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았던 지난 2주가 지났다.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블레이드앤소울의 파괴력은 그만큼 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많은 게임들이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블레이드앤소울 CBT가 열려있는 동안의 국내 게임 시장은 너무나도 고요해 보였다. 이것이 블래이드앤소울의 힘이었다.


이런 큰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테스트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운되었던 서버는 블레이드앤소울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서버 안정화에 대한 불안감을 높였다. 던전을 진행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공략 최대의 난관은 서버다운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많은 유저들이 테스트에 참여하였고 열기는 대단했다.



▲ 뜨거운 열기와 함께 진행된 블레이드앤소울 2차 CBT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2차 CBT가 이제 막을 내렸다. 마치 2주간 긴 꿈에 빠져들었던 느낌이다. 정말 열정적으로 플레이를 하며 빠져들었던 만큼 테스트가 끝난 이후 몰려오는 허전함 역시 감출 수가 없다. 벌써부터 블레이드앤소울 후유증을 이야기하는 유저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5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지난 1차 CBT와는 달리 이번 2차 CBT는 2주 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덕분에 지난 테스트 때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게임 내 다양한 콘텐츠들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더 많은 유저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차 CBT에서 기존 MMORPG들과는 다른 시스템을 선보이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기대와 그만큼 적응하기 힘들다는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블레이드앤소울. 2차 CBT로 찾아온 블레이드앤소울은 지난 2주간의 기간 동안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남기고 돌아갔을까?







◎ 파티 플레이 전투의 개선


지난 1차 CBT를 마치고 유저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 바로 파티플레이의 개선이었다. 애초부터 스킬 간의 상성을 중요시하여 1:1 대결에 초점을 맞췄기에 4인이 함께 전투를 벌이는 파티 플레이에서 그만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다. 4명의 파티원이 전투를 벌이되 유저는 1:1로 싸울 때와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 2차 CBT에서는 이런 파티 플레이에서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이 도입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그 변화를 첫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잔상과 합격기의 사용.


던전이나 필드에서 만날 수 있는 보스들은 1명의 유저가 사용하는 상태 이상 공격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몬스터들은 반드시 2인 이상의 파티원이 함께 상태 이상 공격을 사용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 점은 1차 CBT에서도 선보였던 시스템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그 타이밍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했기에 이런 요소를 유저들이 활용하기 어려웠고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2차 CBt에서는 한 명의 파티원이 상태 이상 공격을 사용했을 경우 보스에게 잔상이 생기며 다른 파티원들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유저들은 파티 플레이를 펼치며 합격기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단조롭게 진행되었던 파티 플레이에서 유저간 호흡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 외에도 화염을 사용하는 기술에 맞았을 경우 파티원의 얼음 계열 기술로 피해를 없애준다거나 보스의 기술을 특정 직업의 기술로 회피하는 요소도 추가되는 등 1차 CBT에 비해 파티 플레이 개선이 상당 부분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파티 플레이 후 아이템 습득 방식 역시 많은 유저들이 개선을 요구했던 부분. 이 전 테스트에서는 보스를 처치하였을 때 특정 직업의 아이템을 그대로 드랍하는 방식이어서 언제 내 직업의 아이템이 나올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무기가 나와도 그 무기에 해당하는 직업이 없다면 쓸 수도 없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이번 테스트에서는 ‘정기’ 아이템이 등장하였다. 던전 내 보스를 처치하면 해당 보스의 이름을 딴 정기 아이템이 하나 드랍되는데 이를 가지고 던전 밖의 NPC를 찾아가면 자신의 무기로 교환할 수 있다. 어떤 직업이라도 이를 획득하면 자신의 무기로 교환이 가능하니 자신의 무기가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직업 여하에 따라 아이템을 버릴 일도 없어지게 되었다.









◎ 소셜게임의 요소 도입? 블앤소만의 채집 제작 시스템


이번 2차 CBt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스템을 분류해보면 크게 채집/제작 시스템, 신규 직업 암살자, 신규 지역 대사막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참신한 시스템으로 보인 것은 채집/제작 시스템. 블레이드앤소울의 채집과 제작 시스템은 마치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그것을 보는 듯 했다.


