이에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에도 뭔가 장치가 있나


이동할 때 똑같은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RDR에서도 했던 것으로 AI 하나하나가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NPC가 자신의 세상을 살고 있게 하는것이 있다. 만약 RDR 플레이 중 너무나 할 일이 없어서 NPC 누구 하나를 따라다니면 하루를 사는걸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터에 가서 일하다가 다른 NPC와 상호작용을 하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잠에 들고, 다음날 일어나 또 그 만의 하루를 보내는... 모든 AI가 다 이런 사이클로 이루어져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아키 에이지에서도 이런 걸 구현하고 싶다.

하지만 MMORPG이기 때문에 이렇게 다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악용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밸런스를 잡아 할 수 있는한 최대한 하고 싶다. RDR 처럼 똑같이는 안되겠지만. 그래서 기획 파트와 프로그래밍 파트와도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유저 입장에서 길을 가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예쁜 NPC를 보고 '오늘 하루 그녀를 따라다녀 볼까?' 하고 살펴보면 자신만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싶다





= 세계관과 연관 있는 애니메이션이 적용돼 있는지?


아무래도 녹아있게 되지 않겠나.





= 1차 CBT 이후 타격감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처음 CBT 버전의 아키에이지를 보자마자 느낌은 어떠했는지


정말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 1, 2차 CBT를 보면서 가장 문제로 느껴졌던 부분은?


유저들의 피드백과 거의 비슷하다. 타격감, 캐릭터, 이팩트 등. 이런 부분들 많이 개선해야겠다 생각했고 계속 개선하고 있다. 이번 3차 CBT에서 개선된 점이 눈에 많이 띌 것이라 생각하는데 계속 해나가야 한다. 도장 찍듯 한번에 되는게 아니니까.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웨스턴 게임을 한 10년 개발했다. 타이틀 2개를 한 개에 5-6년에 걸쳐 개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를 매우 좋아했다. 엑스엘게임즈에 면접와서 전민희 작가가 투입된 것을 처음 알았는데 내가 전민희 작가의 팬이기도 하다. 또한 3일에 걸쳐 면접 인터뷰 진행하며 그 전에는 잘 몰랐던 송재경 사장에 대해서 더 잘 알게됐고 그런 부분 등에서도 좋았다.

미국은 일 스타일이 분업화가 워낙 잘 돼 있어서 일하기는 편한 반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쉽게 애기하면 내가 작업을 해도 누가 몰라주는 점도 있다.

한국에는 ICON, KGC와 같은 행사 때문에 와서 눈에 띄는 게임들을 보며 판타지를 하고 싶다 생각했다. 미국에는 판타지가 잘 없기도 하고. 결국 한국에서 해보고 싶었고 판타지가 좋았고 MMORPG도 해보고 싶었고 그런데 한국만한 곳이 없고... 그러다 인연이 잘 돼서 왔다.





= 한국에서의 근무는 어떠한가?


한국 생활 자체가 다이나믹 하다.(웃음)





= 블리자드 같은 외국 계열 회사가 아닌 엑스엘게임즈에 온 이유가 있나.


한국에 있을 때 CF 특수 효과 쪽의 일을 많이 했는데 미국에 가기 직전 즈음에 캐릭터쪽 관련된 일이 많이 들어왔다. 그 당시에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한국에는 정착이 안 됐던 시기라 내가 이것 저것 다 같이 하면서 이 부분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미국으로 갈 때 원래는 '블리자드 가야지' 하고 갔다. 그땐 블리자드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한 12년전 쯤인데, 그 때 워크래프트 2가 나왔던 시기였을 거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나오기도 전 이었고. 하여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한 2년 배우고, 게임도 했다.

공부하다가 운이 좋아 '락스타 게임즈 샌디에고'의 전신인 '엔젤 스튜디오라'는, 미국에서 제일 큰 의뢰 개발 업체에 들어가게 됐다. 거기서 '레드 데드 리볼버'를 캡콤과 작업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락스타 게임즈가 엔젤 스튜디오를 사면서 캡콤이 레드 데드 리볼버를 락스타 게임즈에 팔았다. 거기서 1년 반 더 작업해서 나온 프로젝트다.

그러다 보니 블리자드에 지원할 시간이 없었다. 또 블리자드가 뭐가 아쉽다고 날 부르겠나. 그리고 락스타 게임즈에 잘 다녔다. 성격이 뭐 하나를 손에 잡으면 끝을 봐야 하다보니 5~6년에 걸친 프로젝트가 끝나기를 기다리게 되고 그러다 엑스엘게임즈와 인연이 닿았다.





=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입사한 지 한달 쯤 됐을 때 아키에이지에 구현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메일을 여러 명에게 보냈다. 약 15분 후였나 송재경 사장으로 부터 답메일이 왔는데 1번 항목에서 49번 항목까지 꽉 차있었다. 그리고 50번째 항목에 '박이사님이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라고 적혀있더라. 그 때 '아, 이 사람은 머리속에 그냥 MMORPG가 통째로 들어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적힌 것들은 아키에이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몇 몇 게임에 다 적용할만한 것들이다. 이 자리에서 공개할수는 없지만 종종 보고 참조하고 있다.






= 게임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CF 작업을 하며 게임 작업도 같이 했던 적이 있었다. 94년, 95년쯤에 작업한 가이스터라는 게임으로 그때 참가하면서 게임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 아키에이지 개발을 마무리하고 엑스엘 게임의 차기작도 같이 할 계획이 있나?


물론이다.





= 외국에서 한국 게임 시장을 보는 시선은 어떤지


굉장히 관심이 많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콘솔 게임은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힌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앞으로 MMO라던가 SNS라던가 다양한 장르의 PC 온라인 게임이 앞으로 주종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서도 여러 회사들의 성공한 IP를 갖고 온라인 쪽을 알아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