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 소울의 테크시네마팀. 이름만으로는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인지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대화로만 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에 영상미를 가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보다 쉽게 스토리를 이해하고 짧은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이벤트 컷신 및 시네마 영상을 제작하는 곳이 바로 테크시네마팀이다.


과거 2번에 걸친 CBT에 참가했던 분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최초 진서연에 의한 사부 홍석근의 죽음에서부터 2차 CBT 최종 보스 몬스터인 염화대성의 강렬한 등장까지 주요 장면에서는 항상 화려한 영상이 나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사실을.


이 모든 영상이 만들어 지는 곳, 테크시네마팀의 최형근 팀장으로부터 테크시네마팀이 하고 있는 일과 어떤 과정을 통해 영상이 탄생하는지 들어보았다.



최형근 테크시네마팀장

2002년 엔씨 소프트에 입사. 리니지2 배경 작업 및 리니지3 알파 버전에서의 시네마틱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블레이드 & 소울의 테크시네마팀장으로 업무를 진행.

테크시네마팀은 다른 게임 개발 업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팀으로서 각각 애니메이션, 카메라 연출, 이펙터 연출, 페이셜(표정) 전문과 이 모든 것을 게임에 적용하는 분야로 나뉘어 있다.

게임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벤트 컷신 및 시네마 영상을 제작하며 이 외에도 환경 연출 및 NPC연출 등 게임에 적용되는 각종 연출을 제작한다.



▲ 개발팀 릴레이 인터뷰의 3번째 주인공, 최형근 테크시네마팀장





  • 블레이드 & 소울의 시네마 영상

    2차 CBT를 기준으로 몇 개의 컷신이 만들어 졌으며 제작 시 어떤 점에 주요 포인트를 주는가.

    2차 CBT까지 공개 된 컷신을 모두 합했을 때 총 60분의 분량이 나온다. 블레이드 & 소울은 다른 MMORPG와는 달리 스토리텔링적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선을 최대한 다양하고 많이 잡을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

    다른 게임 컷신에 비해 캐릭터의 설명 및 대화, 동작에 많은 부분을 집중하는 편이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많은 수의 컷신을 감상하게 되는데 간혹 영상으로 인해 게임 진행의 호흡이 끊긴다는 의견이 있는 편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게임 플레이 방법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콘솔게임 혹은 다른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처음 플레이할 때는 컷신과 같은 영상을 많이 감상하는 편이지만 다른 캐릭터를 육성하는 등 1차 플레이에서 봤던 영상을 또 봐야할 때는 스킵을 통해 지나치게 된다.

    게임을 진행하고 엔딩을 보게 되었을 때 주요 영상을 봤느냐 안 봤느냐에 따라 감흥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블레이드 & 소울 역시 영상을 보고나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보다 좋은 영상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콘솔 대작 게임을 보면 시네마 영상만을 이용해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블레이드 & 소울 역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는 등 차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영상 등을 따로 빼서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테크시네마팀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살린다했는데 영상에 보여지는 캐릭터 표정에 대해 따로 작업을 하는가.

    게임 플레이 중 NPC와의 대화창을 통해서도 다양한 감정 표현을 느낄 수 있다. 시네마팀의 페이셜(표정) 작업 전문가가 NPC작업을 통해 각종 감정을 표현하도록 제작하고 있다.




    ▲ 잠시 스쳐가는 NPC에게서도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는 등의 연출 기법이 보이는데 작업에 있어서 노하우나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 있다면?

    영상은 스토리텔링에 주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의 감정을 증폭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종류의 컷신과는 달리 조금은 극단적인 클로즈 업을 사용하는 편이다.



    대부분 컷신을 감상하고난 후 퀘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컷신에 앞으로 진행하게 될 퀘스트에 대한 힌트가 담겨있는지 궁금하다.

    퀘스트를 직접적으로 푸는 것 즉, 퀘스트 수행에 있어서는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컷신의 주 목적은 스토리의 이해로서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네마 영상은 해당 부분을 지나치면 다시는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다시보기 기능과 같은 시스템적인 부분을 지원할 생각은 없는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다. 시네마 영상을 모든 분이 감상하면 개인적으로는 좋겠지만 솔직히 영상보다는 게임 플레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영상이 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면 스킵을 통해 보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영상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감초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간혹 영상이 확대 될 경우 얼굴 등 그래픽이 깨지는 부분이 생긴다.