채집과 제작은 상단과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블레이드앤소울에서 계약할 수 있는 상단의 개수는 채집, 제작에 각각 2곳씩이다. 자신의 원하는 채집 제작 상단과 계약을 했다면 그들에게 재료의 수급이나 물품의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재료와 돈을 주고 의뢰를 하면 NPC는 얼마 후에 찾으러 오라며 시간을 알려준다. 그 시간이 지나서 NPC에게 찾아가면 해당 재료나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재료의 경우 해당 재료를 필드에서 찾아야 의뢰할 수 있지만 그것은 최초 1회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고로 채집과 제작을 올리기 위해 필드를 샅샅이 뒤져야 할 필요가 없이 의뢰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찾아가기만 하면 채집과 제작을 할 수 있다. 의뢰를 한 뒤 사냥이나 레벨 업에 전념할 수 있어 채집과 제작이 크게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유저들은 이 시스템이 지금까지 갖은 편법으로 얻은 재료들을 판매해 이득을 챙기는 오토 시스템에 대한 대항마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있다.









◎ 무난하지만 편리한 경매장


경매장을 비롯하여 창고, 택배 등 아이템 보관/거래 시스템들도 선을 보였다. 이 중 경매장은 특정 NPC나 장소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메뉴 창에서 곧바로 확인이 가능해 접근성 부분에서 많은 편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 밖에서는 경매장을 이용해 판매는 할 수 없고 구매만 할 수 있다는 제약이 붙는다.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경매장에 비해 특별한 기능이 추가된 것은 아니지만 각 카테고리 별로 찾기 쉽게 정렬되어 있어 무난하면서도 편리함을 느끼게 해준다.


테스트 기간에는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돈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이마저도 대부분 의복 구입에 사용하는 유저들이 많아 경매장을 통한 거래를 많이 이용하지는 못했다. 아마 채집과 제작이 활발해지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물품들이 경매장을 통해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 무난하지만 편리한 블레이드앤소울의 경매장





◎ 신규 지역 대사막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시스템들과 함께 1차 CBT 지역인 녹명촌 다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신규지역 대사막도 공개되었다. 눈 앞에서 남소유를 놓치며 1차 CBT를 마감해야 했던 유저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새로운 지역 대사막은 이름 그대로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울창하게 우거진 수풀과 그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가 주를 이루었던 녹명촌과 달리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황량한 사막 지역은 유저들이 새로운 지역에 진입했음을 눈으로 느끼게 해준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장점 중 하나인 뛰어난 스토리 몰입도는 새로운 지역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컷씬 외에도 개성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은 패키지 게임을 하는 느낌을 여전히 잘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소소한 재미를 위한 NPC들 역시 눈에 띈다. 각 마을에 있는 상인들은 저마다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난 이름들로 구성되어 있고 특정 퀘스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NPC들에게도 유명인을 패러디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 RvR이 가진 문제점, 아직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1차 CBt에 비해 확연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블레이드앤소울의 2차 CBT. 하지만 테스트 중인 게임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까? 이번 2차 CBT에서도 블레이드앤소울은 많은 개선 사항을 남기고 갔다. 이번 2차 CBT가 남기고 간 과제들, 과연 무엇이 있을까?


PvP와 세력간 경쟁 구도를 강조한 블레이드앤소울, 이번 2차 CBT에서는 무림맹과 혼천교라는 두 세력 중에 하나를 선택하며 이 요소가 더욱 부각되었다. 세력을 선택하면 세력의 옷을 입을 수 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RvR이 시작된다.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세력 퀘스트 역시 세력의 옷을 입어야만 수행/완료가 가능해 자연스럽게 상대 세력의 공격에 노출이 되기 시작한다.


