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로 그린 듯한 흑백 배경. 현실인지 저승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공간 안에 반짝이는 두 눈이 보인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조그마한 남자아이의 실루엣. 이게 림보에서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다.


플레이를 위한 정보가 하나 더 있다. 림보(Limbo)의 의미. 림보는 라틴어로 ‘연옥’이다. 기독교에서 예수를 모르고 죽은 조상이나 죄를 짓기 전에 죽은 아이들이 죽어서 가는 곳.


이제 게임의 목표가 정해졌다. 이 림보라는 기괴한 공간 속에서 잃어버린 누나를 찾아야 한다.



▲ 이것이 바로 림보(Limbo)의 세계




방향키 4개로 좌,우 이동과 점프, 내려가기 조작을 할 수 있고 추가로 Ctrl 키를 누르면 상자나 수레 같은 것을 잡아서 밀거나 당기는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플레이는 슈퍼마리오와 같은 플래포머의 형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게 되는. 하지만, 액션보다는 퍼즐의 비중이 높다. 흑백으로 그려진 다양한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퍼즐을 풀어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퍼즐에 참신한 요소가 많다. 대형 몬스터를 트랩으로 제압한다든지, 뒤쫓아 오는 적을 오직 밧줄 하나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부분들은 퍼즐에 적절한 액션이 결합하면서 블록버스터 게임을 즐기는 듯한 즐거움을 남긴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던 흑백의 기괴한 그래픽이 한데 어우러져 비록 횡 스크롤 플래포머지만 림보라는 완벽한 3차원 공간에 들어온 듯한 풍부한 입체감까지 받는다. 사무칠 듯한 긴장감과 흑백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림보의 그래픽 아트는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림보 특유의 분위기와 주변 오브젝트들의 존재감을 살려주는 사운드 트랙도 일품.


아쉬운 점도 있다. 초반에 신선하게 다가오던 퍼즐들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 비중이 조금씩 작아지고 난이도를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레벨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조작에 대한 ‘짜증’이 ‘즐거움’을 상쇄하는 시기가 종종 도래한다. 퍼즐의 답은 아는데 포기하고 싶어지는 조금은 난감한 경험.


하지만, 허투루 대충 만든 레벨은 없기에 근성을 가지고 진행하다 보면 또 그 이상의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 림보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 아닐지.



고백하건대, 만약에 림보라는 게임이 이 정도로 끝났다면 나는 펜을 들지 않았을 거다. 림보의 가치는 엔딩에서 빛난다.

엔딩을 보는 순간 그 동안 무심결에 지나쳤던 배경과 인물, 오브젝트, 그리고 퍼즐들이 파노라마처럼 리플레이되면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데 이런 독특한 경험을 단돈 9.99달러에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볼 땐 정말 행운이다. 그리고 이것이 글을 남기면서까지 림보를 열렬히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여름의 끝자락이 다 지나가기 전에 꼭 해보시길. 그래야 림보가 남기는 여운이 더욱 깊을 듯하니까.




[ ▲ 림보, 실제 플레이 예고편 영상 ]




※ 잔혹한 장면 때문에 국내 심의에서 15세 등급을 받았으니 참고.
※ PC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곳 : [스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