    아무래도 실제 게임 리소스를 사용하다보니 줌업 과정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 조금씩 보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보완할 것이다.



    화제가 되는 영상 대부분은 여성 캐릭터의 옷이 다소 선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다.(웃음) 김형태 AD가 많은 그림을 작업하는데 느낌이 오는 캐릭터는 공을 많이 들여 제작하자는 주문이 들어온다. 게임내의 리소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상의 디자인 같은 경우는 원화팀과 관련이 있다.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 남소유 등장처럼 유저들에게 팬 서비스가 될 만한 영상이 추가되나.

    다음 테스트 때 확인할 수 있다.




    ▲ 토문객잔에서 화려한 전투를 보여준 검사 당여월



    ▲ 총을 사용하는 전투 방식이 인상적인 진소아




  • 영상 제작 과정 및 에피소드

    하나의 시네마 영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가.

    초반에 기획팀에서 시나리오를 제작하면 퀘스트팀에서 퀘스트 내용으로 정리하고 강조해야 할 부분을 결정해 영상으로 만들자고 전달한다. 그러면 우리가 구현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되고 피드백을 다시 기획팀과 퀘스트팀에게 전달하게 된다. 피드백을 받은 두 팀이 조율하여 영상을 몇 개 제작할지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영상 제작 결정이 되면 우리가 캐릭터, 배경팀에게 발주를 보내고 그렇게 완성 된 배경과 캐릭터로 영상을 만든 후 사운드팀에게 전달하여 성우 더빙을 하게 된다. 더빙 된 영상에 효과음 등 사운드 믹싱 작업을 거친 후 최종적인 시네마 영상이 탄생하게 된다.



    하나의 영상을 제작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모되며 작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몇 명이나 되는가.

    사전 작업을 포함하여 약 30분의 영상을 제작하는데 6개월에서 길게는 7개월까지 걸린다. 작업 인원의 경우 기획에서부터 캐릭터, 사운드 등의 연동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 합산하게 되면 대략 50명에서 60명 정도가 영상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시네마 영상 제작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랜더링 된 CG보다는 기존의 캐릭터 리소스를 리얼타임으로 사용하여 영상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서버에 많은 무리가 갈 수 있는 대규모 군중씬을 기피하게 된다. 마을을 습격하는 컨셉이 담겨있는 영상을 제작할 때 굉장히 많은 해적이 나오길 바랬지만 여건상 소규모의 인원만 등장하여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 영상 역시 게임 내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컷신을 제작하면서 황당했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영상이 있다면?

    제작이 힘든 영상을 만들어야 할 때가 가장 황당하다. 앞서 언급했던 대규모 군중씬은 제작이 힘든 편이라 가급적이면 자제를 시키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일봉에서 있었던 홍석근 사부의 죽음 영상이다. 약 7분 가량의 영상인데 제작을 완료하고도 개발팀과 함께 너무 길어서 안된다와 중요한 감정선이라 제대로 제작을 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유저분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 다행이다.



    대규모 군중 영상 외에 제작이 힘들었던 부분을 해결하여 영상으로 제작한 케이스가 있었나.

    제작이 힘들었지만 잘 넘겨 좋았던 것은 20레벨 대의 보스 중 하나인 거거붕 변신 장면이 있다. 거거붕은 기존 캐릭터와는 달리 어떻게 제작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구조를 가진 캐릭터였다. 하지만 하나의 편법이랄까, 카메라 등 연출적인 부분으로 해결한 사례다.

    이런식으로 캐릭터 외형과 같이 물리적으로는 안되는 상황에서는 연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런쪽으로 많은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면 영화에서 보았던 액션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제작에 있어서 참고하는 부분이 있다면?

    블레이드 & 소울은 각 대륙별로 특징이 존재한다. 홍석근 사부의 죽음을 맞이하는 무일봉의 경우 무협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부의 죽음과 복수가 담겨 있으며 재래봉은 어촌 마을 컨셉으로, 대사막은 서부 모험 컨셉이 많이 담겨 있다.

    유저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패러디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참고하며 작업하는데 서부 모험 활극 컨셉인 대사막 지역은 2008년에 개봉하여 많은 인기를 끈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를 모티브로 잡고 제작했다.

    캐릭터와 배경은 가급적이면 게임에서 사용되는 리소스를 사용한다. 화려한 캐릭터 액션의 경우 익스트림 마샬아츠(XMA)나 연기에 능통한 분들을 모셔 작업을 하는 모션캡쳐 작업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동작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함께 병행하고 있다.