문제는 양 쪽의 세력이 비슷해야 가장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시스템에서 한 쪽 세력의 힘이 너무 강대해져 버리면 그 본연의 목적이 퇴색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RvR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많은 게임들이 고심하고 있는 문제로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아직 2차 CBT밖에 치르지 않은 블레이드앤소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문제의 발단은 세력을 선택하면 주어지는 각 세력의 옷. 블레이드앤소울은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의상을 획득할 수 있고 세력의 옷 역시 이에 해당한다. 캐릭터의 외향에 많은 호평을 받은 게임인 만큼 블레이드앤소울에서 의상이 주는 외형의 변화는 유저들에게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무림맹과 혼천교 세력을 선택하는 시점에서 혼천교 옷의 디자인이 무림맹의 그것보다 더욱 낫다는 의견들이 많아지자 다수의 유저들이 혼천교를 선택하는 일이 발생했다. 옷의 디자인과 관계없이 다수의 진영을 선택하는 것이 콘텐츠를 즐기기 원활하다고 판단한 유저들까지 가세하자 양 세력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러한 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지난 8일 건 서버에서는 양 진영간의 전투 끝에 혼천교 세력의 유저들이 무림맹 세력의 본진까지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캐릭터가 사망 시 리젠 되는 곳까지 점령당하자 무림맹 쪽에서 전투를 참여했던 유저들은 채널과 의상도 바꾸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RvR 콘텐츠의 균형이 깨졌을 경우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다음 테스트 때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같은 날인 8일 블레이드앤소울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배재현 PD의 인터뷰에서 유저들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느끼지 않게 하겠다라고 언급한 만큼 다음 테스트에서 어떻게 개선될지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 개성있는 직업과 다양한 스킬들, 밸런스는?


블레이드앤소울에서 여전히 PvP는 유저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콘텐츠이다. 그리고 이 PvP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밸런스의 문제이다. 현재까지 블레이드앤소울에 등장한 직업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암살자까지 모두 5종이다. 직업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으나 수련을 통해서 같은 직업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


문제는 아직 직업 간 PvP 밸런스에 대해 유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다운이나 스턴, 그로기 등에서 연계되는 콤보가 상당히 많은 만큼 약간의 밸런스만 흐트려져도 상대에게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이런 공격들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2:1, 3:1 등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기란 더욱 힘들어진다. 다수 대 다수 간 전투가 단타 위주의 단조로운 싸움이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만 레벨이 공개가 되지 않아 모든 스킬을 배우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올 신규 직업까지 생각한다면 직업간 밸런스는 우선 순위를 상당히 앞당겨야 하는 과제임이 틀림없다. 1차 CBT에서도 각 직업의 스킬 관련 부분이 상당히 변한만큼 다음 테스트와 공개 서비스 때도 지속적인 수정으로 좋은 밸런스를 갖추기를 기대해본다.







◎ CBT를 넘어 선 완성도,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블레이드앤소울이 보여준 비쥬얼과 액션성은 확실히 지금까지 MMORPG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블레이드앤소울의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이러한 시도가 국내 온라인 게임의 다양성을 더욱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벌써부터 공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이미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1차 CBT때 검증 받았던 블레이드앤소울만의 방향성은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혔고 유저들이 요구했던 개선 사항도 충실히 반영되었다.


2차 CBT를 마친 블레이드앤소울은 분명 재미있었다. 적어도 기자한테는 그랬다. 하지만 다른 유저들에게도 그럴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유저들의 반응에서도 그렇듯 액션을 좋아하고 많은 게임을 접해 본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복잡한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은 중 장년층이나 여성 게이머들에게는 여전히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았다. 이는 블레이드앤소울이 남은 테스트 기간 동안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개선 사항이 남아있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의 높은 완성도와 재미에 대해 이견을 가지는 유저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개서비스 후에 흥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직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블레이드앤소울이 공개 서비스를 예고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의 국내 게임시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번 테스트때는 위의 물음에 확실히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치열한 하반기 게임 시장, 그 속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이 살아남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상당히 흥미로운 기대가 느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