    ▲ 블레이드 & 소울의 화려한 경공, 익스트림 마샬아츠 등 모션캡쳐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참고 자료 등 개인적으로 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연출을 하고자 할 때는 화려한 액션이 좋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외에 크리스찬 베일이 등장하여 화려한 권총 전투씬을 보여준 이퀄리브리엄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게임 중 기억에 남는 컷신 영상이 있다면?

    게임플레이 화면과 시네마 영상이 끊어지지 않고 유기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갓 오브 워 3 같은 경우 계속 놀라며 플레이했다. 블레이드 & 소울도 게임플레이 화면과 시네마 영상이 서로 독립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른 팀과의 원할한 소통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협업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영상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배경은 배경 제작팀이 담당하고 캐릭터, 시나리오, 사운드 역시 각팀이 담당을 하게 된다. 우리는 순수하게 애니메이션만 제작을 하게 되는데 작업 전달 과정에서 최대한 융통성 있게 진행하고 싶지만 각 파트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작은 충돌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배경, 캐릭터, 시나리오 등의 작업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면 최종적으로 사운드팀에게 전달이 된다. 이 때 우리 영상이 사운드팀에게 전달되어 완성까지 기다리는 시간동안 몰래 찾아가 확인하기도 한다.



  • 블레이드 & 소울의 게임 내 캐릭터 화면, 이런 캐릭터를 활용하여 영상 제작이 이루어진다.





    콘솔 게임 시장에서는 실시간 영상이 많이 발전되어 있는 편이다. MMORPG에서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콘솔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서의 제작 방향이 다른지 궁금하다.

    콘솔은 기계의 사양이 결정되어 있어 그 안에서는 자유로운 제작이 가능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개인적 사양에 따른 변동이 심해 대부분 최소사양을 고려하게 된다. 항상 높은 퀄리티와 보다 좋은 영상을 보여주고 싶지만 이부분이 많이 아쉽다.

    또 한가지 차이점은 콘솔 게임은 한 명의 캐릭터가 고정된 상태에서 영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블레이드 & 소울의 경우 종족이 다양하고 이에 따라 크기, 외형, 시야가 다양해 말을 직접 전달하는 화자로서 등장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게임에 있어서 시네마 영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한 이런 시네마 영상이 앞으로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시네마 영상은 게임의 치어리더 역할이라 생각한다. 스토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한 분의 유저라도 영상을 보고 뭉클하는 등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블레이드 & 소울을 필두로 다른 온라임게임에 시네마 영상이 제작되고 있는것 같은데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스토리텔링이 항상 아쉬웠는데 점점 증가하는 점은 언제든지 환영하고 있다.




    ▲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화 내용을 영상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 테크시네마팀에 대하여

    다른 회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팀이다. 테크시네마팀이 있음으로 해서 게임이 얻게 되는 장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저들이 블레이드 & 소울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에 접속했을 때 살아있는 월드 즉, 블레이드 & 소울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컷신 제작 외 테크시네마팀에서 작업하는 환경 연출 및 NPC연출이 어떤 부분인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블레이드 & 소울은 특이하게 유저가 게임내의 특정 물체를 건드리게 되면 여러가지 연출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것이 환경 연출파트에 속하며 NPC에게 말을 걸면 독립 된 대화창을 통해 NPC의 감정 표현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NPC연출에 속한다.



    테크시네마팀은 한국에서 1세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진행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영화 및 다른 영상과 달리 게임에서는 굉장히 많은 장르를 구현할 수 있다. SF나 판타지 혹은 중세, 무협 등으로 이동하며 여러 개의 장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뿐만 아니라 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리얼 타임 시네마를 제작하시는 분들도 옛날과는 달리 확실하고 정확한 업무 프로세스를 확립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테크시네마팀 내에 영화나 애니메이션 업계쪽에서 일을 했던 팀원이 있는가.

    대부분이 영화 및 애니메이션 업계 출신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이름있는 스튜디오나 게임사에서 있었던 분들도 많다.



    마지막으로 블레이드 & 소울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현재 내부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영상은 과거 공개 된 영상보다 재미있으며 퀄리티도 높다. 게다가 분량 또한 많으니 게임 플레이가 보다 즐거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블레이드 & 소울이 공개되면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다.